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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키우는 것처럼 아이들의 미소를 키워요"
"꽃을 키우는 것처럼 아이들의 미소를 키워요"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01.07 15: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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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희망이야기] ①꽃 키우는 농사꾼 김상순씨의 '선도활동'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가족들의 무관심, 나쁜 친구들의 영향으로 인해 스스로 나쁜 길로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정말 안타까워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서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김상순 씨(57). 그는 화훼재배농가를 운영하면서 농림부장관 표창을 받은 전문 농업인으로 최근에는 꽃을 키우는 일보다 청소년들의 희망을 키우는 일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평소부터 어려운 주변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씨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 지난 2007년 7월부터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제주지역협의회 소년선도분과 서부지구위원회에서 활동을 하며 검찰에서 선도유예를 받은 청소년들에 대한 선도활동을 하고있다.

올해로 선도활동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나고 있는 그는 주위의 무관심과 어려운 가정사정에 의해 나쁜 길로 빠져든 아이들을 볼 때면 자신의 어려웠던 유년시절이 생각나 아이들을 도와주게 됐다고 한다.

#. "어려웠던 유년시절...아이들 접할 땐 남의 일 같지 않아"

제주시 애월읍에서 4남 1녀의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어렸을 때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힘들게 생활했다고 한다.

"그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겠지만 집이 가난하다보니 5살때부터 계속 집안일을 거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나가는 부모님을 위해 밥을 하고 소의 여물을 준비하고 학교 다녀와서 다시 일하기 위해 나가는 그런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그는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부모님과 가족처럼 대해주는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린시절을 보냈다"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유년기를 보낸 김씨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힘든 가정형편을 고려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지요. 그리고 한동안 동대문시장의 과일가게에서 일하다 이모가 운영하는 문구 도매상 일을 거들었지요. 거의 20년을 거기서 일했어요. 그리고 39살쯤 됐을 때 고향이 그리워 다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지요."

고향인 애월읍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그는 화훼농가 운영과 함께 애월읍 고내리의 이장과 바르게살기 애월읍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집안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의 합동결혼식을 올려주는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마을 형님의 권유로 범죄예방위원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주변의 무관심과 순간의 유혹으로 인해 나쁜 길로 빠져드는 아이들을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 "아이들이 밝은 모습 되찾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따뜻한 가족과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좋은 친구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유년기를 보낸 김씨. 그래서인지 선도활동을 하기 위해 학생들을 인계받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이유가 대부분 부모님과의 불화와 무관심, 그리고 나쁜 친구들의 영향으로 인해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며 "주변의 작은 관심으로도 이 아이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또 한 학생의 선도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아이 역시 가정불화로 인해 나쁜 길로 빠져든 사례라고 한다.

김씨가 A군을 처음만난 것은 지난해 9월 21일, 2번의 절도를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검찰에서 선도유예 판정을 내린 학생이라고 했다.

"A군은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학생인데 새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못해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이혼을 했고, 아버지는 그것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며 욕설과 폭행을 하고 결국 A군과 형제들을 고아원으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A군의 보호감찰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보호감찰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A군이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다시 가출을 시도하면서 20일에 걸쳐 A군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당시 A군의 아버지도 경제난 속에서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러다보니 A군과 아버지와의 불화가 다시 심해졌고 결국 A군이 가출해버린거죠. 20일동안 찾아다니다 A군의 누나의 도움을 받아 친구집에서 지내는 A군을 발견했을 때는 좀 더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더라구요."

지금은 다시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는 A군. 김씨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힘든일이 있을 때는 직접 나서 도와주면서 학생들이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선도한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범죄예방위원 활동을 하게되면 자신이 맡은 아이들이 다시 나쁜 길로 빠져들지는 않을까, 아니면 어디 힘든 일은 없는가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에 지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어두운 미래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냥 놓아둘 수 없어 다시금 일어서게 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나쁜 아이들이 아니예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범한 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아이들이지요. 꽃을 키울 때 계속 물을 주고 돌봐 줘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그런 관심이 필요해요. 내 작은 힘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죠."

김씨는 오는 7월로 범죄예방위원 활동은 임기가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힘이 다할때까지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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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2010-01-07 21:46:3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희망을 주는 많은 이야기 올려주세요.
김상순님 아름다운 마음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일 많이 하세요. 복받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