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비뚫어진 '첫 출발', "도의원의 현실적 한계인가?"
비뚫어진 '첫 출발', "도의원의 현실적 한계인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05 10:3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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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의회 추경안 심사 '방기곡경(旁岐曲逕)' 유감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한 바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교수신문이 이 사자성어를 선정한 이유는 정치권이 대의나 합의를 통한 방법이 아닌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태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1일 개원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바로 이 '방기곡경'의 유감을 사고 있다. 개원 한달만에 이뤄진 예산안 심사에서 그 행태는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정당한 방법이 아닌 그릇된 수단으로 사업비를 은근슬쩍 증액편성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리한 비판과 날카로운 지적 속에 이뤄진 예산안 심사는 끝 마무리가 너무나 좋지 못했다. 심사과정에서 나왔던 그 열정은 정당하지 못한 사업비 증액편성으로 일거에 순수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예산안 심사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심사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평가는 양호했다.

논란이 됐던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고 이를 공통적으로 필요한 예산에 증액편성하면서 무난한 심사였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교육위원회 역시 교원평가제 시행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대신 사회적 이슈화된 아동과 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위한 학교 CCTV 증설에 예산을 증액하면서 의미있는 심사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심사 노력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에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삭감된 예산을 제멋대로 증액시켰기 때문이다.

제주사회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긴급한 사안을 골라 사업비를 증액시킨 것이 아니라, 계수조정에 참여한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예산을 증액시키는 몰염치를 보인 것이다.

제주도 추경안 계수조정에서는 해군기지 사업비 등 61억원을 삭감하고, 이를 민간지원 사업비로 대거 증액시켰다. 특정 민간단체 행사비에 예산을 증액해줬는가 하면, 지역구 관련 사업비를 증액 편성하기도 했다.

교육청 추경안 계수조정에는 한층 노골화됐다. 교육위원회 심사 때만 하더라도, 공통적 현안에 사업비가 증액 계상됐었는데, 예결위 심사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별 학교 시설 확충에 예산을 대거 배정했다.

교육예산을 갖고 예결위가 증액된 사업비를 보면 할 말을 잃게 한다.

대기고 비가림시설 사업에 8000만원을 증액한 것을 비롯해 △동남초등학교 리모델링 8000만원 △제주여고 과학관 공사비 4000만원 △중앙중학교 화장실 개보수 2000만원 △재릉초등학교 운동장 정비 등 8000만원 △한림여중 산책로 조성사업 3000만원 등이 신규로 편성됐다.

뿐만이 아니다. 대정고 비가림 시설에 8000만원을 증액편성하고, △한림중 운동장 정비공사 5000만원 △성산초등학교 비가림 등 3000만원 △성산고등학교 운동장 정비 등 5000만원 △제주서초등학교 학교시설 개보수 3000만원 △제주중학교 학교환경개선에 2000만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특정지역 학교들에 사업비가 집중적으로 추가 배정된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나 교육청 추경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신규 사업비 편성 그 자체를 나무랠 수는 없다. 문제는 방법과 수단이 정당치 못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 학교시설 보강시설이나, 제주도 추경안 계수조정에서 증액된 민간지원금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본예산 심사 때 정당한 방법으로 예산요구를 하고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면, 이번 추경안이 아니라 연말 심사되는 내년 본예산 편성때 반영될 수 있도록 정상적 절차를 밟았어야 당연했다.

그런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증액할 예산을 꽁꽁 숨겨뒀다가 계수조정과정에서 기습적으로 증액 편성하는 것은 공적자금을 유용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경제살리기와 실업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도의회가 가뜩이나 부족한 공적자금을 갖고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데 혈안이 됐다는 것은 공분(公憤)을 사기에 충분하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는 단 한 푼의 예산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꼼꼼하면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기도 했습니다."라는 도의회 의장의 임시회 폐회사는 매우 공허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을 선언한 도의회가 첫 예산심사부터 구태를 재연하면서 '방기곡경'의 유감을 사고 있다. 벌써 초심을 잊었나.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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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0-08-15 20:10:31
초심의 마음으로 잘 해보겠다던 의원나리들,,,뭣꽝?!!한 술 더 뜨고들 있으니...누구를 믿을까????? 그럴줄 알았으면 한나라당 찍어줄껄...두번 속는 것 같다.... 민주당넘들.....

청지협 2010-08-06 16:19:10
위원회에서나름고충이있었을줄안다허나제주도에예산은다른지역과달리열악하다고본다,안위원장,남이하면불륜이고내가하면로맨스냐고요

청지협 2010-08-06 16:15:28
위원회에서나름고충이있었을줄안다허나제주도에예산은다른지역과달리열악하다고본다,박위원장남이하면불륜이고내가하면로맨스냐고요

서니파 2010-08-06 13:52:20
민주당,한날당,민노당까지 왜들 이러십니까! 지역구에 챙겨주면 표 줄까 봐서 그러십니까? 니들도 해 먹었으니 이젠 우리도 해 먹겠다는 겁니까?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르장머리 2010-08-05 17:46:41
찍어달라고 조아리고 당선되어 멋데로 예산을 함부로 하면 도민혈세 많이나가고 부도 나면 큰 날리 나주 빗 갑플 생각 허멍 돈도쓰곡 의원나리님 잘 헐걸로 보주마는 선심성 허당 보민 도민덜 눈 크게떵 밤시난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