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2공항, 기술적인 영역은 전문가 판단에 맡겨야”

“군사공항, 오름 절취 등 제주 근본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존중” 23일 제주도의회 고은실 의원 도정질문 답변 통해 기존 입장 재확인

2020-04-23     홍석준 기자
원희룡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원희룡 지사가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검토 영역에 대해 도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3일째인 23일 고은실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은 답을 내놨다.

그는 고은실 의원이 제2공항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로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의견을 묻는 절차와 부지 선정에 대한 지역 주민 설득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인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우선 제2공항이 자신이 지사에 취임하기 전부터 지속돼온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을 들면서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제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할 때도 국토부에서 번번이 거부당하던 사안이었으나 마침 지사 취임 후에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정부의 여러 가지 용역 절차를 거치면서 필요성 여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제2공항 예정부지 결정과 관련, “현 공항을 폐지하고 새로운 공항을 크게 짓는 방안까지 포함해 의견을 물어왔을 때 여러차례 공청회를 거치는 동안 심각한 도민 갈등이 예상되는 데다 제주의 경제지도가 급격히 바뀌게 되기 때문에 제주도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배제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전문가들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없다면, 예를 들어 군사공항이라든지 오름을 깎아내야 하는 등의 제주의 근본 가치와 충돌하는 문제가 없다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해서 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도민들에게 의견을 직접 묻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게 맞는 것인지, 어디까지 도민들이 가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현재의 제주공항을 갖고 용량을 늘려 미래 수요를 확보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도민들의 선택에 맡겨야겠지만,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공론화 또는 투표로 도민 선택에 맡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대목에서 그는 “언제든지 치명적인 하자가 있거나 기술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놓고 선택을 하는 거라면 열려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 견지하고 있는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도정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고 의원이 ADPi 보고서의 검토 결과가 무시됐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그는 “ADPi 보고서의 19가지 권고안 중 상당수가 현 공항의 확충방안에 반영돼 있지만 일부는 현재 국내 제도에 맞지 않거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용역진의 제안을 받아들인 부분은 이미 공항 확충방안이 포함됐고 별도의 검토자료나 검증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별도르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관계와 기술적인 검토 사항에 대한 부분도 도민들이 충분히 알아야 하고, 반대측도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어차피 기술적인 사안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해 걸러져야 하는 부분인데 도민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사안의 성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공론화 또는 주민투표 방식의 도민 의견수렴 방식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