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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돕겠다던 '도우미', 또 어디갔어요?"
"날 돕겠다던 '도우미', 또 어디갔어요?"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8.3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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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노인돌보미' 이면에 나타난 일각의 '티격태격', 왜 그럴까?
돌보미 실제 운영, 일부 노인은 "섭섭"...돌보미는 "억울"

자력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노인돌보미 사업'.

지난 2007년 시행한 이래 제주시 180여명, 서귀포시 170여명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만 65세이상 노인중 가구 소득과 재산,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대상자가 선정되고, 이들에게 매월 27시간 내지 36시간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바우처 사업으로 추진중인 노인돌보미 사업은 현재 제주시에서는 이어도지역자활센터와 수눌음지역자활센터 2개 기관의 65명이, 서귀포시에서는 일터나눔지역자활센터와 오름지역자활센터, 원광노인복지센터 등 3개 기관 31명의 돌보미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노인돌보미는 노인들의 신변.활동 지원과 더불어 가사와 일상생활 지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도움을 주고 있다. 식사나 세면, 화장실 이용을 돕기도 하고 외출할때 동행하기도, 청소와 세탁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임에도 일부에서는 잡음이 들려온다. 다수는 그렇지 않더라도 수혜를 받는 노인과 돌보미 간에 티격태격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 일부 수혜 노인, "뭐가 그리 바빠서!"

굳이 깍듯한 예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살가운 반말은 오히려 반갑다.

하지만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것인지 불만이 가득찬 말투와 표정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서귀포시 농촌마을에 사는 A 할머니(73). 노인돌보미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돼 주로 병원을 이용할때 차량운행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썩 탐탁치 않다. A할머니를 돕는 노인돌보미는 할머니를 병원에 내려주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온다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치료가 끝나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본인의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집안청소 같은 힘든일을 시킨 것도 아니고...뭐가 그리 바빠서 오래 걸리지도 않을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건지..."

한두번이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 할머니는 불만을 토로한다.

하루에 노인돌보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병원을 다녀오면 하루치 서비스는 동이 난다.

불만이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이를 표현하는 노인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서비스 대상자들은 오히려 돌보미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고 한다.

흔히들 떠올리는 순박한 시골 노인들은 혹시나 내가 무슨 소리라도 하면 돌보미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런지 쉬쉬하고 있다.

"젊은 양반들이 직접 와주는 건데...그러려니 해야지..."라는 식이다.

# 억울한 '돌보미', "우리가 가정부도 아니고"

그러나, 노인돌보미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어떤 할머니는 집안의 본인 자식이나 며느리들은 손하나 까딱 안하게 하고 돌보미들만 가사일을 전담하게 한다. 돌보미 입장에서는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가정부로 변해 있었다.

또 어떤 할아버지는 돌보미 서비스를 받는 날이면 묵은 이불을 끄집어내고 빨아달라고 한다. 집안 대청소나 창고정리를 요구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김숙경 팀장은 "많은 노인돌보미들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가정이 있는 여성분들로 가장의 역할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들은 혹시나 어르신들이 불만을 가질까 시간외 근무를 하기도 한다"며 "일부 잘못한 돌보미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전체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 노인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들 중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아본 노인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의 경우 원하는 요구가 훨씬 많아진다.

노인돌보미 서비스는 하루 몇시간으로 지정된 지침이 있지만, 장기요양서비스의 경우 특별히 지정된 시간내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추가되는 시간만큼의 요금이 부과되고 그에따른 지원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은 후 노인돌보미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예전에 누구는 열심히 일했는데... 이번 도우미는 영 시원찮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노인돌보미 입장에서는 일을 하면서도 흥이날리 없다.

김 팀장은 "이용자 중심이라는 이유로 온당치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노인돌보미들이 오히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호소했다.

# 잡음이 생겨도 명확한 '지침' 없어

좋은 취지의 사회복지제도인 노인돌보미와 관련해 섭섭해 하는 노인들이 생겨나고, 억울해하는 돌보미가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적으로, 노인돌보미 운영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게 문제다.

어디까지 도움의 범위가 허용되는 것이고,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사용자 중심'이라고 명시된 말 이외에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한 노인이 집안 내부가 아닌 아파트 앞마당 청소를 부탁을 하는데 이를 들어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참 난감한 상황이다.

이용자 중심이라 하면 들어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에 대한 서비스는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굳이 들어줘야할 요구는 아닌 것이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게 설정된 지침이 섭섭함과 억울함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제주시 사회복지과의 양순화 계장은 "노인돌보미 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하는 시책"이라며 손을 대려면 국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을 표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노인돌보미 사업.

일부의 목소리이기는 하나, 섭섭함과 억울함의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면 운영방안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볼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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