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장애인 웹 접근성, 아직도 "멀고 멀었다"
장애인 웹 접근성, 아직도 "멀고 멀었다"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8.24 15: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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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포럼, 웹 접근성 조사결과 '공공기관' 수준미달
205개 조사대상 중 2개 사이트만 '우수기준' 90점 넘어

"예쁘게만 보이던 웹페이지의 플래시 하나가 장애인에게는 크나큰 벽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단순한 기호를 넘어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거듭난 인터넷. 과연 제주지역 장애인들은 이 인터넷을 통한 웹페이지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 제대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것일까?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24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장애인들의 '웹접근성'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웹 접근성이란 '사용자들이 얼마나 웹사이트를 쉽게 이용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고령자 등의 사용성을 고려한 개념이다.

지난 2008년 4월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는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규정대로 제주사회의 웹페이지들은 이를 잘 지켜내고 있는지 장애인인권포럼이 되짚어봤다.

#'우수' 2개 사이트에 불과...제주도청 등 지자체 웹사이트 '미달'

장애유형별로 비장애인, 청각장애인, 뇌병번,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으로 평가단을 구성한 장애인인권포럼은 2개월간 웹접근성 및 웹 표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후 제주지역 공공 및 민간부분 10개분야 총 205개의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의 지표로 사용된 '웹접근성 평가지표'는 웹접근성 관련 국가의 표준을 근거로 개발됐으며 콘텐츠의 전체수, 대체 텍스트 제공 수, 콘텐츠에 자막.원고.수화 등이 제공되는지, 키보드만으로 접근이나 운용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16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지침을 근거로 평가는 메인화면, 쓰기 게시판, 공지사항, 자료실, 직원 안내 등 웹페이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조사가 각각 실시됐다.

그 결과 '우수'한 것으로 판정되는 기준인 평점 90점을 넘는 사이트는 제주지방기상청, 제주세관 등 2개 사이트에 불과했다. 기상청은 95.1점, 제주세관은 93.9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다.

지자체 관련 공공기관에서는 제주시청이 86.2점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제주도청은 83.2점, 한라도서관 81.4점, 환경자원연구원 80.5점으로 극히 낮았다. 서귀포시는 10위권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웹접근성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그저그런' 관공서, '심각한' 종합병원.언론

각 분야별로 분석하면 관공서가 평균 51.4점으로 다른 분야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이 점수는 대상지역을 제주로 한정지었을때 높은 점수일뿐 전국적으로 보면 매우 취약한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또 웹 접근성에 있어 타 기관에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되고 있다.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플래시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된 종합병원 웹페이지나 신문.방송 웹페이지는 각각 21.9점과 8.1점을 기록해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제주도내 7개 종합병원의 경우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연관되는 기관임에도 너무 낮은 점수를 받아 개편의 시급성이 제기됐다.

이 외에도 평가지침 모든 항목에서 0점을 기록한 사이트도 7개나 존재해 아쉬움을 더했다.

# 시각장애인은 웹서핑 어떻게?

이어 실제 시각 장애인이 어떻게 인터넷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시연이 이어졌다.

키보드를 이용해 움직이는 포인터로 떠듬떠듬 텍스트 위에 포인터가 올라가면 음성안내시스템이 이를 다시 설명한다.

가령 한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지사항란에 포인터가 얹어지면 음성시스템이 "공지사항"이라고 설명해주는 식이다.

웹접근성에 대한 낮은 평가를 받은 사이트의 경우 이같은 음성인식 안내가 전혀 없어 사이트의 이용이 사전에 차단됐다.

#"공공기관 웹접근성 매우 심각한 수준"

장애인인권포럼의 조현기 간사는 총평을 통해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정보접근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할 정도로 제주도내 기관 사이트들의 웹접근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실태를 꼬집었다.

또 "실태조사 결과 공공 및 민간 웹 사이트들이 웹 접근성 준수 의무를 지키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자체가 확산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웹 접근성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웹상의 편의가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디자인(보편적 디자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이같이 인터넷을 사용할때 많은 고충이 있다. 사이트를 개발자 중심에서 탈피해 사용자 중심의 웹 접근성 향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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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 2010-08-25 16:12:48
이 기사 뉴스에서 봤어요.. 그냥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까요? 정부에서는 별점이라도 주면서 빨리 시행하게 만들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하루빨리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진정한 현실 2010-08-25 15:57:59
정작 이런 기사가 올려진 미디어제주 조차도 플래시에 막혀 키보드 접근이 되질 않는군요.

입으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