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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언론보도의 공통점은 독자와의 소통이죠"
"글쓰기와 언론보도의 공통점은 독자와의 소통이죠"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3.23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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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눈](9) 데럴 쿠트의 언론 대학원 '입문기'

새학기에 접어든 제주대학교에 나타난 푸른 눈의 이방인 데럴 쿠트(캐나다 토론토, 27). 그는 언론학 석사과정의 새내기다.

캐나다 이웃 국가인 미국은 현대 언론학의 발상지라고 해도 무방할 터인데 그 곳을 두고 먼 나라 한국의 제주까지 언론학 유학을 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2일 제주시청 부근 대학로의 한 바에서 그를 만나봤다.

청소년 시절의 데럴은 여느 캐나다 청소년들이 그렇듯 아이스하키를 보고 자랐고,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작은 키에 왜소했던 저는 그 꿈이 마냥 꿈이었다는 걸 깨달았었죠. 그래서 그 길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1년여 간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지를 여행하고 캐나다로 돌아간 그는 몬트리올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문학 창작을 전공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그는 그의 전공을 살림과 동시에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을 뒤지던 그는 브라이언 밀러(외국인의 눈 6회의 주인공인 사진 기자)의 사진을 보게 됐고, 사진 속의 풍광과 자연들이 제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름다운 자연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저를 제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1만8000위의 신이 산다는 이야기였어요. 세계 어느 곳을 뒤져도 이 같은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죠. 제가 역마살이 끼었는지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제주로 가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 1만8000위 신 찾아 제주로, 그리고 언론인으로

그 무엇보다 글쓰기가 좋다는 데럴은 '신기한' 이야깃거리인 1만8000위의 신을 만나기 위해 지난 2008년 9월 제주에 왔다.

하지만 신을 만나기 전에 일단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그는 대부분의 영어권 외국인이 그렇듯 영어 강사 일자리를 얻었다.

그렇게 그는 남원읍의 한 초등학교에서 약 1년 5개월 가량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도 언제나 글쓰기에 목말라 했다.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좋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글쓰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어 강사를 하던 중에도 글쓰는 직업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영자신문사 '제주위클리'를 알게 됐어요."

자신의 글을 실을 수 있는 '창구'를 찾게 된 그는 지난해 7월경부터 제주위클리에 올레코스, 델픽 게임, 사진작가 김영갑, 세계권투평의회(WBC) 등 그가 쓰고 싶어 하던 관심 분야의 글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 2월경 정식으로 제주위클리에 자리를 잡게 되고,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다.

# "언론 걸음마 중 입니다."

"실은 언론의 'ㅇ' 자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왜 이 일을 하고 있냐고요? 글쓰기를 위해서든 기사 작성을 위해서든 사람을 꾸준히 만나야 하잖아요? 그 과정이 너무 좋은거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면서 창작의 힘을 얻고, 기사의 소재를 얻는 거죠."

뜻하지 않게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데럴은 글쓰기와 기사 작성 두 마리 토끼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토끼를 한 마리 더 잡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 있었으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예를 들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호세 슐레이만 WBC 회장 등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있어 정말 크고 좋았던 기회였어요. 제주에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었죠."

그가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영향도 컸다고 털어놨다.

"헤밍웨이는 저에게 있어 신과 같은 존재에요. 그가 언론인이었다가 소설가가 된 과정을 닮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의 대작들은 대부분 그가 술을 마시면서 쓴 거 아세요? 그와 마찬가지로 저도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웃음)."

언젠가 헤밍웨이와 것과 같은 대작을 써보고 싶다던 그는 헤밍웨이가 언론인으로써 오래전에 그랬듯, '언론 걸음마' 중이다.

"아직 언론이 정확히 뭔지 몰라요. 통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요. 제 3자의 시각에서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

또 하나 그가 깨달은 것이 있다. 그에게 있어 언론이란 '다른 종류의 스토리 텔링'이다.

"글쓰기나 기사 작성 모두 독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문자를 가지고 그들과 소통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제 기사는 제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죠."

또 하나. 그는 언론을 '작은 것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문화, 사람 등 모든 것을 반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제주시 동문로터리 부근 산지천에서 홈리스 몇 명을 본 적이 있어요. 제주 사회의 전체에서 볼 때 홈리스는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볼때 제주의 언론은 홈리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 홈리스와 같이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찾아내 알려주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에 대해 몇 가지를 찾아내긴 했지만, 아직도 쉽지만은 않다는 데럴.

술을 좋아하는 그 답게 한국말 중 유난히 '건배'가 유창하던 그는 "할줄 아는 한국말도 매우 드물고 취재 하러 가기에 앞서 어떻게 사전 취재 정보를 얻는 지를 몰라서 쉽지가 않아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말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요?(웃음)"

# "언론을 더 잘 알고 싶은 욕심에 대학원까지"

데럴에게 있어 글쓰기의 연장선인 언론. 그 언론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그는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에 입학해 석사 학위 코스를 밟고 있다.

그는 석사 학위 코스로 들어가긴 했지만,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터라  선수 과목을 이수해야 해 일반 학사 수업과 석사 학위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학 원서가 영어로 되어 있어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데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아요. 가끔 한국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할 때 무슨말인지 못 알아 듣기도 하지만 김경호 교수의 도움으로 잘 따라가고 있어요."

가능하면 박사 학위까지 따보고 싶다는 그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그때 가봐야 알겠죠. 더 잘 해서 박사 학위까지 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안되면 재미있고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떠날거에요. 아시잖아요 저 역마살 낀 거."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2010년 새해를 맞아 신년기획 <외국인의 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연중기획한 <다문화가정을 찾아서> 연재에 이은 후속기획인 <외국인의 눈>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5-3456, 019-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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