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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은 제주도 인사
말도 많은 제주도 인사
  • 미디어제주
  • 승인 2010.09.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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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통한 낙마(落馬)는 공직 인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공직자를 널리 구하고 등용하는 인사권자의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직인사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와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날카로워 졌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직을 담당하는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교훈적 사건이라 할 수도 있다.

권력자가, 인사권자가, 제 마음대로 공직인사를 주무르는 관행적 인사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동이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낙마를 부른 것이다.
 
민선 5기 들어 처음으로 제주도가 실시한 여러 인사에 대해 말이 많다. 도지사 후보시절,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주요요직을 모두 꿰찼다. 제주시. 서귀포 양대 시장. 환경부지사, 정책보좌관, 심지어 정치색깔이 탈색되어야 할 문화예술재단이사장과 차관급인 발전연구원장, 그리고 서귀포의료원장, 관광협회상근부회장 등 주요 직책에 모두 우근민 후보를 도운 사람들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최근 제주도가 도 감사위에 감사를 의뢰해 감사가 실시된 도 개발공사장, 그리고 하이테크산업원장 자리에 누구누구가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서귀포의료원장에 발탁된 오씨는 우 지사가 총애하는 인물이다. 그는 정년퇴임 6개월을 앞두고 사직, 우 선거 캠프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3년 임기의 의료원장에 취임함으로서 2년6개월을 더 재직하게 됐다. 의사 출신이 아닌 전직 공무원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의료원장 공모방식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공모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를 냄은 물론 신문공고를 내 다수인이 응모토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는 도 자체의 인터넷 공고만으로 간단히 갈음했다. 공모사실조차 그 흔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는데 오씨 1명만이 응모, 자동적으로 그녀를 임명했다는 게다.

제주도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충청남도는 서산 의료원장을 공모했는데, 공모 광고를 지방일간지는 물론 중앙 일간지에까지 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충남처럼 신문에 공모를 내는 것이 관례여서 제주도와는 대조적이다.
 
앞과 같은 여러 자리를 놓고 제주도는 공모를 했지만 결국 모두 우지사 선거캠프 인사들에게 낙점됨으로서 내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공모라는 형식만 거쳐 결국 ‘순진한’ 응모자만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여론이 따갑다.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직접 맘에 드는 사람을 인선했어야 했다는 게다.
 
우 지사는 최근 공무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대통령도 당선되면 선거 때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요직에 임명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뭔가 잘못된 해석이다.
 
원래 미국에서는 '엽관제'(獵官制. Spoil System)''라고 해서 당선된 대통령이 측근들을 요직에 임명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에서 승리한 팀이 전리품을 나눠갔는다는 의미로 엽관제  인사란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엽관제는 주로 정무직에 해당되는 자리에 선거참모들을 임명하는 것이다. 정치.행정.외교. 통상무역, 과학기술, 국방 등 국정분야가 넓디넓고 특수전문가가 필요한 중앙무대에서 이런 엽관주의가 적용될 소지는 커진다. 하지만 지방행정을 주로 하는 제주도 같은 좁디좁은 지역에선 이런 엽관주의를 꼭 이번처럼 ‘넓은 폭’으로 적용해야 할런지?
 
당초 미국에서 탄생한 엽관제는 1881년 엽관제를 만든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엽관운동에 실패한 자에게 암살당한 후 1883년 ‘펜들턴법’이 통과되어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이 이뤄질 때까지 시행돼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입혔다는 게 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행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선거때 자신을 지지한 이들로 하여금 요직을 맡게 함으로서 안정되고 통일된 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실인사’ 라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엽관(獵官)이란 말이 ‘관직을 사냥한다’는 의미로 ‘전리품은 승자의 손에’ 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선거때마다 요직에 인사가 바뀜으로서 국가(지방)의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어렵다는 단점이 많아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에 반대되는 실적제(Merit System)인사 제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형편이다.
 
우지사가 취임후 처음 실시한 8월 인사에서 옛날 ‘우파’ 인사들이 요직을 상당수 꿰찼다. 김태환 도지사 때 주요 인사들은 추풍낙엽처럼 도정 전면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래서 공무원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도지사 후보를 미리 파악해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잘못하면 4년간 찍혀 승진은커녕 한직이나 말단 사업소에나 배치되기 일쑤다. 잘못 줄 서거나 선거운동 안하면 승진은 끝난다는 생각을 갖는 공무원들이 세월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랫동안 도청 등 행정기관을 출입하며 취재해온 필자는 요즘 이런 문제에 상도(相到)하면 고민이 커진다.
 
지난 8월 퇴직한 김모 서기관은 떠나면서 도청 내부전산망에 글을 올렸다. 도청에서 사무관을 단지 만 15년 되서야 가장 늦게 서기관이 된 그다. 그는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당선될) 도지사 선거운동에 미리 개입해서 사무관이 된지 7-8년만에 서기관으로 고속 승진하는 후배들, 그리고 도지사 주변 ‘실세(實勢)’그룹의 감시와 견제를 받으며 마치 독재시대를 민주투사들이 암울했던 시대로 기억하듯이 생각난다. 그만둘 생각도 몇 번이고 했다”고 적었다.

도청을 오래 출입하며 필자가 관찰한 그는 육사를 중퇴하고, 과묵하고 자존심도 강한 대신 사교성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업무에는 철저한 공무원이었다.
 
지난 6.2 도지사 선거운동 때 우 지사(후보)를 도왔던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청탁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도청주변과 측근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우 지사를 도왔다 해서 ‘한 자리’ 노리거나, 도(道)나 시(市)가 발주하는 공사 몇 건 따려는 사람은 진정 우 지사를 돕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목적으로 그가 우 지사 선거운동을 도왔다면 그것은 반대급부(보상)를 노린 ‘상행위’ 에 다름 아니다.
 
우 지사를 좋아한다면 당선된 사실로 만족해 ‘이상야릇한’ 이런저런 건(件)을 청탁하지 말고 자유롭게 놔두는 게 그 분을 진정으로 돕는 일일 게다. <임창준 /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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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2010-09-06 13:30:15
제주지역 문제를 냉철히 보는 이런 글을 자주 올려주세요. 감사

하늘 2010-09-06 11:36:24
이 좁은 제주에 살면서 이렇게 줄서기 안하면 한 자리 노릴 수 있나요?
영혼 없는 공무원은 그래서 더 양산되고...15년 외길 걸어간 사람보다 한 방에 앞설 수 있는 기회가 이 선거공신이라니? 웬 불로소득?

지지자 2010-09-04 14:22:10
암기자 글 참조읍니다. 동네에서 우지사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 이렇게 선거참모끼리 떡반갈라먹듯 존 자리차지하면 우지사가 그냥 조아서 순수하게 지지한 나같은 사람은 멉니까. 선거참모덜,표 얼마나얻어욋나?

시민 2010-09-03 23:39:58
제주도민여러분 4년 금방 갑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를 ........
화이팅

시민 2010-09-03 23:33:55
별소리를 다하십니다
지사옆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거를 왜몰라
도청을 자주 다녔으면 그정도 아셔야지요
지사님을 순수하게 응원한분들을
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