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마을은 누구의 것인가?

2020-07-13     미디어제주

우도는 바쁘다. 개발로 바쁘다. 쉴 새 없이 사람이 들어오고, 쉴 새 없이 공사 차량이 오간다. 그걸 매일 봐야 하는 우도 주민은 아프다고 한다. 우도라는 땅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우도 주민 이름으로 호소문이 들어왔다. 그 이야기를 <미디어제주> 지면에 담는다. 주민이 생각하는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호소문이다. [편집자 주]

섬마을 우도에 개발로 인한 갈등이 끝이 없습니다. 이미 놀이동산이 되어버린 섬은 하루종일 삼륜 오토바이와 관광버스만이 해안가를 빙빙 돌고 있으며, 도항선 배가 끊기는 밤이 되면 적막강산이 되어 마치 죽음의 도시가 된 듯합니다. 이로 인해 마을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나, 누구 하나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채, 마을 공동체는 붕괴되고, 섬의 미래 또한 방치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중전망대 사업이 공유수면 허가를 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로 인한 섬의 자연환경 변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지역 유지들은 케이블카, 모노레일, 풍력발전시설, 해저터널 등 마을의 풍경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개발 사업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했던 짚라인 사업은 실패하여, 덩그러니 두 개의 쇳덩어리 철탑만 남겨져 있는 실정인데, 우도봉 아래 톨칸이 옆 대규모 리조트는 굉음을 울리며 공사가 시작되었고, 이 또한 해당 마을의 비호 아래 진행되고 있으니, 하나의 섬 우도에서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는 이 개발의 난장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도는

심각한 문제는 하나의 섬 우도가 4개 리 12개 동별로 개발 논의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섬 우도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전체 공론화 과정 없이 몇몇 사람들의 주도하에 개별 이기주의가 발동하여 모두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마을이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섬 우도가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의 몇몇 사람들이 큰 배를 만들어 도항선을 띄워 돈벌이에 나섭니다. 그러면서 항구가 있는 두 개의 마을에만 마을 발전 기금을 주게 됩니다. 언뜻 보아 지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이 조치가 연평리 한마음이었던 섬마을을 분열시키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도항선에 주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나, 두 항구 이외의 마을 사람들은 마을별 개발 사업을 부추기는 사업자들에 의해 휩쓸리게 된 것입니다.

돈벌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은 섬 전체의 미래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우선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에 죄를 짓는 일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잘못된 사업은 멈추어야 합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고립되어 있던 섬마을이 농어업에서 관광으로 산업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 기존 공동체의 가치와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순박한 주민들은 경험이 부족하여, 이를 노리는 자본가들의 선동에 취약한 점이 있음을 인식하고,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순수성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래된 공동체는 유지되어야 하고, 마을의 토대가 되는 자연환경은 지켜져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여 섬마을 공동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이를 주도할 마을의 어른은 어디에 계십니까? 청년들은 누구의 뒤를 따라야 합니까?

마을의 자연은 누구의 것입니까? 바닷속 불길이 치솟아 섬이 만들어진지 수십만년에 비해 겨우 이백여 년도 되지 않는 사람의 역사를 내세워 섬의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습니다. 우도는 당신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며, 우리 모두의 것도 아닙니다. 우도는 자연 스스로의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섬마을 우도의 미래를 위해 호소합니다. 우도의 자연은 현세대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섬의 원형을 파괴하는 개발 논의를 중단하고, 자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주십시오!

- 해중전망대 사업 추진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케이블카, 모노레일, 해저터널 등 우도 자연경관을 해칠 난개발 사업논의를 중단해 주시고, ‘우도면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마을의 바탕인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섬마을의 미래에 대한 토의를 시작하고, 모두 함께 이 논의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7월 우도 주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