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고희범 제주시장 “행정시장 직선제만으론 안 돼” 쓴소리

“법인격 없어 강원도 인제군수가 할 수 있는 일 제주시장은 못 해” 30일 퇴임 기자회견 통해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사안 ‘일침’ “행정시 기능 강화 위해 예산 편성·조직권 등 조례로라도 보장해야”

2020-06-30     이정민 기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고희범 제주시장이 30일 시장직을 그만두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추진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임기 마지막인 이날 시청 기자실을 찾고 약 1년 10개월여 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고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주도가 추진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직선제 만으로는 행정시의 한계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고희범

고 시장은 "법인격(의회 구성)이 없는 한 50만 시민의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아니기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한다"며 "예를들어 강원도 인제군 군수가 할 수 있는 일도 제주시장이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시이기 때문"이라며 "행정시장 직선제로는 이 문제 풀 수 없다. 법인격을 갖기 전에는 풀 수 없다"고 일축했다.

법인격이 없더라도 임명직인 현행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하면 임기 보장 및 주민 대표성 등의 장점이 있다고 직선제를 추진한 제주도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고 시장은 "행정시장 문제는 직선제만 하면 해결될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법인격을 갖춰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행정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 방법으로 행정시의 예산 편성권과 조직 구성 권한 보장을 들었다.

고 시장은 "제주시에서 걷히는 세수(지방세)의 일정 부분에 대한 예산 편성권을 제주시가 독자적으로 갖거나, 조직과 정원에 관한 권한을 조례로라도 행정시에 자율권을 주는 것. 이 두 가지만이라도 갖춰진다면 행정시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고 시장은 2018년 8월 21일 취임했고 2020년 6월 30일로 시장 임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