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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파국 막으려면 사용자의 교섭권 위임 철회해야
노사관계 파국 막으려면 사용자의 교섭권 위임 철회해야
  • 현훈
  • 승인 2010.08.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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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훈 공공노조 의료연대제주지역지부 부지부장

최근 제주지역 공공병원인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문제의 발단은 의료원장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교섭권과 체결권을 제3자인 병원협회와 노무사협회에 넘겨버린 것에 있다.

노사간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맺기 위해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노조와 사용자에게만 있다. 그런데 정작 교섭권의 주체인 사용자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수천만원의 도민혈세를 낭비하며 '사용자로서의 권한포기계약'을 맺고 있으니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의료원의 행태에 대해 '의료원의 교섭권 위임은 노사자율교섭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노조의 반발은 당연하다. 노조는 교섭권 위임철회를 요구하며 도청과 의료원 앞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원의 감독기관인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서조차 교섭권 위임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원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현재 양 의료원 모두 교섭을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노사교섭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노사간 갈등과 불신만 커지고 있다. 게다가 7월부터는 개악된 노조법을 핑계로 지금까지 지급해오던 전임자 임금도 주지 않고 있다.

사실 개악된 노조법을 따르더라도 타임오프 고시상한선내에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교섭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급해오던 전임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주지 않는 것은 ‘노조 길들이기’이다.

현재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은 엄청난 경영적자를 핑계대며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혈세 낭비에, 자신의 권한까지 포기하면서 교섭권을 병원협회와 노무사협회에 위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서이다.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무사가 단체교섭에 나와서 공공연하게 '전 원장 시절에는 편하게 교섭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안된다'고 노조측 교섭위원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그동안 관례적으로 허용해왔던 노조의 일상활동까지 일일이 규제를 하고 있다.

심지어 대자보까지 사용자의 허락을 받아서 부치라고 하는 등 노조탄압이 극에 달하면서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이라도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노사 모두 서로를 자신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은 최근 핵심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사용자의 교섭권 위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노조는 단체교섭 파행, 노조탄압,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모두 교섭권을 위임받은 병원협회와 노무사의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노사교섭이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노조는 사용자가 교섭권 위임을 철회한다면 언제든지 성실하게 교섭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의료원이 진정으로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착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것이다.

<현훈 공공노조 의료연대제주지역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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