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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까지...", 청원경찰은 왜 학교에 갔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청원경찰은 왜 학교에 갔나?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9.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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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학생안전강화학교' 청원경찰 배치 따른 우리 사회의 과제

초등학생 딸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학교에 경찰 아저씨들이 왔는데 총 들고 서 있어요. 매일매일 그럴거래요. 왜 그래요?"

그러자 엄마는 "응,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 딸을 나쁜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려는 거야"라고 말했다.

'왜?'를 달고 사는 딸은 "나쁜 사람들? 누가 왜 나빠요? 경찰 아저씨는 왜 총을 들고 있어요? 왜 우리를 지켜요?"라는 질문을 퍼부었다.

엄마는 "그건 말이야..."라며 말문이 막혔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를 대신 답했다.

교과부는 지난 1일 아동 대상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전국 1000곳의 초등학교를 '학생안전강화학교'로 지정해 발표했다.

이들 1000개의 초등학교는 재개발지역, 다세대가구 밀집지역, 유해환경 우범지역 등 이른바 '고위험 노출 초등학교'다. 제주에서는 16개 초등학교가 지정됐다.

학생안전강화학교에는 무기 휴대가 가능한 청원경찰이 배치되고, 자동개폐문이 설치돼 학생들은 전자 학생증을 찍어야 출입할 수 있다.

해당 학교에는 경비실이 들어서고 출입자동보안통제 시스템도 구축된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해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조치다.

이번 조치에는 어른들이 저지른 아동 대상 성범죄를 어른들의 손으로 예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바람직한 부분이다.

그러나 "어쩌다 학교에 청원경찰까지 들어서게 됐을까", "어쩌다 사회가 이 지경이 됐을까"라는 푸념섞인 후회가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눈에서 이번 조치를 바라보면 그 의미는 더욱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은 출입자동보안통제 시스템의 보호 아래서 통제된 초등학교 생활 6년을 보내야 한다.

무기를 들고 학교를 지키는 청원경찰들에게 "우리 학교 잘 지켜주세요"라는 인사를 매일매일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으로부터, '왜' 지켜야 하는지는 모르는 채 '어른들이 시키니까' 이같은 통제 시스템을 따라야만 한다.

일부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 불신, 반감 등이 싹트게 될지도 모른다.

'나쁜 어른들 때문에 이러는 거야'라는 식의 교육은 아이들을 100%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예방 방법 등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다.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시킬수 있는 '쉬운'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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