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카풀주차장, "제주에 그런게 있었어요?"
'외로운' 카풀주차장, "제주에 그런게 있었어요?"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9.10 09:21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취재]개방 두달째 카풀주차장의 '고민', 왜 활성화 안될까?
이용객 적고, 일반 주차차량만 왕래..."목적 전도"

목적지가 같거나 방향이 같은 운전자들이 통행 비용의 절감을 위해 한 대의 승용차에 동승하는 카풀(Carpool).

교통비 절감 효과는 물론 교통난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보전에도 한 몫을 담당해 한때 국가적으로 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친환경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감을 주창하는 제주도도 카풀의 이점을 깨닫고, 그 대안으로 제주시 일도2동 6호광장(국립제주박물관 입구 교차로) 서쪽 방면, 즉 인제아파트 사거리와 6호광장 중간쯤 지점에서 북쪽 방면에 카풀주차장을 조성했다. 그 맞은편에는 대형교회인 Y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부지 5100㎡에 124면 규모의 카풀주차장. 사업비 4억8000만원을 투입해 친환경 자재인 조립식 잔디블럭으로 포장하고,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정자를 설치하고 왕벚나무, 철쭉, 먼나무 등 2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돋보이는 미관을 조성했다.

제주시는 이 주차장을 통해 동부지역의 교통난을 없애고, 동부 외곽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주차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지난 6월 21일 개방을 시작했다.

그러나 개방 이후 두달이 넘어선 현재, 당초의 포부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이용률은 초라함 만을 안긴다.

# 124면 주차장에 카풀 이용차량은 몇 대?

주차장은 당초 취지에 맞게 '카풀'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을까?

8일 오후 3시 카풀주차장을 지키고 있는 차량은 총 25대.

이중 연락처가 적혀있는 차량 17대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어떤 목적으로 주차를 했는지 물었고, 이에 10명의 차주가 연락을 받아 응답했다.

그런데, 10명의 차주 중 '카풀' 용도로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그 외에는 지역주민이거나 인근에 볼 일이 있어서 그냥 주차장으로 이용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거나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을 포함한다면 카풀 이용자가 더 많을수는 있겠으나, 여러 정황상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여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시간대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카풀 경력이 벌써 2년째라는 성산읍 소방공무원 강성근(40)씨는 아침시간대 카풀을 이용하는 팀도 많아봐야 2~3팀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역주민이라도 주차장을 잘 활용하면 괜찮치 않겠느냐는 의문이 들수도 있겠다.

하지만 카풀주차장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바로 옆 부지에 200~30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주차장은 바로옆에 위치한 대형교회인 Y교회의 부지로 평상시에는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으로 개방해 놓는다.

덕분에 평소에도 항상 넉넉한 주차공간이 확보돼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공적자금을 들여 조성한 카풀 주차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영주차장의 역할만을 나눠서 감당한다면 비난여론에 부딪힐 여지는 충분하다.

# 여기가 카풀주차장? "전혀 몰랐네"

재미있는 점은 제주시내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커녕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인근주민들도 이 주차장의 용도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100걸음이 채 지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주차장이 넓어진줄로만 알았지 카풀의 용도로 활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Y교회의 교인들도 카풀주차장의 유무를 인식하지 못했다.

Y교회의 교인 채정현(26)씨는 "교회에서 새로 조성한 주차장인줄 알고 있었지 카풀 주차장이라는 것은 미처 생각치 못했다"고 말했다.

어쨋든 주차장 사면에는 '카풀주차장'임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반 공영주차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안내판의 모양새는 쉽게 눈길을 끌지 못한다.

바로 옆에 조성된 공영주차장의 안내판과 비교해봐도 조금 깔끔하다는 정도밖에는 색감이나 크기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안내판은 이미 주차장임을 알고 있는 지역주민이나 주차장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바로 지척에 두고 살면서도 주차장의 용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 카풀주차장 홍보...공공기관 공문에 그쳐

지역주민뿐만이 아니다. 동부지역에 일터를 마련한 잠재적인 이용자들도 카풀주차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표선면에 있는 한 의원을 직장으로 둔 배정국(26)씨는 회사직원들과 매일 카풀로 출.퇴근하지만 카풀주차장이 마련돼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병원 식구들은 물론 인근지역에서 일하는 제주시 거주자들도 잘 모르고 있다"며 "카풀을 위해 일일히 각자의 집을 찾아가야 되는 상황이라 불편함을 겪어 왔는데, 주차장이 따로 조성돼 있다면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두 달여간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왔다는 제주시의 설명에 미뤄보면 수긍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제주시의 홍보 방법에서 헛점이 드러났다.

