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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얼굴도 모르는데, 교사 평가 어떻게 해요?"
"선생님 얼굴도 모르는데, 교사 평가 어떻게 해요?"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7.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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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원평가 독촉받은 학부모들의 '난감한 고민'

제주시내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지난 8일 아이의 학교로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안내문을 받고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온라인 교원평가 마감일이 10일까지였기 때문.

로그인을 하기 위해 아이의 학년, 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보니 느낌이 이상해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을 다시 살폈다는 A씨.

안내문에는 '학부모님의 설문은 학교의 누구도 개봉할 수 없습니다. 절대 비밀이 보장되오니 안심하시고 설문에 응답해 주십시오. 학부모님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A씨는 "아이의 학년, 반, 비밀번호까지 입력하는데 어떻게 비밀이 보장되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뒤 교원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문항에 대해 체크해 나갔다.

그러던 A씨는 문항 중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알맞은 언어를 사용하십니까?'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떤 답을 내려야할지 막막했다고.

그는 "일이 바빠 학교에 잘 가지 못하는데, 교사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하소연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는 지난 3월, 학교 교사의 지속적인 능력 신장을 목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교사.학생.학부모의 평가 내지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교원이 스스로의 능력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전 시행돼 왔던 교원에 대한 평가인 '근무성적평성'은 성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능력개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교원평가가 도입됐다.

하지만 '교원평가가 교원들의 능력개발에 도움을 준다'라는 의견에 물음표를 다는 목소리가 짙다. 교원평가가 '만족도'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제주도내 모 중학교에 재학중인 B학생은 온라인을 통해 교원평가를 완료했다. B학생은 "저에게 자주 꾸짖거나 많이 혼내는 선생님한테는 불만족한다는 방향으로 체크했다"면서 "반대로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생님에게는 후한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의 C학생은 "선생님이 평소에 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싫어하는 선생님을 싫다고 대놓고 말할 수 없었는데 평가를 통해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만족도 평가가 학생들, 특히 사춘기 학생들의 감정에 좌지우지되면서 만족도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정적으로 평가된 만족도 조사 결과가 과연 교원들의 능력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감정을 평가로써 드러냈다면 학부모들의 평가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담겨있다.

D학부모는 "교원평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혹시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제대로운 평가를 하지 못하겠다"면서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답했다"고 하소연했다.

E학부모는 되려 "익명성 보장되는 거 맞긴 맞냐"고 물으면서 "아이의 선생님들을 본적도 없는데 무턱대고 만족도를 체크하라고 하기에 '잘 모르겠다'만 체크했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1학기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평가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으로 해당 교사에게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첫 교원평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이뤄진 결과가 나올까.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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