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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흔들어 평화의 너울로"
"침묵을 흔들어 평화의 너울로"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04.02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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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2주기 '제17회 4.3 문화예술축전 전야제'

내 자란 마을이 참혹했던 때,/ 통곡이 겹겹이 가라앉은 그 때/ 겨우 찾은 해방마저/ 억압에 시달려 몸부림치던/ 그 때,/ 상처 입은 제주/ 보금자리 고향 내버리고/ 제 혼자 연명한/ 비겁한 사나이/ 四.三이래 六十여년/ 골수에 박힌 주문이 되어/ 날이면 밤마다/ 중얼거려온 한 가지 소망/ 잠드시라/ 四.三의 피여/ 귀안의 송뢰되어/ 잊지 않고 다스리시라/ 변색한 의지/ 바래진 사상/ 알면서도 잊어야했던/ 기나긴 세월/ 자기를 다스리며/ 화해하라/ 화목하라

<시인 김시종의 '사월이여, 먼 날이여' 중>

제주인들의 한이 서린 4.3을 문학과 예술을 통해 널리 알리고 억울한 죽음에 구천을 헤매는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2010 4.3 62주년 제17회 4.3문화예술축전'이 '침묵을 흔들어 평화의 너울로'라는 주제로 제주도내 일원에서 마련된다.

이에 앞서 2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 문예회관 앞마당에서 4.3문화축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야제가 '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해가 질 무렵 어둑어둑해진 문예회관 앞마당에는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4.3유족들을 비롯해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전야제는 수많은 헤어짐과 이별, 그 당시의 아픔을 말하는 1부 '그리움', 언제부터인가 잊혀지고 있는 기억과 희망을 되살리기 위한 2부 '만남', 다시만난 우리가 '평화' 그 생명의 꽃을 노래하는 3부 '봄날' 등 총 3부로 진행됐다.

풍물굿패 '신나락'의 심금을 울리는 가락으로 문을 연 1부에서는 4.3희생자 유족들이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꽃비행렬'과 재일작가 김시종 시인의 '사월이여, 먼 날이여'의 낭송 등으로 진행됐다.

손에 꽃과 향을 들고 꽃비행렬에 나선 4.3희생자 유족들은 제주의 모습을 한 제단에 손에 들고 있던 꽃과 향을 올리고 절을 하며 4.3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조상들의 평안을 기원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제주오름민속무용단의 창작무용 '오작교의 사랑', 4.3당시 희생된 어머니와 아들의 심정을 그린 연극 '그해 겨울의 가족사', 그리고 오끼나와 한라산회의 제주4.3 62주기에 보내는 동북아 평화연대 메시지 낭독 등이 이어졌다.

또 매년 4.3이면 제주를 찾아와 4.3의 아픔을 노래하는 가수 나라이 치도리씨가 직접 작곡한 노래 '봄-4.3 제주도'를 노래했다.

이날 2부에서 펼쳐진 연극 '그해 겨울의 가족사' 중 억울하게 희생된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이 절규를 하는 장면에서는 연극을 바라보던 4.3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3부에서는 재일교포가수 '이정미'씨가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 '낙동강'을 불렀고 풍물굿패 '씨알누리'와 청주 실내악단 '신모듬'의 퓨전 합동공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날 전야제의 마지막에는 전야제에 참석했던 제주도민과 4.3희생자 유족들이 모두 무대위로 올라 입을 모아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르는 평화대합창이 이어졌다.

제주도민들과 4.3희생자 유족들은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르며 4.3의 완전한 해결과 평화를 바라며 손에 든 꽃을 흔들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이날 전야제를 찾은 김모 씨(36, 여)는 "매년 4.3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찡해질 정도의 감동을 느끼고 있고 4.3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뜻깊은 자리인 것 같다"며 "하루빨리 4.3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 억울한 희생을 당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해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야제가 열린 문예회관 앞마당에서는 4.3 당시의 생활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4.3 의식주 체험 한마당'과 '4.3희생자 유해발굴 사진전', '전국형무소 순례사진전' 등이 마련됐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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