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1:35 (목)
도로 안내 따라가면?..."뭐야 막다른 길이잖아"
도로 안내 따라가면?..."뭐야 막다른 길이잖아"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2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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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연동 '차없는거리' 뒷골목...'정비 뒷전' 도로 표지판
얼키고 설킨 일방통행 '미로'...주차난은 '여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통칭 '제원 사거리' 일대 골목길.

신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적으로도 첫 손에 꼽힐만한 번화가인 이 골목길이 최근 '차없는거리'로 탈바꿈했다.

이색적인 가로등과 벤치를 배치시키고 깔끔한 바닥 타일.화분 등으로 거리를 조성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했다.

그동안 수 많은 차량들로 인해 진통을 겪어오던 골목길의 숨통이 트이면서, 지역주민들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호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연이은 호평 속에서도 깔끔하지 못한 뒷마무리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불러 일으킨다.

일부 표지판과 안내지침이 아직도 '차없는거리' 조성 전의 도로상황을 설명하고 있어 안그래도 복잡하던 골목길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

특히 일방통행로로 얽히고 설켜 있던 '골목 미로'에 '막다른 길'이라는 변수가 들어서면서, 운전자들이 더더욱 갈피를 못잡고 헤매게 만든다.

# "위? 아래? 어디를 보라는 거지?"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서 이 도로와 연결되는 몇몇 도로가 통제됐다. 하지만 이를 안내해 주는 표식이 운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장을 찾아가면 난립한 간판들 사이에 자그맣게 걸려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진입금지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지판이 어디에 걸려있는지 또 무엇을 설명하는지 현란한 간판숲에서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일단 이 문제는 논외로 쳐도 더 큰 문제는 도로상의 표식이다. 앞으로 이동하라는 화살표가 버젓이 남아있다.

도로상의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돼 이도저도 못하게 만든다. 차의 방향을 돌릴만한 공간조차 여의치 않아 후진으로 조심조심 빠져나올 수 밖에 없다.

하귀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씨(31)는 "밤 늦은시간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항상 오가던 거리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있더라.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밤이라 간판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면서 "뒤에 차량 한대가 따라들어오는 바람에 꽤나 고생했다"고 말했다.

# 공간만 생기면 모두 '주차장'

인근지역의 주차문제는 수도 없이 제기돼 왔다. 새로운 문화거리가 조성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오히려 이상한 형태로 변형된 모습을 띄었다.

제주시는 차 없는 거리와 맞닿은 골목길의 입구를 기둥이나 화분 등으로 막아놓아 진입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이렇게 가로막아 놓은 거리가 뜻하지 않게 주차장으로 변모했다.

한번 들어서면 빠져 나올때는 좁은 도로를 후진해서 나와야 하지만, 이 또한 감수하려는 듯 많은 차량들이 이 자리를 점령했다.

이런 상황속에 웃지못할 장면도 연출된다. 도로의 끝자락에 주차된 차량은 영락없이 신호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보인다.

속된 표현으로 이에 '낚인' 몇몇 운전자들은 중간쯤 들어가서야 쩔쩔메며 후진기어를 넣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들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여지없이 자리를 차지한다. 우회전 커브길로 만들어 놓은 안전바 가장자리에 살짝 걸쳐 주차한 차량은 감탄사마저 유발한다.

# 홍보, 외부간판 변경 문제도 시급

연동에 살고 있는 홍 모(47)씨는 "자주 다니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차없는 거리로 변한 것을 몰랐다"면서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달 초에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또한 멋모르고 들어선 막다른 골목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러냈던 것. "누가 말해준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한다.

이같이 대외적인 홍보가 부족한 것을 또 하나의 문제로 꼽을 수 있겠다. 뉴스 등을 즐겨보지 않는 한 입소문 정도로 밖에는 알 방법이 없다.

여느 시민들의 피해는 묻어둔 채,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외에도 외부간판의 재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신제주 골목 초입에 있는 '신제주 일방통행로 안내도'는 차 없는 거리로 바뀐 도로사정을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안내도만을 믿고 도로에 들어섰다가는 앞서 언급한 이들과 같은 고충을 겪을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화분으로 길을 막아 놓았지만 아직도 일방통행로라고 설명하고 있는 대도로변에 걸린 간판 또한 보는이에게 씁쓸함을 더한다.

연동 '차없는거리'. 제주가 자랑하는 문화공간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몇 걸음의 약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독자여러분의 현장취재 제보를 기다립니다.(박성우 기자, 010-203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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