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민선 5기 출범 후 처음으로 편성한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관련 예산을 또다시 반영시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자치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제1회 추경안의 항목별 예산을 보면, 민간자본보조 강정그린홈 보급사업에 13억8990만원(지방비 6억9495만원, 국비 6억9495만원), 그리고 강정마을 농어촌 테마공원 조성사업에 15억원(지방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강정마을 관련 도로건설 사업에도 예산이 반영됐다.

이 예산들은 모두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사업으로, 제주자치도는 올해 당초예산에서도 해군기지 관련 사업비를 대거 편성했다가 지난해 말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철퇴를 맞은 바 있다.

#당초 예산 전액 삭감 테마공원 조성사업비, 또 편성

그런데, 강정마을 농어촌 테마공원 조성사업 예산은 지난해 말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사업 중 하나다.

제주자치도는 예산설명서를 통해 민군 복합관광미항 건설에 따른 지원사업으로, 강정마을 일대에 총사업비 250억원(국비 125억원, 지방비 125억원)을 들여 해양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어촌비지니스 모델인 테마공원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규모가 250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투융자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올해 당초 예산에 국비가 15억원 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제1회 추경에서는 지방비 15억원을 편성했고, 내년에도 국비와 지방비 각 10억원, 그리고 2014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각 100억원을 추가로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4월2일 이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용역이 착수돼 10월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12월쯤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내년부터 2014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그린홈 보급사업 기대효과엔 "해군기지 건설 주민 이해증진"

두번째 강정그린홈 보급사업의 경우 예산편성의 근거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를 들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들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에너지 자급률을 제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 올 연말까지 강정동 65가구에 195kW 규모의 주택용 태양광발전시설을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4월 국비지원대상으로 확정돼 이번에 추경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얼핏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예산설명서의 '기대효과' 란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의 이해증진", "해군기지를 방문하는 관광객 등에게 강정마을의 청정이미지 제고"를 기재하고 있다.

즉, 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민들을 설득시킬 목적이 내포돼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해군기지 사업비 편성,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 경색시킬 우려

이러한 해군기지 예산편성은 민선 5기 도정이 출범한 후 "주민의 편에 선 문제해결"과 "해군기지 공사 중지명령" 등으로 모처럼 대화의 물꼬가 튼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당국의 관계를 또다시 경색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도의회 내부에서는 당초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사업비를 다시 반영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의원은 "작년 연말 도의회 예결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도민정서를 감안해 관련 사업비를 전액 삭감시켰는데, 새로운 도정이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이 예산서를 들이미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행정과 주민간의 갈등관계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그린홈 보급사업의 목적을 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적시하면서 예산서를 제출한 것은 사업추진 배경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오는 27일 제273회 임시회를 열고 제주도가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이 해군기지 관련 사업비를 놓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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