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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단속반의 비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단속반의 비애
  • 미디어제주
  • 승인 2010.07.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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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현수 서귀포시청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담당

요즘 서귀포시 곳곳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단속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주로 현장계도 위주로 활동을 했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비장애인차량 주차행위가 근절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올해는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고, 7-8월 두 달 동안은 집중 단속을 펼쳐 기초질서 행위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잘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 생각하고, 잘못하는 걸 보면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인줄 알았는데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로 반응하는 시민들을 대하면서 담당 공무원으로서 적잖이 비애를 맛본다.
 
오늘도 8명의 위반자들과 입씨름을 했다. 이번 달만해도 벌써 30건이 넘는다. 대부분 아주 잠깐 세웠다거나, 거동 불편한 환자 또는 임산부라서 그랬다 등등 그들만의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소용이 없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 주차가능 표지를 차량에 부착해야 하고,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가 탑승을 해야만 주정차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 이외의 주정차 차량은 단속대상이며, 당연히 과태료(10만원) 부과대상이 된다.  

밀고 당기느라 산만하고 시끄러운 하루 일과 중 그래도 가끔은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시원한 민원인을 만나기도 한다. 화를 내기는커녕 사전납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경우다.

과태료를 사전 납부 하게 되면 20%를 감면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이유야 어떻든 잘못을 인정하고, 과태료 납부에도 앞장서는 민원인의 우아한 모습에 우리 직원들은 와~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어떻게든 납부를 피해 보려고 온갖 변명에 고성방가, 인맥동원, 심지어는 협박(?)아닌 협박까지 하는 민원인들과의 상담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휠체어를 타고 먼 길을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더라면 아마도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시민들의 생각이 바뀐다면 주차구역 단속반도 필요가 없을 테고, 장애인들의 삶이, 서귀포 시민들의 인생이 멋지게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늘 툴툴대던 남편이 차려주는 '소박한 밥상'에 감동하지 않을 부인이 과연 있을까?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그 소박한 밥상처럼 우리를 감동 시키고 또 변화시켜 주리라 믿는다.

이번 기회에 1%의 작은 잘못을 고쳐서 장애인에게 100% 이용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실천을 부탁드린다.

<강현수 서귀포시청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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