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얽히고 설킨 해군기지, '드디어 실타래 풀리나?'
얽히고 설킨 해군기지, '드디어 실타래 풀리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1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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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강정마을 해군기지 주민투표 실시결정의 의미와 과제
파격적 입장변화, 그들의 마음은 왜 움직였을까?

길고 길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갈등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해군기지 건설에 극렬히 반대해온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대안적 제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9일 가진 임시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대안적 제안을 채택했다.

오는 17일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 해군기지 사업부지 재선정 요구를 할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얼핏보면, 단순한 '입지 재선정' 요구를 위한 것으로 보이나, 그 구체적 제안내용을 보면 종전 입장과는 크게 달라지고 한결 유연해진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사안은 '강정을 제외한 다른 마을을 대상으로 해군기지 입지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해달라고 제주도와 의회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만약, 주민투표에서 찬성의견이 높으면 5가지 내용을 담은 이 대안적 제안서는 채택된다.

#주민투표 '제안' 채택된다면, 그 내용은?

제안서가 채택되면 강정마을회는 제주도와 도의회에 현재 해군기지 사업이 일정정도 추진된 현실을 감안해 제주도정은 강정마을을 제외하고 그동안 해군기지 후보 지역으로 거론돼 온 곳을 대상으로 입지 타당성을 조사하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역은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동의하에 선정되는 것이 원칙이나, 이미 상당부분 해군기지 사업이 진행된 현실을 감안해 이같은 요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강정마을 외의 해군기지 대상 후보지역에 대한 유치의사를 묻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해당 지역주민들이 유치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을 갖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실효성 있는 발전계획을 중앙정부와 협의해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세번째로는 강정마을 이외의 후보지역 선정은 해당지역의 주민총회, 주민투표 등의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입지 변경'의 목적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네번째 안에서는 '현실적 수용' 가능성도 있음을 전제했다.

즉, 위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도내 다른 지역에서 해군기지 입지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해군, 제주도,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협의기구에서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강정마을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수정을 포함해,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발전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파격적 입장변화, 그들의 마음은 왜 움직였을까?

결국 17일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강정마을의 대안적 제안은 표면적으로 볼 때 '입지 재선정 요구'로 집약되나, 실질적 내용은 원점에서의 입지타당성 논의를 시작으로 해 다시 총의를 모아가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입지 재검토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입지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이 상당부분 유연해진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이 제안의 서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와 고나련한 제주사회의 갈등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전제, "이러한 차원에서 도와 도의회가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다고 인식을 같이 한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다"면서 해군기지 갈등 해소방안의 하나로 이 대안적 제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민선 5기들어 첫 정책협의회를 갖고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계기가 됐음을 가늠케한다.

또 민선 5기 출범 후, 고창후 서귀포시장이 해군기지 건설공사와 관련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고, 도와 도의회도 정부에 공사 중단요청을 한 것도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유연화시킨 한 이유로 보인다. 여기에 40대 젊은 시장인 고창후 시장의 적극적 중재노력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17일 주민투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제안 내용이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주민투표 제안 채택된 이후, 행정당국의 역할이 과제

문제는 이 제안내용이 채택된 후, 강정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일련의 사항들을 제주도당국이 잘 수용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프로그램 실행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제안 내용 이행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당성 문제나 객관적이지 못한 사례가 돌출될 경우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강정마을회가 제시한 제안서는 해군기지 갈등문제를 풀어나가는 분수령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17일 주민투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당국과 도의회의 몫이다. 어쩌면 해군기지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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