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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함'의 논란, "왜 그토록 서두르는가?"
'촉박함'의 논란, "왜 그토록 서두르는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09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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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군기지 갈등해소 로드맵 제시에, 도의회 '딜레마'
"어떻게 20일 내 결정?"...그러나 '강력한 제동'은 없어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한 갈등해소 추진 로드맵 제시를 강력히 요구해온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9일 제주도로부터 이의 추진계획을 보고받은 후에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 추진계획에 강력히 제동을 걸지도, 그렇다고 동의도 하지 않았다.

다만, 추진계획의 각론적 부분에 있어 문제를 제기하는 선에서 업무보고를 받음으로써, 앞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제주자치도는 이날 오전 11시 열린 제주도의회 해군기지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위원장 현우범) 제2차 회의에서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갈등해소 추진계획을 밝혔다.

일명 갈등해소 로드맵이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제안한 제주 해군기지 '조건부 수용안'을 전격 수용하는 한편, 새로운 입지 선정작업을 1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실시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새로운 입지 선정 후보지로는 남원읍 위미1리와 안덕면 화순리 두곳이 제시됐다.

이 두 곳에 10일 중 공문을 발송해 해군기지 유치의사를 묻겠다는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공문에서 1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를 해당 2개 마을의 주민 의사결정을 기간으로 정하고, 그 기간 중 주민총회를 거쳐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이러한 로드맵에 대해 의원들의 반응은 크게 3가지로 제시됐다.

먼저 '20일간의 기간'이라는데 방점을 찍고 시기적 촉박함에 대한 우려다. 두번째로는 왜 제주 전 지역 혹은 해군의 사전 타당성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8곳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2곳을 대상으로 선별했는가 하는 의구심의 피력이다.

세번째로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일련의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서 이러한 재입지 선정은 형식을 중시한 모양새 갖추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내 급박하게 결정하려는 진짜 이유는 뭔가?"

첫번째 시간적 촉박함과 관련해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오전 회의에서 한번씩 질의를 하고 끝낸 후, 오후 2시 속개된 회의에서는 대부분 이 '시간적 촉박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집약됐다.

국민참여당 박주희 의원은 "왜 이리 서두르느냐"면서 "오늘 보고하고, 바로 내일 (2개 마을에) 공문을 보내 해군기지 유치의사를 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신속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급박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처럼 급박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정성 있고 공정성 있게 갈등해소 추진이 되겠느냐 하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고 말한 후, "급박하게 추진하려는 이유가 혹 해군기지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 아니냐"며 이번 일정계획에 있어 해군측과의 내부 조율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제주의 역사가 걸린 문제"라며 "일정을 계획하고 추진함에 있어 진정성과 투명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문 교육의원은 "바로 내일 공문을 보내서 10월2일까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면서 서둘러서는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바로 어느 곳을 해군기지로 할 것이냐 하는 논의를 하기에 앞서, 군사기지라는 것이 과연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전체적 맥락에서의 논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이미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정리하면서 결정해야지, 앞으로 20일 이내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제주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회에서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공식요청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공문 하나 보내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최근 해군기지 관련예산 추가 투입이 이뤄졌다고 밝힌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그는 "법적인 문제도 남아있고, 또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제주에 대한 지원문제 등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모두 마무리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공문을 보내면 해군측에서도 뭐라 하겠나"라며 "이번에 제주도가 서두르는 것은 해군기지 내년 예산 반영문제 때문에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꼭 올해 해군기지 예산을 반영해야 할 이유가 있나"라며 "왜 해군측의 일정만 쫓아가나"라고 질타하며 이번 로드맵의 일정이 해군측 일정과 맞물려 있음을 암시케 했다.

한나라당 손유원 의원도 시간적 촉박함에 문제를 제기했다.

손 의원은 "최종 결정일은 10월5일로 정했는데, 2개 마을에 주민의사를 결정하라는 날은 10월2일이다. 만약, (2개 마을이 모두 유치의사가 없어) 강정마을로 결정해야 한다면, 주말휴일을 고려하면 결국 10월4일 하루를 갖고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10월5일을 결정일로 정한 것은 너무 촉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황인평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오히려 주민의견 수렴기간을 길게 가져나가는 것이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어 이렇게 정한 것"이라며 "이 문제가 오래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기간만 가져가더라도 충분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후보지, 왜 2곳으로 사전 압축했나?"

두번째, 당초 강정마을에서 제안한대로 제2의 후보지 대상이 제주 전역이 아닌 화순리와 위미리 2개 마을로 선별된 것에 대한 의구심도 집중적으로 표출됐다.

제주자치도는 업무보고를 통해 제2의 후보지 선별은 해군이 지난해 밝힌 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된 입지 타당성 조사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을 보면 최초 8개소 마을을 대상으로 검토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에서는 애월읍 고내.신엄리, 한경면 고사리, 서귀포시에서는 남원읍 위미리, 대천동 강정마을, 안덕면 화순리, 성산읍 온평리, 표선면 토산리 등이다.

입지타당성 조사 결과, 강정마을(1위)과 위미1리(2위), 화순리(3위)가 우선대상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에따라 위미와 화순이 이번 후보지로 선별된 것이다.

황인평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업무보고에서 전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형식을 갖지 않고 2개 마을을 자체 선별해 제안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강정마을회 제안내용을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는 뜻에서 마을에 직접 제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입지타당성 조사의 실효성은 해군의 군사전략적 판단 하에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기존의 해군 선정결과를 존중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주희 의원은 "2개 지역으로만 국한되어서 공문이 발송되는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경진 의원도 "강정마을에서 제안한 내용은 8개 전체 마을을 대상으로 해 해 달라고 한 것인데, 왜 위미리와 화순리 두곳으로 압축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속전속결 절차진행, 짜고 치는 고스톱?"

세번째, 일련의 절차가 '모양새' 갖추는데 급급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강하게 표출됐다. 이른바 이번 로드맵에 대한 '진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윤춘광 의원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해를 받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문 의원은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원인을 점검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제주도의 로드맵은) 새롭게 발생할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논란을 피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절차만 가져나가자는 의도, 즉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며 "입지타당성 조사를 통해 대상마을을 선정해야 하는데, 형식적 절차만 가져나가려 한다면 오히려 갈등을 재발시킬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갈등원인을 제대로 찾으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제대로 갖춰달라"며 "입지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조사도 이뤄져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안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제주도의 계획에는 이런 것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황인평 부지사는 이에대해 "기정사실화한 것이 아니다"며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강창수 의원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해군기지 갈등해소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해군기지 발전계획 등의 예산은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중앙에 가면 해군기지 얘기를 해도 답변을 피한다는 애기를 들었다"면서 "국회의원 3명에게 역할을 주고 도와달라고 제주도에서 공식 요청하라"고 주문했다.

#각론적 문제제기 '무성'...그러나 '로드맵'에 제동 걸지는 않아

회의를 마치면서 현우범 위원장은 "오늘 의원들이 제한한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서 새로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제시한 2개 마을의 후보지 선정대상 확정, 그리고 10일부터 20일간 시작되는 주민의사 결정 기간, 10월5일 최종 후보지 결정 기간 등 일련의 로드맵에 대해 도의회는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았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제기만 이뤄지면서, 앞으로 이의 진행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

제주자치도는 '도의회 협의'를 마쳤다는 명분을 갖고, 로드맵에 따른 일련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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