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의회 선거구 개편은 좀더 특별했어야..."
"특별자치도 의회 선거구 개편은 좀더 특별했어야..."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2.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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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동맹시 전쟁'의 승장인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기원전 88년 로마의 집정관이 되었다. 그리하여 당시 호민관이었던 푸블리우스 술피키우스 루푸스에게 기운 권력구도를 바로잡기 위해 선거제도를 이용하고자 했다.

당시 공화정 로마에는 수도 로마의 4개 선거구를 비롯하여 전국에 35개의 선거구(트리부스)가 있었고 재산별로 나눈 뒤 백인대(켄투리아) 별로 투표하고 그것을 모두 합계하여 선거구 전체의 뜻을 한 표로 나타내도록 하는 일종의 소선거구제였다.(지금의 미국 대통령선거와 유사성이 있다.)

원로원을 대변하는 술라와 민중파를 대변하는 술피키우스는 이 선거제도를 통하여 로마 시민의 힘을 얻고자 했다. 그런데 그 '시민'이 문제였다. 기존의 로마 시민과 '율리우스 시민권법'에 따라 공화정 성립 후 시민권을 얻은 이른 바 '신시민'의 비율은 대략 1대 2였다.

이런 '신시민'을 그들 거주지역의 선거구에 분배하면 수도 로마의 4개 선거구에 압도적으로 몰려있는 구시민이 소수파가 되어 '신시민'을 얻은 민중파와 술피키우스가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구시민'들은 로마 시민권을 취득한 해방노예가 35개 선거구 가운데 4개 선거구에서만 투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전례를 들어 '신시민'들도 35개 선거구 가운데 8개 선거구에서만 투표하는 법안을 제출하려 했다.

이에 호민관 술피키우스는 거주지역에 따라 35개 선거구 어디서나 ! 투표할 수 있는 '술피키우스 법'을 신시민의 힘을 얻어 통과시켰으나 '구시민'들의 반대로 유혈소동이 일어나고 집정관 술라의 쿠데타로 살해되고 만다. 기원전 88년의 이 사건은 로마인이 무력으로 로마를 제압한 사례가 되었다.

나중에 구시민과 신시민의 선거에서의 평등은 이루어졌지만 술라는 끝까지 해방노예의 자유로운 투표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시대나 권력의 명분은 중요했고 선거제도는 응용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당사자간에 항상 치열한 쟁점거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도와 추자도 도의원 배정 논쟁에서 제주도가 중앙정부나 육지부에 요구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섬 지역의 특수성과 배려라는 안일한 논리가 아니라 지역 민의의 효율적 수렵과 반영이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문제를 내세웠으면 시군 의회 폐지 후 무리한 도의회 체제로의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 수 있었겠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의원 수 3명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섬 지역 소외론, 차별론 등을 내세웠던 제주도가 섬 속의 섬 추자도와 우도를 인구수로 눌러버린 것은 우리 스스로 이제까지의 논리를 뒤집은 것이다. 나중에 중앙정부가 인구수를 내세워 이제껏 도제 실시로 받았던 국회의원 수, 공무원, 예산 등에서 육지부와의 표의 등가성에 기초한 평등 원칙을 들고나오면 무엇이라 반대논리를 펼 것인가.

우도와 추자도 주민의 요구를 지역이기주의로 폄하하고 머릿수로 도의원을 단순 배정한 우리가 또 '섬이니까 배려 해 달라'고 할 텐가.

섬이니까 봐달라고 구걸하는 게 아니라 섬으로서의 특수성. 지역적.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제는 이 지역적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장점인 것이다.

지난 총선 때 표의 등가성. 1인 1표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1인 2표제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의가 좀 더 효과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당선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1인 1표제보다는 1표는 사람에 1표는 정당에 투표하는 1인 2표제가 효율적이라는데 이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우도와 추자도 주민의 도의원 배분문제가 아니었더라도 기초의회 폐지 후 도의원 체제로의 변화인 것을 감안해 도의원 선거방식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1인 2표제라는 선진적 선거제도를 이미 갖고 있는 우리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중대선거구를 논의 못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시. 군의 지역적 협소성을 탈피하고 광역체제를 위한 행정개편 속에서 과거의 지역구를 고집하는 이번의 소선거구제도는 특별자치도의 도의원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것으로 전혀 특별하지 않다.

또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이 형식적 평등선거가 평등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 형식적 평등의 시각에서 보면 제주도는 육지의 비슷한 인구를 가진 도시보다 분명 혜택을 보고 있다. 그것은 섬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만약 이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무시하면 그것이 불평등이 된다. 지역적. 문화적. 계층적 특수성을 생각하지 않는 일 대 일의 선거제도가 때로 불평등 선거일 수도 있다.

지역감정이 여전하고 국민여론이 확연히 반분된 상태에서 형식적 평등선거는 이 현상의 고착화를 도울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이나 중대 선거구 개헌, 지역구 축소 후 비례대표 확대 등은 모두 현실이 지역주의 정치 극복이라는 명분에서 보면 타당한 점이 많다.

특별자치도를 이끌 도의원 선거를 이러저러한 고민 없이 나눠먹기식 선거구 개편 정도에서 고민이 그친 채 치르게 된 것은 두고두고 후회거리가 될 것이다.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계층적 대변구조 확대. 이미 파기한 지역구 시군 의회 폐지 후 도의회 구성이니 거기에 맞는 포괄적 선거구 논의가 있었으면 추자도, 우도 주민 등의 불만은 있을 수 없었다.

표의 등가성은 확인하되 표심과 민의를 반영하면서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차기 선거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저 노무현 정부와 웬일인지 너무 쉽게 합의한 게 수상쩍기는 하지만 '우국 충정'의 저 한나라당이 도제 폐지 후 행정체제를 단순하게 하는 개편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구수에 따라 전국을 6∼70개 정도의 시로 개편한다고 하는 데 '특별한'제주를 꿈꾸는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 같다. 강제로 추진할 집행력이 없는 정부는 또 다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제주도가 2010년까지 특별자치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 뒤는 보장이 없고, 특별자치도 4년까지 얼마만큼의 이득이 있을 것인지 따져보아야 할 때다.

행정구조개편이 추진 목표라 하지만 한나라당이 쉽게 합의한 걸 보면 그 속에는 정치제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의 특성상 개편되는 광역시 체제로 국회의원 수가 조정될 것이다.

행정의 효율성과 정치 개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적 정책으로 그 여파가 제주에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더 분명한 것은 정치개혁을 외치면서도 현재 '표의 등가성'에 매여 있는 정치인들에게 의지하기보단 특별자치도에 맞는 선거제도를 통해 '특별'한 사람을 뽑는 일이다.

그런데 선거제도의 개선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이 방정맞은 지금의 선거제도에서 '특별'한 사람을 뽑는 일만 남게 되었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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