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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추억의 물건이 아니라 환경의 전도사다
자전거, 추억의 물건이 아니라 환경의 전도사다
  • 정윤창
  • 승인 2010.03.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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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윤창 가라츠시 파견 서귀포시청 공무원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서 중학교 입학 선물로 어렵사리 자전거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우리 집 형편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자전거를 살 염두도 없는 처지였었는데 무슨 돈으로 어머니께서 사 주셨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참 볼품없는 중고 자전거였지만 그 당시 내게는 천리마나 다름없었다.

동네 공터에서 몇 번이고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기도 하면서 나보다 배나 큰 그 자전거 타는 기술을 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학교 내내 그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었다. 그때는 자전거가 최고의 교통수단 이었다.

필자가 연수를 받고 있는 사가(佐賀)현 지방에는 아직도 어딜 가나 자전거를 흔히 볼 수가 있다. 흔히가 아니라 거의 매일 본다. 가정에 차는 없을 지언 정 자전거는 반드시 한대 이상은 가지고 있다.

웬만한 거리는 거의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 는 늘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자전거 이용이 많으니 당연히 거리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는 물론 모든 교통 경유지 바로 인근에는 별도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마트나 상점가 주변에도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간이 전철역마다에는 자전거 주차장은 필수다. 그곳에는 언제나 자전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그만큼 이곳에서 자전거는 최고의 이동 수단이다.

가라츠시청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30%는 자전거를 이용 할 정도다. 학생들인 경우는 거의 자전거를 이용한다. 학교가 다소 먼 곳에 있는 경우에는 버스정류소나 전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버스나 전철로 갈아타고 등하교를 한다.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우리처럼 부모님이 차로 등교시켜주는 일이 거의 없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는 그들의 필수품처럼 되어 있다. 그들이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 과거처럼 생활이 어려워서 일까.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과 뉴질랜드 수자원 대기 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보다 50% 이상 일산화탄소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자동차 운전자와 버스 승객들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보다 디젤 가스에서 나오는 유독성 초미립자들을 훨씬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도로에서 몇 미터만 떨어져도 교통 공해의 피해를 상당히 덜 입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전거 사용을 친환경 저탄소 녹색사업의 대표격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지는 오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전거를 위한 하드웨어적인 시설물 설치에 열은 올리고 있지만 거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보기 어렵고 여전히 도로에는 자동차 홍수를 이룬다. 쇼프트가 여전히 제 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 할 수가 없다.
 
자전거가 스포츠나 건강을 위한 고가의 운동기구가 아니라 미래 환경의 전도사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순간의 편안함으로 미래의 환경을 파괴하고는 있지 않은 지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한 있는 시점이다.

<정윤창 가라츠시 파견 서귀포시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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