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주, '시끌시끌' 대규모 개발사업 톺아보기

<미디어제주> 2019년 송년 기자방담 현장 -'비자림로 확장 사업은 제2공항 연계 사업' 누가 먼저 말했나 -제주 개발 열풍... "무사증 입국 제도 시행 이후 더 활발해져" -재밋섬 건물 매입, "20억 아끼려다 100억 세금 낭비 우려"

2019-12-30     김은애 기자

그 어떤 한 해보다 사건, 사고가 많았던 제주의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서귀포시 우회도로... 모두 찬반 갈등이 존재했던 2019년 제주의 현안들이다.
설렘과 희망을 품은 신년을 맞이하기 전. 제주의 한 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미디어제주> 기자들이 모였다. 이들의 대화를 공개한다. [편집자주]

등장 인물

김형훈 편집국장 : <미디어제주> 기자실 대장, 온화함 속에 도사리는 예리한 안목!

홍석준 정치팀장 : 평소엔 온화해 보이나 묵직한 한 방이 있음, 곶자왈 사랑꾼♥

이정민 사회부 기자 : 직책 따윈 거부하는 쿨함의 소유자, 사실 정이 많다☆

김은애 교육∙문화부 기자 : 미디어제주 공식 막내. 뭔가 파헤치는 걸 좋아한다.

정민: 올해로 두 번째네요, <미디어제주> 송년 기자방담. 첫 주제는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요, 국장님?

석준: 이번 송년 기자방담에는 이정민 기자가 사회 보는 건가요?

은애: 저는 좋습니다.

형훈: 제일 중요한 환경문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제2공항도 있고,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참 많은 일이 있었네.

은애: 전국적으로 회자된 일 중에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도 있었죠.

석준: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그 명칭 때문에 이슈가 됐죠. 사업 내용은 비자림로에 있는 삼나무를 베는 건데, ‘비자림 숲’을 없애버리는 것처럼 보여져서.

형훈: 삼나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지. 제주 사람은 알지만. 삼나무는 방풍 목적으로 심은 건데, 워낙 잘 자라니까 어떤 경우엔 경관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막는 경우가 있어.

은애: 삼나무가 빼곡한 길인데, 왜 ‘비자림로’라는 이름이 붙은 거죠?

석준: 그 도로가 비자림으로 향하는 길이거든. 2002년 건설교통부가 처음 시행한 '아름다운 도로' 전국 공모에서 1등을 한 도로가 ‘비자림로’야. 삼나무숲을 끼고 쭉 뻗은 도로의 모습이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건데, 그 명칭 때문에 삼나무를 비자림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지.

정민: 박정희, 전두환 정권 당시 녹화사업으로 집중 조림(造林)한 나무가 삼나무죠. 저 역시 국민학생 시절.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학생들 동원해 빈 땅에 나무를 심게 했었어요. 그땐 잘 몰라서 소나무인 줄 알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삼나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주시

형훈: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컸지. 전국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은애: ‘제주 제2공항으로 가는 길을 미리 확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반발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석준: 애초에 제2공항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도로 확장 계획이 있었던 것은 맞아. 그런데 제주도정이 여기에 살을 붙여 ‘제2공항 연계 사업’처럼 발표를 한 거지. 당시 비자림로 확장 사업을 이야기하며 제주도정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제2공항 연계도로’라는 말이 등장하거든. 결국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제2공항 관련 사업이다"라는 주장은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제주도정이 먼저 밝혔던 내용이었어.

은애: 꼭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아니더라도, 제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피로감을 느끼는 도민이 많은 것 같아요. ‘더 이상의 개발은 그만하라’는 목소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형훈: 과거의 제주도정은 무조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라는 입장이었어. 그러다 보니 2002년 우근민 도정 때 비자 없이 외국인에게 입국을 허가하는 ‘무사증 입국 제도’를 시행했지. 또 외국인이 제주도에서 분양가 5억원 이상 콘도, 리조트 등을 사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시행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제주에 투자, 이민 붐이 일고 포화 상태가 되기 시작한 거야.

