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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보육교사, "너흰 여름휴가 없어?"
서러운 보육교사, "너흰 여름휴가 없어?"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19 16: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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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시 '보육시설 휴가기간 운영지침'에 보육교사 '속앓이'
'임시 휴원' 금지령에, "겨우 3일 휴가도 박탈하려 하나?"

그동안 여름방학 시즌이 되면 어린이집 등 대부분의 보육시설들이 '방학'이라는 명목으로 3~4일간 임시 휴원했다. 짧기는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사라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지난 12일 보육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보육시설 하절기 집중휴가기간 운영지침'을 마련해 385개소의 어린이집에 하달했다.

올해부터 보육시설 '임시 휴원'을 금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맞벌이 부부 등이 휴원을 할 경우 마땅히 자녀를 맡길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학부모측 민원을 반영한 시책이다.

이 시책이 발표되자, '어린이집이 휴원하면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라는 고민에 전전긍긍하던 학부모들의 시름은 한결 덜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시책에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반응은 좋을리 만무하다.

'임시 휴원'을 하지 않는 한 보육교사들의 휴가는 사실상 어려워, 이번 제주시당국의 지침은 사실상 '휴가 금지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려 하루 12-13시간씩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여건상 순차적으로 휴가를 다녀오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시휴원을 하지 않고 보육시설 자체적으로 순환식 휴가를 시행한다면 3-4일의 휴가는 꿈같은 이야기.

이 지침으로 인해 어느정도 인력이 확보된 보육시설의 경우에도 1-2일 정도 밖에 배려해줄 수 없다는 것이 보육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규모와 인력이 적은 소규모 보육시설의 경우 임시휴원을 하지 않는 한 '휴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달된 공문상에는 보육교사의 순번제로 휴가를 실시하고, '유급휴가'를 보장해 주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도 녹록치 않다는게 현장의 반응이다. '유급'의 댓가를 제주시 당국에서 직접적으로 보전해준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는 한 '유급'이란 말도 꿈같은 얘기라는 것이 교사들의 항변이다.

물론 제주시 당국은 휴가를 반납하라는 얘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보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반구성, 교사 대 아동비율을 달리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제주시 연동에 소재한 어린이집 교사 A씨에 따르면 "3명있는 선생님 중 한명만 빠지더라도 운영이 힘들 것"이라면서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몇일만이라도 집에서 아이를 봐주기를 권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제주시청 홈페이지의 참여마당란 인터넷신문고에는 '공문 한장에 휴가를 박탈 당하는 상황을 당했다'면서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게시글도 올라왔다.

이에대해 제주시 양성평등지원과 관계자는 "이번 지침에 대해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수긍하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 일부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 선생님의 일방적인 통보로 휴가를 뺏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를 위해 '보육시설연합회'와의 회의에서 이런일이 없도록 특별히 당부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육정보센터에 보육대체교사 10여명이 있다"며 "대체 인력이 꼭 필요한 어린이집의 경우 이들을 투입시켜 나가는 등 최대한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에 속해있는 어린이집은 공휴일을 제외한 연중운영이 원칙이기에, 그동안 관례적으로 이뤄져 오던 일명 여름방학의 '임시 휴원'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로운 도정 출범과 맞물려 내놓은 제주시당국의 보육시설 휴가기간 운영 지침.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시책이지만, 그동안 열악한 처우문제로 이의 개선을 촉구해온 보육교사 입장에서는 결코 탐탁치 않은 제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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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재 2010-07-19 17:46:51
보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음.
그런데 보육교사들은 파김치다. 어디 안 아픈 곳이 없다.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가.천직이 아니고는 버티지 못한다.
시의 일방적인 조치는 부당하다. 보육교사들도 쉬어야 한다. 그래야 질높은 보육이 가능할 것이다. 시당국은 이점 명심해라. 천성이 그래서 보육교사하고 있지. 당국의 관심은 낙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