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땡~'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끝, 쉬는 시간 시작을 종소리가 울린다.

초등학생들은 화장실 가랴, 짬을 내 학교 앞 매점가서 군것질 하랴, 다른 반 친구들과 장난치랴 쉬는 시간을 꽉차게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일부 초등학교들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정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쉬는 시간으로 10분을 할애했던 것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중간놀이 시간, 창의활동 시간, 방과후학교 수업시간, 우유급식 시간, 체력단련 시간, 전통무예 시간 등을 '확보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썩 와닿지 않는 듯 보인다.

한 예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소변 등의 생리 현상을 성인만큼 오래도록 참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학교 측이 정한 쉬는 시간 5분안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생리 현상 해결을 위해 화장실로 몰린다면?

생리 현상을 오랫동안 참기 힘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쉬는 시간 5분안에 볼일을 보지 못하고, 수업 시간 도중 '실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급한 학생들은 수업 시간 도중에라도 교사에게 양해를 구해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이는 해당 학생도, 담당 교사도 원하는 바는 아닐 터.

제주도내 초등학교 106개교 중 46개교에서는 '쉬는 시간 5분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초등학교에서의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한다는 조치다.

쉬는 시간 5분제 운영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찬성 측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이는 대신에 나머지 시간들을 모아 체력단련, 중간놀이 시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교사들은 쉬는 시간 5분제를 통해 모아진 시간들을 다음 수업 준비에 활용할 수 있어 찬성쪽 손을 든다.

반면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이면서까지 중간놀이, 창의활동, 체력단련 등을 굳이 해야하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행정 조치는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것이 아닌, 교사 및 교장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진 조치라는 주장이다.

교육 행정은 교육 수요자 중심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즉,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넓히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행정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초등학교 쉬는 시간 5분제 논란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교육 행정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쉬는 시간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는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쉬는 시간 5분제 운영에 있어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얼마나 대표하는지 또한 알 수 없다.

특히 교육 수요자 중에서도 쉬는 시간 5분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초등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는지는? 학교운영위원회만이 알 일이다.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다면 옳을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채 시행된 것이라면 쉬는 시간 5분제를 재고해볼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어린 초등학생들도 '찬성' 또는 '반대', '좋다' 혹은 '싫다'라는 개념은 안다.

그들도 나름의 생각과 논리를 가진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에 따른 교육 행정이 이뤄지는 게 옳다.

그들도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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