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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마음의 상처', "시간이 약 아니다"
강정마을 '마음의 상처', "시간이 약 아니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14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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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의 '해군기지 현실과 과제'
"심리치료 등 '피해실태 조사' 통한 공동체 회복노력 필요"

지난 3년여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오손도손 살던 한 마을의 공동체가 파괴된 가슴아픈 현실.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14일 오후 3시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사회협약위원회 주최 세미나 '사회통합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세션에서는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이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 갈등해결과 지역공동체 회복 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부안사태와 제주 해군기지 갈등은 유사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다"며 "갈등의 원인, 성격, 진행과정 등에서는 동일하지 않지만, 제주 해군기지 갈등문제의 경우 부안 공동체 회복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지역 갈등문제에 있어서 유사점은 주민 다수가 원하지 않은 시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점, 절차적 문제가 갈등발생이 주요원인이었다는 점, 찬반 지역 주민간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는 점, 대립과 갈등이 장기화됐다는 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해결 시도가 무산됐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갈등의 강도, 기간, 파장, 주요 이해관계자, 이슈, 정부의 노력, 갈등해결 등의 과정에 있어서는 두 지역간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부안의 경우 총리실 차원의 중재 노력이 있었던 반면 제주의 경우 정부차원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 실례다.

#"국책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이기에, 그 책임도 정부와 지자체에 있어"

박 소장은 갈등 후 공동체 회복의 기본원칙으로 △정부 책임의 원칙 △주민 참여의 원칙 △정부는 지원자로서 역할 △민관협력의 원칙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원칙 하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후, 당면 주요과제를 설명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기반해 해군기지 위치선정 현안을 마무리짓는 일, 강정마을의 주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 약화된 제주의 통합력과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이 3가지를 시급한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해군기지라는 문제로 파생된 제주 전체적인 거시적 차원이 아닌, 강정마을 공동체라는 개념에서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원론적 방향만 제시했다.

그는 "현재 강정마을의 상황은,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는 잠복상태"라며 "장기간의 갈등으로 심각한 경제적.사회적.심리적 피해가 발생했는데,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극도이 불신감이 팽배해 있어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강정마을의 피해는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그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면서 "따라서 강정마을의 치유와 회복은 정부와 지자체, 도민 전체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약이다? 심리치료 피해실태 조사 선행돼야"

이러한 맥락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치료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시간이 약이다'라는 마음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사안으로, 박 소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피해상황 실태조사의 방법적 측면에서,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갈등으로 지난 3년 이상 강정마을 주민이 입은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피해와 영향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권했다.

현황 파악을 위해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일대일 심층면접, 심리분석, 간담회 등을 가져나가면서 마음의 치유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 피해를 저감시키거나, 치유, 보상대책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아직 해군기지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강정마을의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거나 심화되지 않도록 방안과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찬성측 주민과 반대측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협력사업이나,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에는 진희종 전 방송인의 진행으로 김진영 제주대 교수(사회학과), 김철웅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해군기지 문제 갈등치유 방법과 관련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했다.

#고승한 박사 "사후대처가 아니라 예방적 갈등관리 시스템 필요"

이날 세미나의 앞선 제1섹션에서는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박사의 '제주지역의 사회통합 위기 진단과 극복방안'이란 제목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고 박사는 주제발표에서 "문제가 터지고 난 후에 대처하는 사후대처 보다 예방적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대안적 분쟁해결제도, 갈등영향분석제도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갈등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참여 거버넌스로서 참여적 정책형성을 위해 지자체, 도의회,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 '정책조정네트워크'를 구축할 것도 제안했다.

사회통합위기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행정기관 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위기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해나갈 것도 주문했다.

#"정책결정과정에 형식적 절차 밟으려 해선 안돼"

1세션과 관련한 토론에서 정민구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지난 해군기지 문제가 심화됐던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 있었다"면서 "절차적 문제가 많았던 만큼 우근민 도정의 경우 이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말한 후, '사회통합시스템의 모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도정이 이미 결정된 정책내용을 갖고 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형식적 절차를 밟으려 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정책결정과정에서는 의견수렴 절차가 확실히 반영돼야 하고,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제2기 사회협약위원회는 이날 세미나를 시작으로 해, 앞으로 갈등문제 해결 및 사회협약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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