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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소 말로만 하나? 로드맵은 왜 없어?"
"갈등해소 말로만 하나? 로드맵은 왜 없어?"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9.0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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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도의회 해군기지특위, 첫 업무보고에서 표출된 시각
"공사중지 요청, 왜 구두로만?", "해군기지 제동 권한도 몰라?"

1일 공식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해군기지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위원장 현우범)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이 해군기지 갈등해소에 대한 '실체적 행보'가 없는 점을 집중 질타를 했다.

오후 3시 시작해 2시간 여동안 진행된 업무보고의 질의응답에서 의원들은 민선 5기 도정이 갈등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갈등해소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업무보고에는 황인평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고창후 서귀포시장, 황용남 제주특별자치도 해군기지 갈등해소 추진단장 등이 출석했다.

#황인평 부지사 "강정마을 제안, 투명성과 진정성 갖고 처리"

황 부지사는 업무보고에서 지난달 17일 주민투표를 통해 강정마을이 '조건부 수용' 제안을 한 것과 관련해, "미리 목표를 정하거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추진하는 한편, 신중에 신중을 기해 균형감각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도의회와 의논하고 폭넓은 도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또한 강정마을 제안을 투명성과 진정성을 갖고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부지사의 업무보고는 구체적으로 강정마을 제안내용에 대한 수용여부, 그리고 앞으로 갈등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세부일정이 담겨있는 로드맵 등이 제시되지 않아 의원들의 궁금증을 풀어내지는 못했다.

#첫 업무보고, 특위 의원들의 반응은?

의원들이 지적한 사항은 크게 3가지.

우선 지난 8월 제주도와 도의회가 정책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해군기지 공사중지 요청'이 아직까지 문서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두번째는 제주도정이 해군기지 갈등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이에따른 구체적 추진일정 등의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과, 강정마을의 '조건부 수용' 제안에 대한 수용여부 미결정 문제다.

세번째는 제주도정이 진정성있게 갈등문제를 풀고, 해군의 일방적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주도의 '권한'에 대한 사전 파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식 "정책협의회 공동합의사항 '공사중지', 왜 공문 하나 안보냈나?"

첫 질의에 나선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은 지난 8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민선 5기 출범 후 첫 정책협의회를 갖고 공동으로 합의한 사항 중 하나인 '해군기지 공사중지 명령 요청'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를 끄집어 냈다.

강 의원은 "정책협의회에서 도와 도의회가 공동으로 해군측에 공사중지 요청을 하기로 해놓고, 아직까지도 공문 한장 보내지 않았다"면서 "공식 입장은 공문을 통해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도정에서 한 것은 고창후 시장이 가건물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황인평 부지사는 답변을 통해 "구두로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에게 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얘기를 존중해야 한다고 전달했다"며 "해군에서는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냐'고 말했는데, 실질적으로는 (공문 전달이) 집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창수-박주희 의원, "갈등해소 구체적 추진계획 없소?"

정책협의회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문제와 더불어, 제주도정이 갈등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강창수 의원은 "(해군기지 갈등해소) 추진단이 출범한 후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자료가 나온 적 있느냐"면서 "업무보고서에는 그동안 추진했던 많은 내용들이 나와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민하는 과정도 투명해야 하고, 앞으로 우리가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지사의 고민사항, 서귀포시장의 고민사항, 의원들의 고민사항 등이 투명하게 소통돼야 하고, 진행되는 과정이 공개돼야 한다"며 "(향후 추진일정 등이 없다는 것은) 소통의 문제"라고 질책했다.

강 의원은 "지금 강정마을 주민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는데, 고민하는 과정도 투명하게 가져가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참여당 박주희 의원은 "제주도정이 갈등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나, 진정한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지난 절차적 문제에 대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절차에 대한 규명이라든지, 갈등원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진정한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사전 진행된 절차에 대한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그 이후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다른 지역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사가 추진되어 버린다면 헛수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국방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하며, 제주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내라"고 주문했다.

#김경진-손유원-강경식 "강정주민 제안서, 왜 아직까지 검토결과 없나?"

강정마을에서 '조건부 수용' 제안을 한지 수일이 지났지만, 제주도정이 아직까지 명확한 수용여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질책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경진 의원은 "강정 주민들이 제안서를 만들기까지의 고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안서에 대한 어떠한 발표가 없고, 제안서에 대한 검토보고가 없는 것은 가만히 있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정은 빠른 시간안에 안을 줘야 한다"며 "그러한 행위가 조속히 이뤄져야만 도민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손유원 의원은 "해군기지 문제를 질질 끌어서는 엄청난 갈등을 야기시키고 걸림돌이 생긴다"며 "강정주민들이 굉장한 진전 방안, 상상도 못할 진전 방안을 내놨는데, 도정은 성의 있게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강경식 의원도 다시 이에 가세했다.

