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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동굴 호수서 동굴성 어류 첫 발견
용천동굴 호수서 동굴성 어류 첫 발견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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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피부색 4-7㎝ 크기, 호수 모래 바닥에 서식
퇴행성 진화 진행...우리나라 최초 동굴성 어류로 추정

세계자연유산 제주 용천동굴 호수에서 동굴성 어류가 서식하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본부(본부장 오익철)는 최근 비공개동굴인 용천동굴의 신비로움을 HD 영상으로 담는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에서 호수 내부 수중촬영을 통해 동굴성 어류를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촬영은 KBS 환경스페셜 팀이 맡아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 이뤄졌다.

이번에 확인된 어류는 총 3개체로, 망둥어과에 속하는 미확인 종으로, 주둥이가 뭉툭하며, 길이는 4~7㎝에 몸은 가늘고 길며 머리가 크고 납작하다.

눈은 퇴화되어 검은 형태를 띄고 피부 속에 함몰돼 있으며, 몸 색깔은 투명(혹은 핑크색)한데 몸속 색소포가 소실(결핍)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모래로 된 호수 바닥에 서식하며, 일반 어류와는 달리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유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을 경우 가라앉는 특징으로 볼 때 부레가 퇴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천동굴 호수가 사실상 오랜 시간동안 외부와 격리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견된 어류는 동굴 내부에서 퇴행성 진화가 진행된 신종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동굴 어류가 발견된 적이 없어 우리나라 최초의 동굴성 어류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병직 박사 등 전문가 자문에 따르면, 이와 같은 동굴 어류는 일본 시네마현 동굴에서 최초 발견됐으나 현재 멸종됐다.

1968년 나가사키현 동굴 호수에서 비슷한 어류가 발견됐으나 이후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2005년도에 다시 발견, 현재 10개체 밖에 없는 매우 희귀한 어류로 생물학적 정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정호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동굴이나 지하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어류에 대해서는 연구된 적이 없어 이번 용천동굴 어류 서식은 우리나라 어류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촬영된 동영상만으로는 신종인지, 변종인지 등 확실한 종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채집 등의 추가 조사를 통해 개체수, 먹이생물, 산란 등 생물학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문했다.

한편 이번 촬영에서는 호수 바닥 모래에 갑각류로 추정되는 발자국 흔적들이 함께 발견됐으나, 이 발자국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용천동굴은 총 길이 3400m의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탄산염 생성물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장식돼 있어 전 세계 동굴 전문가들에게 세계 최고의 동굴로 찬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굴 내부에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토기와 철기 등의 고고유물과 전복껍질, 동물뼈, 목재 등의 자연유물들이 다량으로 발견돼 역사 문화적 가치도 높다.

이번에 호수 내부에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동굴성 어류가 서식하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용천동굴은 신비의 동굴로서 그 가치를 입증하게 됐다.

오익철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은 "앞으로 문화재청과 수중 조사 여부를 협의한 후 향후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호수에 서식하는 어류의 개체수와 다른 종류의 분포 여부를 파악, 정확한 종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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