제주해양경찰에

은애: 와~ 대박! 5억원 부동산을 카드로 구매한다고요? 그야말로 부동산 쇼핑이네요.

형훈: 지금 현실을 보면 예전처럼 무조건 ‘들어오게’ 하는 정책은 더 이상 안 해도 될 것 같아. 질적 성장이 필요한 거지. 자연을 찾아 제주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거야.

은애: 맞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10km 조금 넘는 거리인데, 출근 시간엔 1시간이 걸려요.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점점 더 막히는 것 같고요.

석준: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사업을 진행할 때, 내부적인 절차를 다 진행해놓고 내용을 공개한다는 거예요. 사업 초기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찬반 주민 의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숙려기간을 둬야죠. 사업 인허가를 위한 방망이 두들기기만 남겨놓은 채, 사업 고시를 하는 행태는 결코 ‘소통하는 도정’이라 보기 어렵죠.

정민: 사업 단계에서 예상되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청회는 좀 더 앞당겨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2공항 사업 같은 경우 찬성하는 사람이 많은지,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지 주민투표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죠. 자칫 사업을 할 때마다 주민투표가 남발될 우려도 있겠고.

은애: 꼭 주민투표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공론화를 거쳐 찬반 의견의 격차를 줄일 순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다른 현명한 해결방안이 도출될 수도 있고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심화한 것이니까요.

형훈: 그렇지. 아마 지금까지 말한 사안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 아닌가.

(일동, 고개 끄덕끄덕)

정민: 이쯤에서, <미디어제주>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지금도 재밋섬 건물을 꼭 사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형훈: 문제는 건물을 산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야.

정민: 100억원에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하면 적어도 50억원 이상이 더 들어갈텐데...

형훈: 50억원 이상 들지. 상상 이상으로 들어갈걸.

석준: 현재로선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타당성 검토위원회를 구성해서 강행하려는 것 같은데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은애: 계약금은 2원으로 해놓고, 계약 해지 위약금 20억원 특약을 걸어 놔서 섣불리 계약 파기도 못 하고 있죠. 그 탓도 클 거예요. 왜 이런 계약을 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구상권 청구가 어렵게 되더라도, 위약금 20억원을 쓰더라도 이 사업은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20억원 아끼려다가 100억원, 200억원 돈 먹는 하마같은 건물이 될 가능성이 커요.

형훈: 제주도정은 ‘제주도가 문화예술이 섬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지.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섬 ‘제주’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야. 이렇게 되려면 동네에서,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어야 해. 반면, 한짓골 아트플랫폼은 재밋섬 건물에 시설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니 ‘문화예술의 섬’과 반대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

석준: 원 도정이 들어선 뒤, 민간위탁사업이 많히 늘고 있어요. 사업에 대한 책임을 제주도가 지지 않고, 위탁기관이 지게 되는 거죠.

은애: 민간위탁을 하더라도 사업이 잘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조처를 빠르게 취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으니 문제인 것 같아요.

석준: 그렇지.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도 오랜 적자에 철수하기로 했잖아. 제주도가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관광공사 등의 기관에 사업을 모두 넘겨서 집행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 방법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은애: 그렇군요. 내년 취재 때 참고하겠습니다. 자, 이제 슬슬 마무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정민 선배부터 부탁드릴게요!

정민: 내년엔 삽으로 덜 뜨고, 덜 훼손하고, 더 나빠지지 않는, 그런 제주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석준: 동복리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제주의 쓰레기 문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갈 길은 멀죠. 하수처리 문제가 있으니까요. 하루빨리 기반 시설이 갖춰져 쓰레기로 병들지 않는 제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형훈: 모든 개발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건물 중심, 차량 중심의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 역시 사람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모두 한 해 수고 많았고, 독자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바랍니다.

은애: <미디어제주> 송년 기자방담,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부디 내년에는 '사람 중심'의 제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