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6:01 (목)
표선면 사람들은 행복전도사
표선면 사람들은 행복전도사
  • 김혜영
  • 승인 2010.08.26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김혜영 /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얼마전 모 코미디프로그램에서 행복전도사라는 자가 나와서 "강남에 빌딩이 없는 우리는 조금 불행한 거라며 행복해집시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행복이라는 기준이 부자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어서 웃음 뒤의 여운이 조금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채워도 끝이 없는 물질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서로 채우고 더 가지려고 경쟁하는 이 현실에서 갖고 있는 것을 선뜻 나누어 줄 수 있는 표선면 사람들이야말로 나는 진정한 행복전도사라고 생각한다.

'여유있는 사람만이 나누고 기부를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은 표선면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표선면 사람들은 쓰고 남은 것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고 난 다음에 남은 것을 가지고 쓴다.

일주일동안 밭일하여 모은 돈 20만원을 기꺼이 기부하시는 할머니,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내놓은 어느 모자가정 자녀의 소중한 장학금 10만원, 허름한 사글세 방에 사시는 노부부의 소중한 3만원...

나는 그때 김할머니의 눈물을 아직도 기억한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유가족돕기 성금모금으로 떠들썩 할때 밭일을 마치고 헐레벌떡 면사무소에 찾아오시고는 흙 때 묻은 돈봉투를 꺼내시며 희생된 우리의 아들들을 위해 성금해 달라며 마치 할머니의 아들이 희생이된 듯 한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기로 유명한 김할머니는 몸이 허락할 때 까지 일을 하여 모은 돈을 계속 기부 할 것이라며, 기부하고 나면 세상이 전부 자기 것 인양 마음이 그렇게 부자일수가 없다고 하셨다. 피땀 흘려 10년간 모은 돈 5백만원을 희귀난치환자들에게 기꺼이 후원하실때는 어느 부자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몇일 후면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면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연휴를 보낼 마음으로 설레이며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표선면의 추석은 남다르다. 주민생활지원부서는 표선면 주민들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후원, 기부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벌써부터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지원해주는 쌀아저씨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명절 때면 쌀 100포를 기꺼이 후원해주시는 표선리 다미진횟집,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독거노인을 위해 쌀 36포를 후원한 표선면연합청년회,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하는 사랑을 파는 굴삭기 연합회 등 정기적인 후원단체 및 착한가게들이 표선면에는 많다.

여유가 있으면 기부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이성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기까지가 힘이 들고, 감정이 다시 심장에서 발로 직접 뛰기까지는 더 더욱 힘이 드는 일이지만 표선면에는 마치 남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네 이웃을 내 몸같이 돌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표선면 주민들은 가진 것은 풍족하지 않아도 스스럼없이 줄 수 있는 정이 있기에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은 추석명절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주는 것이 그저 즐겁고 많지는 않지만 받는 것으로도 그저 고마운 마음이 바로 표선면 주민들이 나누고자 하는 사랑의 실천이 아닌가 싶다.

손은 혼자 있을 때는 차갑지만 맞잡으면 금방 따뜻해진다. 표선면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의 손들이 많기 때문에 차가운 손들이 더불어 따뜻해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닌가 한다.

따뜻한 마음의 손을 먼저 내밀어 차가운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표선면 사람들의 용기를 본받아 나 역시 바쁜 업무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따뜻한 마음의 손을 먼저 내밀어 내 마음을 살찌울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김혜영 /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 외부원고인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