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삼권분립” 이야기한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4일 송재호 의원 첫 공판 시작 전 삼권분립·법과 양심·불편부당·재어신독 강조 “송 의원 지킨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 발언 겨냥한 듯

2020-11-04     이정민 기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의 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헌법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의 구절을 인용한 이례적인 입장 표명으로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대전 서구을)이 '송재호 의원 지지' 발언을 한 데 대한 재판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4일 법원 201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송재호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27일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는 송 의원이 피고인석에 앉기 전에 "(피고인) 출석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운을 뗐다. 장 부장판사는 "이 재판에 임하는 재판부는 삼권분립, 법과 양심, 불편부당, 재어신독 등 열여섯 자로 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 이상은 우리 권한 밖이다"고 덧붙인 뒤 송 의원을 피고인석에 앉히고 재판을 시작했다.

장 부장판사가 이 같은 말을 한 것은 박범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송 의원에 대한 지지성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30일 제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평화 인권의 수도 제주특별자치도의 비전' 토론회에서 송 의원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당시 "송재호 (제주도당)위원장에게 힘을 실어드리려고 10명의 국회의원이 (제주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토론회로) 어느 지역을 가도 1~2명 있을까말까 하는데"라며 "송 위원장에게 격려 삼아 큰 박수를 보낸다"고 이야기했다. 박수를 유도한 뒤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거다. '민주당이 송 위원장을 지킨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판사 출신으로 3선 의원인 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첫 재판을 닷새 앞 둔 송 의원을 집권여당이 당 차원에서 지키기에 나섰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겨 논란이 됐다.

30일

이 때문에 장 부장판사는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으로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마지막에 언급한 재어신독(在於愼獨)은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 나오는 구절의 일부다. 원 구절은 '청송지본 재어성의 성의지본 재어신독'(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으로 '소송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기본은 참되고 정성스러움에 있으며, 그 근본은 마음가짐과 행동을 겸손하고 조심함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송 의원은 제주도당 위원장으로서 토론회에 참석했으면서도 정작, 박 의원의 지지발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날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저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그 분 생각을 말한 듯하다"고 답했다.

한편 송 의원은 지난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기간인 같은달 7일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유세에서 문대통령의 제72주년 4.3추념식 참석과 4.3특별법 개정 지원 발언이 마치 자신의 건의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4월 9일 방송토론회에서 자신이 맡았던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시절 무보수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 송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시절 위원장이 비상임직이지만 13개월 동안 매달 400만원씩 총 52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