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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은 동네북인가?
119구급대원은 동네북인가?
  • 김상용
  • 승인 2010.09.1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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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상용 제주소방서 연동119센터장

요즘 신문지상 동정란을 보면 '구급대원 폭행금지' 캠페인을 실시한 자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면 "고맙습니다"라고 하든가, 경황이 없어 인사를 못 했다고 나중에 감사전화나 119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비일비재 하였다. 그러면 우리 119구급대원들도 당연히 할 일을 했지만 이런 인사를 받고나면 은근히 기쁘고 보람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치고 무심코 지나는 동네북처럼 느껴진다. 

119신고를 해놓고 병원에 간다, 안 간다 하며 실랑이를 하는가하면 하룻밤사이에 같은 사람이 서너 번씩 신고하여 이 병원, 저 병원을 서성이게 되고 또한 밤새도록 거리에서 주무시는 주취자들을 깨우고 또 깨운다. 

깨어나도 인사불성이고 보호자와 연락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인적사항이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도움 요청을 해도 소용이 없다. 

소방기본법 구급대 및 구조대편성운영 등에 관한 규칙 제31조에 강한 자극에도 의식회복이 없거나 외상이 없는 주취자인 경우에는 이송을 거절할 수 있는 법조항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이들을 거리에서 잠자도록 방치할 수 있겠는가?  만의하나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아프거나 다치면 5분도 안 걸리는 병원 이송하는 것이 속편한 데 거리에서 주취자와 실랑이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구급대원들은 말한다.

더군다나 우리 119구급대원들은 항상 취객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현장 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현장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고 호통을 치거나 심한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순간적으로 폭력을 가할 때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급대원 폭행건수는 경찰에 공무집행방해로 신고 처리된 것만 하더라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도 구급대원 폭행에 대해서는 강력히 법적대응을 하도록 하고 모든 구급차량에 CCTV를 설치완료 했으며 구급대원 폭행방지 캠페인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구급차량 밖에서의 활동정보 자료 수집이 어렵고 무엇보다도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 도민의식이 선진화되기에는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동네북을 이사람, 저사람 한 번씩 무의미하게 치고 지나는 사이에 다른 한편에선 소중한 생명이 죽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 소중한 생명이 나의 가족이고 친구라면 과연 그럴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끝으로 유태인의 성서 탈무드에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세상 모두를 구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119구급대가 안심하고 진정으로 위급한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민 모두가 위대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김상용 제주소방서 연동119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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