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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만 확보하면 장땡?', 불용예산 "눈덩이"
'예산만 확보하면 장땡?', 불용예산 "눈덩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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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산 불용액 '1234억원'...저소득층 사업도 '불용'
"초긴축 예산 편성했다면서, 불용액 왜 이리 많아?"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집행 과정에서 예산을 편성했다가 집행하지 않기로 보류한 예산을 의미하는 '불용액'이 무려 1234억624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용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용재원이 모자라 신규사업이나 민생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긴축적으로 가져나가겠다던 예산편성 취지도 크게 퇴색됐다.

제274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1차 정례회에 상정된 2009년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 결산검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용액 규모는 일반회계에서 634억4161만원, 특별회계에서 597억4429만원에 이른다.

총 1234억원이 당해년도에 집행되지 못하고 '불용'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회계 예산의 2.2%, 특별회계 예산의 10.58%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의 경우 어려운 경제상황과 열악한 재정여건 때문에 초긴축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불용액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효율적인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예산의 경우에도 불용처리된 예산이 많아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실제 서귀포시에 편성된 예산 중에서는 행려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을 목적으로 편성된 3200만원 중 절반에 가까운 1324만원이 집행되지 않고 불용 처리됐다.

사회적 일자리사업인 '아이 돌보미' 사업에서도 당초 500만원이 편성됐으나 65%만 집행됐고, 나머지 176만원을 불용 처리됐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예산 786만원의 경우 90%에 달하는 707만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위기가정 긴급지원 예산의 경우 3억8000만원이 편성됐으나 31%에 이르는 1억1709만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차상위 계층에 양곡을 할인지원해주기 위한 예산도 1억7500만원이 편성됐으나 5539만원이 불용액으로 처리됐다.

장애아동 재활치료비 2억4000만원도 34%에 이르는 8248만원이 집행되지 못하고 불용처리됐다.

제주시에 편성됐던 예산 중에서도 다문화가족 지원 9900만원 중 3670만원이, 저소득 한부모 가족 세대주 직업훈련 생계비 3600만원 중 1523만원이,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금 906만원 중 328만원이 집행되지 않고 불용처리됐다.

불용액 발생사유로는 예상 인원에 비해 국비가 과다하게 배정됐거나, 지원대상 수요의 감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일반사업 예산에서는 사업추진과정에서 계획을 변경하거나 사업취소 등으로 불용액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분야 예산 외에도 일반 현안 사업비에서도 불용액이 대거 발생하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최초 예산편성 과정에서 사업별 검토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을 사게 한다.

특히 예산편성과정에서 실.국 및 사업소별로 '일단 예산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사업계획 들이밀기 관행이 불용액을 발생시키는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두번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됐음에도, 집행잔액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에 대한 사업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전에 철저한 사업비 검토로 적정예산이 편성됐더라면, 민생사업 등에 예산을 좀더 편성하고 가용재원의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었으나 불용액으로 처리되면서 예산운용의 탄력성을 스스로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지난 3일부터 지난해 제주도의 예산결산안을 심사하고 있는데, 오는 14일 전년도 예산안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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