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길이 아니어도 괜찮다, 돌아 돌아 가도 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역행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② 환경영향평가 피하려 '사업 구간 쪼개기' 편법 쓴 정황 보여 편법으로 환경영향평가 피해도, “난개발 오명은 피할 수 없어” 난개발 저지할 유일한 방법, "단결된 도민의 목소리" 전해야

2020-07-08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환경영향평가 피하려 '구간 쪼개기' 편법 썼나

서귀포시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기사를 통해 예고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의혹을 짚어본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이름은 ‘도시우회도로’라고 명명되어 있지만, 사실은 도심을 관통하는 거대한 6차로다. 이는 1965년 결정된 도로계획이며, 약 55년이 흘렀지만, 사업 내용은 거의 변함이 없다. 서귀포시 토평동부터 호근동까지 약 4.2km 구간에 폭 35m, 왕복 6차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도로공사 중에서도 규모가 상당히 큰, 대규모 도로공사다. 이렇다 보니 예상되는 총사업비가 1200억원을 초과한다.

이에 제주도는 1200억여원 예산을 한 번에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사업 구간 중 가운데에 위치한 1.5km 구간의 예산(445억)만 우선 확보해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혹이 발생한다. 제주도가 사업에 앞서 진행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고자 ‘사업 구간 쪼개기’ 편법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제주도가

2017년 개정된 현행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의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 도로건설사업 중 '2km 이상의 도로 신설'이나 '왕복 2차로 이상인 기존 도로로서 길이 5km 이상 확장'이 진행될 사업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대규모 도로사업이 시행될 경우, 인근 지역의 자연 파괴가 예상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리고 위 규정에 따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환경영향평사 대상 사업이다. 기존의 왕복 2차로 구간이 일부(약 1km) 포함되긴 했지만, 2km 이상의 도로가 신설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사업의 전 구간인 4.2km가 아닌, 우선 시행 구간인 1.5km 구간에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고, 현재 환경청의 인허를 기다리고 있다. 환경청 관계자가 시민연합(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에 전한 바에 따르면, 오는 13일까지 제주도 측에 의견서가 전달될 방침이다.

서귀포시

여기서 만약 제주도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사업의 전 구간(4.2km)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면 어땠을까.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최소 협의기간 1개월, 평가항목 13개의 단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 대신, 최소 협의기간 6개월, 평가 항목 23개의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공론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환경 파괴’ 논란이 더 커졌을 테다.

게다가 우선 공사 시행 구간인 서홍동 구간에서 천지연 폭포까지의 거리는 불과 1.3km. 도로가 지나갈 교량 아래에는 동홍천과 연외천이 흐른다. 특히 동홍천은 정방폭포로, 연외천은 천지연폭포로 이어지는 물길이다.

이에 지난 7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이하 '시민단체')’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4.2km의 사업 구간을 3개 구간으로 쪼갠 것은 행정의 기만행위”라고 강하게 힐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제주도는 어떤 입장일까.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 구간 쪼개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것이 예산 확보에 따라 정해진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선 확보한 445억원으로 시행할 공사 구간이 1.5km이므로, 사업 구간을 1.5km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사업 구간이 1.5km이니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대규모 도로건설사업에서, 공사 구간을 ‘쪼개기’해 분할 발주하는 편법은 드리 특수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법으로 안전하게 보호(?)받는 편법에 속한다.

도로건설사업의 경우, 사업 구간이 얼마가 되든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100km짜리 대형 도로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례처럼 1.5km 구간으로 공사 구간을 쪼개 시행한다면,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다. 쪼갠 구간 만큼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통과하면 된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판단이 '총 사업 구간'이 아닌, ‘개별 발주 구간’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해 분할 발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편법'이 용인되는 상황이다.

 

길은 곧지 않아도 괜찮다, 돌아 돌아 가도 길이다

22일

“길이 왜 곧발라야 합니까, 길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제주의 난개발 문제를 지적하며, 조정래 작가가 말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저서로 대한민국의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다. 또 그는 은퇴 후, 남은 일생을 제주에서 살겠노라 결심하며 제주의 현안에 목소리를 높여온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변했다. 이제 제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적어도 1년에 세 번 제주를 방문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제주 방문은 2년여만이라고 한다.

이는 7월 8일 오후 3시, 제주KBS가 진행한 <2020제주> 특강을 통해 조 작가가 직접 전한 이야기다.

“길이 날 때, 왜 곧발라야 합니까. 길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길이 곧발라야 한다는 것은 속도전에 물든 우리의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조 작가는 제주의 난개발 행태를 비판하며, 대규모 도로개발사업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신을 “파괴적인 자연 개발을 철저히 반대해 온 환경주의자”라고 묘사하며, “(시간이 흐를 수록) 제주도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츰 정이 떨어지고, 더 이상 애정을 가지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을 전하기도 했다.

서귀포시

그는 이런 말도 했다.

“필요하면 (개발을) 해야겠죠. 그러나 자연을 파괴하는 짓이면 하지 말아야죠. 길은 곧을 수도 있고, 360도 빙빙 돌아서 갈 수 있는 곳이 길입니다. 이 몇 가지 (난개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제주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조 작가는 제주를 망가뜨리는 제주도정의 행위 속, 난개발을 저지할 유일하고도 절실한 방법 하나를 전했다.

대한민국 헌법1조를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인인 국민이 명령하는데 안 듣는 자 누구 있는가. (그것이) 도정(이라면) 다 파괴시켜버려라. 74만명이 서명하라.

도민이 명령하면 안 들을 수 없습니다. 도민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더디니까 도민을 무시합니다. 정치가들,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극소수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다 자기를 위해서 정치합니다.

단결하십시오. 단결하여 외치십시오. 정치가가 제일 무시하는 것이 흩어져서 항의하지 않고, 시위하지 않는 국민입니다. (정치가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뭉쳐서 시위하는 국민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제주의 난개발 및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반대하거나, 이를 녹지공원으로 가꾸기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고 싶다면?
제주도민 및 다양한 시민단체가 함께 활동 중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대표번호(010-3433-9853)로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