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버벅거리는 컴퓨터...'눈 뜨고 코 베였나?'
버벅거리는 컴퓨터...'눈 뜨고 코 베였나?'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9.14 08: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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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양심 없는' 컴퓨터 부품 '바꿔치기'..."왜 이러나?"
'오명'입은 수리업체들..."수리 맡길때 견적서 꼭 받으세요"

디자인을 공부하는 P씨는 올해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용하던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인근 컴퓨터수리점에 맡긴 컴퓨터가 수리 직후부터 이유없이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두 달여간 꾸역꾸역 사용하던 P씨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컴퓨터 본체를 열어 부품을 확인해봤다.

그런데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비싼 값을 치르고 마련한 고사양 컴퓨터의 내부 부품이 바뀌어있었다.

구매 당시 해당상표의 가장 최신 버전이었던 'XX9100' 그래픽 카드가 같은 모델의 하위 버전인 'XX7100'부품으로 설치돼 있었던 것.

P씨는 그 길로 해당 수리점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졌지만, 수리점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자신들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두 달이 지난 지금 확인할 길이 없지 않느냐고 역으로 따졌다.

그저 황당하기만한 P씨는 소비자보호센터의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기에 별 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소비자보호센터에서는 해당 업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답했지만 P씨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해당 수리점이 최근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 하지만 P씨는 아직도 'XX7100' 그래픽카드가 달린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 집집마다 컴퓨터 한 대씩은 마련해 놓는다. 그러다보니 근 몇년 사이에 컴퓨터수리점 또한 상당 수가 늘었다.

또 유명메이커의 PC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고사양 컴퓨터를 마련할 수 있는 '조립형 컴퓨터'가 대부분이어서 컴퓨터에 이상이 생긴다면 따로 A/S를 받기 보다 인근 컴퓨터 수리점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난립한 컴퓨터 수리점 사이에서 일부 비양심적인 업체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차익을 이용한 이윤을 남기는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 양심없는 수리업체...자칫하다 '눈뜨고 코 베여'

대부분의 시민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컴퓨터의 내부 부품이나 시스템 사양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이런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눈뜨고 코가 베일 수 밖에 없다.

P씨의 경우 어느정도 컴퓨터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기에 나중에라도 이같은 상황을 발견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시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 그는 일부 업체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품을 바꿔치는 경우는 아무래도 '걸릴 가능성'이라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부 중.소업체에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사가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일할 마음이 없어진 업소에서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이 그래픽카드나 메인보드 등의 제품을 성능이 낮은 부품으로 바꿔다는 경우도 있다. 또 하드디스크 같은 부품은 제작시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중고 하드디스크로 교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부품 하나를 몰래 바꾸면 보통 1~2만원의 차액이 생긴다.

A씨는 "맡겨지는 컴퓨터가 하루 두 세대에 불과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안좋은 일에 손을대는 업주들이 있다"며 소위 말해 '안되는 집'의 전철을 그대로 밟다보니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당한 이윤을 취득하기 위해 부품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수리하는 과정에서 부품을 갈아 끼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경우는 고객에게 어떤 이유로 부품을 바꿨는지 꼭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트집 손님도 늘어...정직하게 일해도 '티격태격'

좋지 않은 모습의 수리업체가 풍문을 통해 시민들의 귓속으로 들어가면서, 정직하게 일하는 수리업체에도 생트집을 잡는 손님들이 많아져 업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7년째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들어 트집잡는 손님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컴퓨터의 내구도가 떨어지면서 하향된 성능을 갖고 수리를 잘못했네 따지고 드는 손님, 원래 금이 가 있던 노트북을 수리를 맡겨서 이렇게 됐네 배상을 요구하는 손님 등 다양한 항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한번은 컴퓨터의 내부 부품이 바뀌었다며 따지러 온 손님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끝까지 파헤쳐보니 컴퓨터 주인의 동생이 부품을 몰래 가져다 판매한 사실이 밝혀져 민망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B씨는 이에 대해 "안좋은 일을 저지르는 업체들도 있지만 정직하게 일하는 업체들이 훨씬 많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피해 방지하려면? "견적서를 미리 뽑아라"

그렇다면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A씨와 B씨는 한 목소리로 "수리를 맡길때 미리 견적서를 뽑아놓을 것"을 당부했다.

얼마의 가격을 들여 어떤 부품을 교체할지에 대한 견적서를 작성해 소비자에게 먼저 알리고 컴퓨터를 수리하는 방식이다.

업주 입장에서도 미리 견적서를 뽑아 놓는 것이 수리요금을 메기기도 편하고, 쓸데 없는 분쟁을 없애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핸드폰 카메라 등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를 사용해서라도 미리 컴퓨터 내부를 찍어놓으면 혹시 모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센터는 "수리를 맡기기 전 확실한 확인절차를 거쳐야지만 피해보상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사전대비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일부 비양심적 업체들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한 소비자들의 사전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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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0-09-15 00:01:43
모두들 관공서 보도자료에 여념이 없으산데 박성우기자님 은 발로뛰는 살아있는기사 너무 좋습니다.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