제주시는 카풀주차장이 마련된 이후 관공서와 지자체, 학교를 중심으로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뿐 이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는 별다른 홍보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을 통해 설명을 했다는 것이 제주시의 설명이다.

배포했다는 보도자료 조차 주차장 조성 직후 배포한 자료, 단 한번에 불과했다.

앞으로 어떤 홍보 방법을 취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도 '공문'과 '홍보'를 골자로 한 '노력하겠다'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할 시민들에 대한 홍보와 소통은 아직도 요원한 듯한 모습이었다.

# 주차장 위치, 일부러 찾아오기는 애매한 거리

일각에서는 입지여건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 카풀 주차장은 동부지역 교통로의 중심인 번영로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구도심 지역에 살고 있는 이용객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신제주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카풀주차장까지 오는 것도 큰 일이라고 호소한다.

신제주권 거주자들은 주로 연삼로, 또는 연북로를 통해 구제주로 넘어와 번영로로 코스를 갈아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한참을 내려와야 하는 카풀주차장의 위치는 일부러 찾아가 이용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계륵'과 같은 상황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신제주권 거주자들은 제주시 봉개동에서 모여 인근 공터에 차를 세우고 카풀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휴일이면 대형교회 주차장 전락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주차장의 위치가 제주지역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규모의 Y교회와 딱 붙어 있다는 것.

교회의 수용인원에 비해 인근 지역 주차장이 이를 소화해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일요일이나 교회의 큰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옆 공영주차장은 물론 카풀주차장까지 차량이 가득 메운다.

카풀로 이용하고자 해도 일요일에는 가득 메운 주차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에 대해 Y교회 홍창원 사무국장은 "처음 주차장이 조성됐을때는 교인들에게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지금은  지역주민들과의 마찰로 어쩔 수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멀쩡히 비어있는 주차장을 놔두고 왜 교인들이 주택가에 차를 세워놓느냐는 지역주민들의 항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카풀주차장을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 부지의 공영주차장도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방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 밥상 차려놔도...아직 '눈칫밥'

카풀 주차장이 조성되기 이전에도 그 효율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많은 이들이 카풀을 생활화 해 왔다.

이들은 제주시 일도지구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주차장을 기점으로 카풀을 주로 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눈칫밥을 먹었지만 하나로마트 측도 고객 유치 차원에서 주차장 한켠을 비공식적으로 내주고 카풀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아직도 하나로마트 공판장 뒤쪽 한적한 주차장을 찾아가면 카풀로 이용하는 차량들을 목격할 수 있다.

지금은 막상 이들을 위해 차려놓은 밥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게끔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홍보의 시급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볼 수 있다.

제주도정이 부르짖는 친환경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약,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카풀.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많은 공적예산을 들여 멋진 주차장을 조성해 놓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카풀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개혁돼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전에 선행돼야 할 행정상의 과제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에프킬라 2010-09-15 00:42:15
왜냐하면 기자님의 주관적인 거리의 개념을 적용하신 것 같아서요.
저 같이 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잘 모르겠어요.;

에프킬라 2010-09-15 00:41:27
왜냐하면, 공직자는 카풀주차장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로
해석이 되네요.
그리고 주차장 위치가 찾아오기 애매한 거리라고 했는데
이것 또한 논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에프킬라 2010-09-15 00:40:42
그리고 공직자와 시민의 구분이 매우 모호한 것 같습니다.
그 구분의 의미가 뭔가요?
단순히 홍보의 문제로 구분했다면 좀 논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에프킬라 2010-09-15 00:39:55
결론적으로 행정이 사전에 이용실태조사도 없이
무조건 조성했다는 것인데,
정말 그렇다면, 홍보의 문제보다는
행정의 사업처리능력이 더욱 문제인 것 같네요.
5억이 아깝네요.

에프킬라 2010-09-15 00:38:52
제주지역에서는 어떤 직종이 카풀을 많이 이용하고 있나요?
카풀 주차장을 조성할 때, 어떤 부분들을 봐야하나요?
기자님의 말처럼 대부분의 카풀족(?)들이
봉개동이나 농협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