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장관님의 "검토하겠다" 발언의 의미는?
장관님의 "검토하겠다" 발언의 의미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10 16: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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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맹형규 장관의 제주 건의사항 "검토하겠다" 답변 해석

"검토하겠다"는 공무원의 말은 '한다'는 것일까, '안하겠다'는 것일까.

지난 2월 경기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검토하겠다'는 말은 '안된다'고 보면 됩니다"며 '검토하겠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부연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기도 각계 인사들이 규제 완화 등을 잇따라 건의하자, "장관들은 오늘도 검토하겠다고 할 게 뻔한데 이는 나중에 보면 안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아예 답변을 안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장관들로 하여금 답변을 아예 하지 말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하면서 마침내 (공무원이 검토하겠다는 말은 안된다는 뜻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현안을 꼭 풀어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밝히며, 우회적으로는 장관들의 '검토하겠다'는 관행적 답변을 꼬집은 것이다.

10일 제주 방문일정을 마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돌아가자, 맹 장관의 일련의 답변은 이 대통령의 의미해석을 오버랩 시켰다.

맹 장관은 이날 제주도청 방문에서부터 마지막 제주시 탑동재해위험지구 현장점검에서까지 "검토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쏟아냈다.

그의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은 앞의 수식어만 달리 붙여졌을 뿐, 우근민 제주지사의 첫 건의사항부터 시작됐다.

제주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해달라는 우 지사의 요청에, 맹 장관은 4.3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언급한 후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4.3 유적지 토지매입비 34억원 지원요청에도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일자리 창출 등의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요청 역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존속기한 연장 요청과 관련해서는 "가능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녹색성장산업지와 감귤식품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계획수립 연구용역비 25억원 지원에 대해서는 "연구용역비는 지원이 어렵다"며 "한번 다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우 지사가 건의한 사항 대부분을 "검토해 보겠다" 혹은 "다른 방안을 찾아보겠다"라는 말로 끝낸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도 이러한 '검토하겠다'는 불확실한 답변에 대한 재차 물음으로 이어졌다.

건의사항에 대한 수용여부를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답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확실한 답을 피했다.

이어 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문대림 의장이 도의회 인사권 독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맹 장관은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인 제주시 탑동재해위험지구 현장방문에서도 맹 장관은 김병립 제주시장으로부터 방파제 시설을 하는데 필요한 예산지원을 건의받자, "확인을 거쳐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라는 말 앞에 '충분히' '심도있게' '한번' 등의 수식어만 달랐을 뿐, 결론은 "해주겠다" 혹은 "못해주겠다"가 아닌, '검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의 "검토하겠다"는 말은, 이 대통령의 해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일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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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2010-09-11 20:21:45
어림없지
단나라당 입당하거나 고분고분 햐군기지 잘하고나

말의성찬 2010-09-10 20:31:45
다른신문은 모두 앞다퉈 맹장관의 발언 옮겨쓰기에 급급했던데 여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