강 의원은 "(강정 주민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의회 차원에서는 갈등해소 특위가 만들어졌고, 도에서도 갈등해소 추진단이 만들어졌는데, 지켜보는 과정에서 7월1일 이후 도정이 과연 책임있는 행보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해군기지 시설 공사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공문 하나 보내지 않았다"면서 "우근민 도정이 지난 김태환 도정 때 처럼 정부나 해군측에 끌려가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지사가 직을 걸고서라도 해군기지를 막겠다고 해야 문제가 풀릴텐데, 자꾸 건의하고 부탁하는 방법으로는 안된다"며 "확실한 의지를 갖고, 책임성을 갖고, 민선 지사로서 의지를 보여야만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문 의원 "해군 일방적 강행 제동 걸 '권한' 뭐가 있나?"

이어진 질의에서 이석문 의원은 제주도정의 '권한 행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 의원은 "도정은 갈등을 해소하겠다며 나서고 있는데, 해군은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며 "최소한 제주도가 갖고 있는 권한을 행사해 제동을 걸어야 진정성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제주도가 갖고 있는 권한이 없다면, 어떻게 국가를 상대로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최소한 지사께서 갈등해결에 나서겠다고 했으면, 실무진에서는 국가 혹은 해군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도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일침을 넣었다.

이 의원은 "적어도 어떤 권한을 갖고 행사한다고 해야, 도민들도 도정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히 남은 절차에 따른 제주도의 권한을 파악해 적극적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황인평 부지사는 이에대해 "건축법 등 남은 절차에서 제주도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 보겠다"고 답했는데, 그러자 이 의원은 "그것도 파악 안하고 이 자리에 왔느냐"며 크게 질책했다.

#고창후 시장 "현재 남은 절차로, 해군기지 건설 강행 통제할 권한 거의 없다"

절차적 문제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표출됐다.

이석문 의원은 "지난 국방부 상대 소송에서 재판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재판결과를 그대로 따를 것이냐"며 남은 행정절차가 뭐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황 부지사는 "환경영향평가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으나 결론이 가려졌고, 이제 남은 행정적 절차는 해군기지 대상마을을 지정하면 특별법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주관이 돼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걸 수립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재판결과에도 불구하고 보상금 지급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들며 고창후 서귀포시장의 의견을 물었다.

고창후 시장은 "현재 해군은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며 "남아있는 절차로 봤을 때, 해군의 기지 건설 강행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처리,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지난 행정절차의 문제와 관련해 강경식 의원은 당시 변호사로 활동했던 고창후 시장에게 절대보전지역 동의안 처리의 정당성을 물었다.

강 의원은 "당시 고 시장은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처리가 월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고 시장은 "(당시 변호사로 활동할 때)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부결된 안건이 다시 도의회 같은 회기에서 처리되면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량권 남용이 있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 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주당 윤춘광 의원은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절대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제주도가 앞장서서 투쟁하는 모습 보여줘야 도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현우범 위원장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중재자' 역할만 한다고?"

한편 회의 끝무렵에 현우범 위원장이 나서 도정을 크게 나무랐다.

현 위원장은 "도의회도 특위를 구성해 적극 나서고 있는데, 제주도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아직까지 갈등해소 로드맵을 만들지 않으면서, 중재자만을 고집하는 것은 방관자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황 부지사는 이에대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우근민 도정이 끝날때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생각이냐"고 반문하며, "일정을 정해놓고 차근차근 해 나가야지, 지금처럼 막연히 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부지사는 답변을 통해 "일정을 정해야 한다면 정하면 된다"며 "현재 마음 속에 목표는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강정마을이나 관련단체에서 수용 안됐을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현 위원장은 "(일정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얘기이나, 투명스럽게 해야 하지 않나"라며 "물론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로드맵을 갖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책협의회에서 합의한 공사중지 요청이 공문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현 위원장은 질책을 가했다.

현 위원장은 "도의회는 정책협의회에서 나온 내용에 따라 특위를 만들었는데, 도는 기껏해야 전화통보를 했다"면서 "공동발표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문서시행 안헸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도의회 해군기지 갈등해소 특위에는 9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내년 7월31일까지 해군기지 갈등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으로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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