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논단> 대통합 외침의 ‘부끄러움’
<데스크논단> 대통합 외침의 ‘부끄러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2.15 14: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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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統合)이라는 말과 화합(和合)이라는 말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찬찬히 의미를 되새겨 볼 때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화합은 어떤 범주 내에서 화목하게 어울려 지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반면, 통합은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를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즉, 화합은 질시 또는 시기를 하지 않고 서로 다독거리며 다정다감하게 살아가는 사회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면, 통합은 본래 나뉘어져 있거나 분열돼 있는 것을 추슬러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이다.

같은 뜻으로 혼용해 사용되나 그 의미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다.

민선시대 이후 제주사회에서 화합과 통합이라는 말은 언제나 화두가 됐다. 특히 제주의 지방자치 선거에서 나타난 특수성 때문에 ‘통합’은 제1의 역점시책으로 꼽혔다.

도지사 선거 때마다 도민사회는 표면상 신구범 전 지사와 우근민 전 지사의 후보군(群)으로 나뉘어져 다툼을 벌이는 듯한 현상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들은 저마다 분열된 도민사회의 민심을 하루 빨리 추스르고 통합을 일궈내겠다고 약속을 하곤 했다.

을유년(乙酉年) 새해를 맞아 김태환 제주도정이 밝힌 역점시책 중 첫 번째도 바로 도민 대통합이다. 제주도정은 도민사회의 내재된 힘을 결집해 도정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을 일궈내겠다고 역설했다.

이 말은 역으로, 현재까지도 제주사회는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민심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 진정한 대통합은 요원
그런데 도민 대통합을 선언한 제주도정이 최근 오히려 도민통합을 저해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제주유치활동에서 보여준 제주도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대상과 혁신도시 후보지 발표가 3월에 있을 예정임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임박해 제주유치활동을 위한 조직을 구성하면서 제주도 당국이 편향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구성된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도내 인사 31명과 도외 인사 20명으로 구성됐다. 대표성을 지닌 인사는 모두 참여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부터 조직돼 활동해 온 민간운동조직인 ‘공공기관 제주유치 범도민위원회’는 철저히 배제된 듯 소속 위원이 한명도 위촉되지 않았다. 더욱이 동일한 목적으로 운영될 조직을 구성하면서도 제주도 당국은 이 민간조직에 사전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갖가지 오해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범도민위원회의 진철훈 위원장이 지난해 6.5 도지사 재선거에서 김태환 현 제주도지사와 경합을 벌였던 인사임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공공기관 제주유치운동을 범도민적으로 벌여나가자면서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를 권위적으로 구성하려는 제주도당국의 행태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위원이 51명이면 어떻고 500명이면 어떠한가. 어찌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니던가.

경직되고 권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주도 당국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이다. 이번 혁신도시건설추진위 뿐만 아니라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런 식으로 행한다면 제주사회의 도민통합은 요원할 뿐일 것이다. 오히려 행정의 잘못된 사고와 습관으로 인해 도민사회에 또다른 ‘상위 권력집단’을 형성, 분열 및 위화감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다행히 관변조직의 성격으로 구성된 혁신도시건설추진위와 민간조직인 범도민위원회는 별다른 마찰없이 각기 제주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관변조직과 민간조직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구분된 것이 아니라, 관변을 조직하면서 민간조직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배척된 것이기 때문에 모양새는 그리 좋지 않다.
한개에서 두개로 많아지면 그 역량도 배가 돼야 하는데, 두개가 되면서 도민 역량도 두개로 분산시켜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통합인가, 지리멸렬인가
공공기관 제주유치는 결코 쉬운 사안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제주는 ‘평화의 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특별히 배려해줄 사안도 아니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이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사안이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모두 욕심을 부려 유치활동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세(勢)가 강한 지역이 이익을 볼 것이고, 세가 약한 지역은 손해를 볼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해 APEC 유치운동에서 제주도는 이를 충분히 경험했지 않는가.

실제 현재 제주도가 핵심유치 목표로 삼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다른 지자체의 핵심유치 대상과 중복돼 있어 치열한 경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유치전략을 탄력성있게 가져 나가야 함은 물론 범도민적인 역량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주도당국은 지금이라도 민간조직인 범도민위원회와 관변인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가 서로 협조하에 범도민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조정역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건설추진위와 범도민위원회도 이번 유치활동을 전개하면서 불만스러웠던 일들은 3월 최종 결정된 후 논하기로 하고, 지금은 범도민적 역량결집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대통합을 이뤄도 될까 말까한데,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상태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랴.
                                                <윤철수 /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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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신 말씀 2005-02-15 17:47:14
객관적이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윤편집국장님의 글에 적극 동의 합니다.

앞으로도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날카로운 기사 부탁드립니다.

논단평가 2005-02-16 21:03:07
도민사회를 생동감있게 움직이게 해줍니다.

보다 정확한 눈으로 도민들에게 진실의 눈을 깨우쳐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