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갈 길을 가기 위한 수순인가, 아니면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일까.
오는 5월31일 실시되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제주도지사 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한나라당의 후보군 중 현직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초반 신경전에 곤두세우고 있다.

두 예비주자의 신경전은 매우 민감하게 표출되고 있다.
서로의 발언을 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감정싸움' 조짐까지 보인다.
때문에 제주정가에서는 아직도 먼길 처럼 느껴지는 '후보경선'이 원만하게 이뤄질지에 의문을 던지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내 제주도지사 선거 예비주자는 김 지사와 현 전 회장, 그리고 강상주 서귀포시장 등 3명.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김 지사와 현 전 회장간의 맞대결로 압축되는 형국이다.
강 시장이 아직까지는 출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전 회장 입당에 '표정관리'...그러나 결국 촉발된 '감정싸움'
김 지사와 현 전 회장의 '대립'은 지난달 27일 현 전 회장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김 지사의 당 공천이 거의 확실해 보이던 시점에서 현 전 회장의 전격 입당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을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 전 회장이 입당과 동시에 제주정가에서는 '전략공천'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미 당세를 확보하고 있는 김 지사가 있는 마당에 늦깍이로 현 전 회장이 입당한 형국은 아무리 생각해도 순수한 '공정 경선'을 위한 절차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현 전 회장이 중앙당으로부터 '전략공천' 또는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 지원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략공천'이라는 단어는 김 지사에게 있어서는 여간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 지사는 현 전 회장이 입당한 당일 오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전 회장을 가리켜 "훌륭한 분"이라며 "탈당하지 않고 공정한 경선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갈등은 지난 2일 현 전 회장이 예비후보 등록에 따른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해 촉발되고 말았다.
#현명관 전 회장 "도정운영 목표 제시도 않아...제주도지사가 '정치인' 이냐"

그는 "현재 제주도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제주도라는 배가 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도정은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평화의 섬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된다고 잘 살게 될지는 의문이고, 이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도민소득 등 목표를 정확히 제시하지도 않고, 수단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도정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공무원과 도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전 회장은 또 두번째 도정운영의 문제점으로 제주도지사가 '정치인'화 되어가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도지사는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되며,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자치경영시대인데, 지금까지는 (제주도지사가) 정치인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환 지사 "혹시 달나라에서 오신 외계인..." 적극적 맞대응

그러자 김 지사는 3일 작심한 듯, 오전 직원 조회 석상에서부터 이 발언과 관련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정이 목표가 없이 운영된다'는 말에 매우 섭섭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김 지사는 직원조회 석상에서 이같은 입장표명에 이어, 오전 10시20분께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현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김 지사는 "제주도정이 목표와 비전없이 이뤄진다고 했는데, 도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져 온 것이 아니다"며 "60년 역사 속에서 이어져 온 도정은 선배 지사와 도민들의 노력이 배여있고, 오랜 역사 속에서 굽이굽이 모두 목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2010년 도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해, 제주의 번영과 평화의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그 제도적 장치로 특별자치도 특별법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현 전 회장의 발언은) 아직은 도정에 대해 이해가 덜 됐거나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후, "그 말 전해듣고 섭섭하고, 깜짝 놀랐는데, 혹시 달나라에서 오신 외계인이 아닌가"며 섭섭한 감정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목표없는 도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달나라에서 오신..."이라는 표현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돌출 발언?...아니면 각자 갈 길 가기 위한 수순?
김 지사와 현 전 회장의 이러한 '보이지 않는 신경전'.
앞으로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갈등 내지 신경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양상을 보고 제주정가에서는 현 전 회장이나 김 지사 모두 서로 지나친 견제의식 때문에 쏟아진 돌출적인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부 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음을 판단하고, 제 갈 길을 가기 위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초반 앙금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된 두 예비주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원만한 경선을 치를 수 있을지에 제주정가의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
한나라당 현명관
무소속 김태환
이렇게 구도가 짜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