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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땀방울',"고거 참 존샘 좋수다!"
의미있는 '땀방울',"고거 참 존샘 좋수다!"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04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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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존샘봉사회'의 휴일활동
"물질봉사에는 한계가 있으니 노력봉사로 돕는거죠"

제주어로 '작지만 지속적인 마음 씀씀이'를 뜻하는 '존샘'. 그리고 이 뜻을 표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샘봉사회'.

마음 맞는 이들끼리 가볍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덧 소속회원 70여명에 달하는 봉사단으로 성장해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사회로 나아간다.

3일 제주양로원 봉사활동에 나서는 제주특별자치도청 존샘봉사회를 따라가 그들의 이름처럼 결코 작지만은 않은 듯한 마음 씀씀이를 담아보았다.

# '존샘봉사회'는요?

지난 2007년 5월 10여명의 자원자로 시작한 '존샘봉사회'.

제주도 소속의 공무원들로 이뤄져 있으며 봉사활동 외의 시간에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동아리방'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런 봉사회의 특성상 회원들의 소속이 매우 다양하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은숙 회장을 비롯해 도청 상하수도본부, 인력개발원, 농업기술원 등... 봉사하기를 원하는 자라면 소속기관이나 직위 여하에 상관없이 함께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고는 싶어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구요. 그런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강 회장.

그러면서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도울 수 있는 봉사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는 않을꺼에요."라고 덧붙인다.

이들은 매주 첫째, 둘째, 셋째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나선다. 첫째 주 제주시 도평의 '제주양로원', 둘째 주는 함덕의 '아가의 집', 셋째 주는 서귀포시 성산의 '미타요양원'이 이들의 단골 리스트다.

지정 기관을 방문하는 것 외에도 고추장.된장 만들기 봉사 라던가 팔 토시 등을 만들어 이웃에 나눠주기도 한다. 다음 주에는 철인3종경기가 열릴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찾아가 냉찜질팩 만들기 봉사를 계획 중이라고.

강 회장은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특별히 강권하지 않더라도 공지만 보내면 알아서들 찾아오신다"며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 웃음꽃 '활짝' 가는 길도 즐거워

도청 정문 앞, 이른시간부터 회원 20여명이 모여 그 간 어찌 지내왔는지 담소를 나눈다.

회원들의 소속 기관이 천차만별인지라 다 함께 승합차를 타고 가는 길에도 본인들이 속한 기관의 비담을 풀어놓기 바쁘다.

오늘의 목적지는 제주시 도평 소재의 제주양로원과 제주요양원. 두 기관이 운영을 겸하고 있어 쉽지 않은 업무량(?)이 예상됐지만 회원들은 이 정도쯤이야 거뜬하다는 반응이다.

봉사자 대기실에 모인 회원들은 준비해 온 녹색 조끼를 입으며 임무 하달을 기다린다.

오늘은 실내 청소와 함께 할머니 목욕 도우미, 감자 깎기 등의 임무를 분담해 처리하고, 맡은 구역의 일처리가 빨리 끝난 회원 순으로 앞 마당 잡초 제거를 돕기로 했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각자의 자리로 가는 와중에도 "저 오빠는 화장실 청소로 보내야 되는데!"라는 이야기가 오가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 "물질로 돕지 못하니 노력봉사로라도 돕는거죠!"

화장실 청소의 특명을 받은 이도운 씨. 그는 존샘봉사회가 생긴 2007년부터 3년간 꾸준히 자리를 지켜 온 창단멤버다.

그의 화장실 청소는 가히 '프로페셔널'하다. "화장실 청소 후에는 꼭 마른걸레로 바닥을 닦아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하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바닥을 닦는다.

"이렇게 일하고 나면 보람찬건 저인데 오히려 제가 고맙죠. 물질로 봉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보니 노력봉사로라도 도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이 씨.

그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끊임 없이 바닥을 닦고, 물을 뿌리며 별관의 화장실 청소를 거의 도맡아 했다.

식당 한 켠에서는 양파와 감자를 깎는 작업이 이어졌다.

부엌에 쭈그려서 식칼을 들고 양파를 깎는 중년 남자들. 쉬이 볼 수있는 광경은 아니건만 이들은 식당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에 즉시 자원해 나섰다.

양파를 깎던 양경필 씨는 "눈이 매울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맵지는 않네요."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감자 깎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강형철 씨. 비결을 물어보니 "일 하는 담당부서가 감자에 관련된 일인데 이쯤이야."라고 말한다. 그의 소속은 농업기술원의 농산물원종장.

엄마를 따라온 김지희 양의 손길도 눈에 띈다. 고사리 손에 들린 손걸레가 계단 난간을 오가며 바삐 움직인다. 뭇 어른들도 꺼려하는 일을 거침없이 해내며 "재미있다"고 말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지희는 실내 청소 후에도 잡초 제거를 도우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 가족들도 "'존샘' 좋네?"

이 같이 존샘봉사회의 활동에는 소속 회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주 토요일인 이날은 학교가 쉬지 않는 날이라 보이지 않았지만 둘째 주 토요일, 속칭 '놀토'에는 엄마.아빠를 따라 함께 찾아오는 자녀들이 많다고 한다.

한 회원은 "총무인 김지영 씨 딸은 엄마가 안오더라도 홀로 찾아온다"면서 "엄마보다 딸이 훨씬 열심이라니까!"라고 농담을 건넨다.

이날에는 아직 학교갈 나이가 되지 않은 두 명의 어린이가 엄마를 따라올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비록 서투른 몸 짓이지만 걸레질이나 잡초 뽑기나 아주 열심이다.

물론 어린 친구들의 주 목적은 엄마와 함께한 봉사활동이지만 이들은 그 외에도 값진 것을 얻어 간다.

이 곳은 어린이들에게 살아있는 생태 체험 현장이었다. 잡초와 잔디의 구분을 생생히 알려주는 앞마당의 풀이나, 지천에 널린 쥐며느리 등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쥐며느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던 지희는 도망가면 어쩌냐는 질문에 "콩으로 만들면 돼!"라며 명쾌한 해답을 내려줬다.

이날 아들 용준 군과 함께한 정순 씨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몸에 벤다고 하더라구요."라면서 "오히려 아들이 더 좋아하다보니 같이 찾아오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 "왜 이렇게 일찍 끝난거야?"

평소보다 조금은 이른 시간의 마무리. 회원들은 오히려 "너무 일찍 끝난 것 아니야? 한것도 없는데..." 라며 아쉬워한다.

김기조 씨는 "토요일이 쉬는 날이라고 놀다보면 오히려 나태해지더라구요. 이렇게 일하는게 오히려 직장 생활의 활력이 됩니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또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이날이 기다려져요."라고 말하면서 회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헤어지는 인사말에서도 벌써 다음 주에 있을 봉사를 기약한다.

비록 4시간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보여진 존샘봉사회원들과, 또 함께 교감하던 양로원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 제주 지역사회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일깨워줬다.

또 이들의 마음 씀씀이는 존샘봉사회의 지금까지 행적보다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독자여러분의 현장취재 제보를 기다립니다.(박성우 기자, 010-203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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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2010-07-08 16:54:35
봉사단체의 아름다운 이름처럼 아름다운 일로 열매 많이 맺고 보이지 않는곳에서 들리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이란 이름표 하나씩 꼭 달아주는 단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