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논공행상 '공신 책록'으로 오해 받는 이유는?
논공행상 '공신 책록'으로 오해 받는 이유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28 12:1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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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측근의 등용과 유관기관장 공모의 '모호한 잣대'

우근민 제주지사가 지난 27일 오후 2시 제주아트센터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해 특강을 했다.

'우근민 제주도정의 철학이해를 위한 공직자 특별교육'이란 타이틀로 진행된 특강에서 그는 취임 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사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도 당선되고 나면 선거 때 뜻을 같이 했던 사람들을 등용한다"는 말로 일련의 인사과정에서 일부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인사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선거 전략을 세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 일사분란하기도 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다.

"내가 당선되니까 물러나 있던 사람들이 복귀했다는 말을 들었다. 원대복귀가 나쁜 것인가? 아니면 뒤쳐진 것이 잘못된 것인가?"

공직자 인사문제와 관련해 우 지사가 지금까지 취해왔던 명분은 "정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업무능력을 최우선으로 꼽는다고 밝혀 왔었다.

그러나 인사가 논공행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론 우 지사의 말처럼 선거 때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은 대통령도 그렇고, 주민직선으로 이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에서도 빈번하게 있어왔던 일이다. 당연한 관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특별한 공훈을 세웠다고 인정된 사람에게 주는 칭호인 '공신(功臣)' 책록은 삼국시대 부터 있었다고 한다.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당시 녹공이 있었다고 한다. 문헌상 구체적으로 공신제도가 시행된 것은 고려 개국공신부터다. 조선시대에서도 개국이나 정란 후에는 공신이 책봉되기도 했다.

뜻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긍정적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선거 당시 구상했던 공약들을 실행하려면 그 내용을 누구보다 잘 꿰차고 있는 사람의 등용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지난 공직자 인사와 관련해서도 '측근'을 대거 발탁했다는 말이 나왔었다.

측근을 발탁하는 것 자체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다. '능력'을 평가하는 그 잣대는 다소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발탁을 하거나 질책을 가함에 있어 그 선(線)이 무엇인지 분명한 잣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선거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면 그 분명한 잣대를 갖고 상벌을 해야한다.

당선자에 우호적 연관을 맺은 공무원이든, 낙선자에 연관을 맺은 공무원이든,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거중립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공히 벌을 가해야 마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직 내부 인사야 그렇다 하더라도 공모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유관기관장의 논공행상 식 발탁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유관기관장의 인사에서도 '뜻을 같이했던 사람'의 기용이 필요했다면 '공모'라는 절차를 취하는 것은 기만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떳떳하게 내부 인사절차를 통해 '임명'을 취하는 것이 낫다.

환경부지사 발탁에서 처럼, 아예 도지사가 지명을 하고 검증절차를 밟아 나갔어야 했다.

오경생 전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30일자로 서귀포의료원장에 임용되는 것과 관련해 말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서귀포의료원장을 공모하면서 제시한 자격기준을 보면 우선적으로는 '의사'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전공의 수련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지방의료원에서 진료과장 이상의 직위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자,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원장으로 3년 이상 근무한 자,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이상의 의료경력이 있는 자 등의 자격기준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물론 말미에 보건.의료분야의 4급 이상 공무원으로 4년 이상 재직한 자 또는 병원 경영의 전문가 또는 경영분야의 전문가라는 기준도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의사'가 아닌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발탁됐다.

1988년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오 내정자는 남제주군 가정복지계장을 시작해 남제주군 사회복지과장, 제주도 여성정책과장, 보건복지여성국장, 여성능력개발본부장, 인력개발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5월 정년 몇개월을 앞두고 명예퇴임한 그의 퇴임프로필에서도 제시되고 있듯이 그의 전문분야는 '여성 및 사회복지'인 듯 하나, 공모에서 '의료원장'으로 발탁되는 기염(?)을 토했다.

공모에서 단독으로 응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의료원 경영개선에 주안점을 둔 발탁이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정기인사에서 의료원 경영문제와 관련해서는 '의료원경영개선추진단'이란 직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관기관장에 대한 개방형 공모제가, 결과적으로는 측근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는 논공행상에 대한 논란은 물론, '공모제'에 대한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선 5기 출범 초기의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우 지사의 말처럼 정말 제대로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일시적 진통인지, 아니면 논공행상에 다름없는지, 그 논란의 답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분명한 것은 인사와 상벌에 있어 분명한 '잣대'를 제시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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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지사 2010-08-30 17:55:41
지적할건 분명하게 지적해야죠
잘읽고 갑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
담엔 뭘갖고 쓰시려나 기대

방관자 2010-08-30 13:38:21
고.양.이우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구나

제주인 2010-08-30 08:36:58
그러니 현대판인간은 줄을 잘 서야 하는 것이거늘,,,, 어쩔수 없는 현실,,,,

제주도민 2010-08-30 08:33:19
당신 같아도 그랬을 것이여,,,,,

제주인 2010-08-30 08:32:20
그러니 평상시 잘 하시지,,,,, 인간은 다 똑같은것이여,,, 우지사를 욕할 필요가 전혀 없는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