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09:47 (수)
경기 '아랫목' 따뜻해도 '윗목' 더 춥다
경기 '아랫목' 따뜻해도 '윗목' 더 춥다
  • 뉴스토마토
  • 승인 2009.12.05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올 6월 서울 K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박 모양(26)은 6개월째 구직 중이다. 박양은 "석사 논문을 6명이 썼는데 이 중 한 명만 바로 취업됐다"며 "경기전망은 계속 좋아지는데 취업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턴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청년인턴은 12월에 종료된다"며 "6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느니 차라리 딴 공부를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달들어 각 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작년 금융위기 여파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한 듯 가파른 'V'자형 성장세를 전망한다.
 
그러나 서민들이 겪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살을 벨 정도로 차고 시리다. 전망과 체감 경기가 왜 이렇게 다른지 살펴봤다.
 
◇ 내년 한국 경제 4% 이상 성장한다는데...
 
내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각 기관 전망치는 모두 희망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오는 10일 발표할 '2010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5%내외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것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장밋빛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5%로 현재까지 발표된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LG경제연구원은 4.6%, 삼성경제연구소는 4.3%, 현대경제연구원은 4% 성장을 예상했다.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은 4.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로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전망치를 내놨다. 그야말로 4% 이상의 성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 기관별 경제성장 전망치

한국개발연구원(KDI)
5.5%


삼성경제연구소
4.3%


LG경제연구원
4.6%


현대경제연구원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국제통화기금(IMF)
4.2%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내놓은 3분기 실질GDP 성장률 역시 7년 6개월만에 최대폭인 3.2% 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반도체, 액정박막장치(LCD)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체감경기'다. 실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높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형편 없다. 전기대비 0.4% 성장에 그쳐 GDP성장률을 크게 밑돌았다. 2분기 실질 GNI가 전기대비 5.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3분기 실질 GNI는 처참한 수준이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 손실규모가 11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크게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장 증가률에 비해 국민총소득 증가률이 낮다는 건 기업 소득 증가세에 비해 국민 개개인이 버는 소득 증가세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LCD, 휴대폰 등 5대 수출효자 상품은 주요 대기업 서너개에 집중돼 있고 이들 대기업은 전체고용의 10%를 차지할 뿐이다. 하청 등의 형태로 나머지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비중은 높지 않다.
 
◇ 소득 불균등 심해지고 고용 회복 기미 안보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도시노동자 소득기준으로 계산한 지니계수는 0.325로 나타나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나타냈다. 그동안의 경제성장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대적 빈곤감이 커진 것이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며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을 말한다. 보통 0.4가 넘으면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본다.
 
소득상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을 하위소득 20% 가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도 지난해 6.2배로 역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다.
 
고용도 내년 초에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수는 1만명 증가했지만 음식업.숙박업 취업자는 186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201만8000명보다 14만9000명(7.4%)이나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OECD Factbook 2009)에 따르면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31.3%로 멕시코 34.3%에 이어 제일 높다. 국민 3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인데 자영업은 경기 상황에 제일 민감한 업종이다. 
 
수출대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는데 반해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부문은 찬바람이 아직 '세다'는 얘기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생긴 실직자들이 희망근로로 몰리면서 임시근로자는 13만6000명이 증가했다.
 
진짜 문제는 내년부터다. 정부가 청년인턴, 희망근로프로젝트, 공공인턴,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예년 수준으로 되돌릴 계획이라 고용사정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의 채용이라도 늘면 다행이겠지만 상황은 어둡다.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수출상품인 LCD, 반도체, 자동차 등은 대규모 장치투자산업"이라며 "이들 산업의 고용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총 1조7000억원을 투입, 25만명이 참여했던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이달 말 끝나고 내년에는 고용인원이 절반이상 줄어 10만명 규모로 운영된다. 참여자 대부분이 5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취약계층의 고용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연구기관장 조찬간담회에서 연구기관장들은 "고용의 후행성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계부문의 소득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지난달 25일 고용문제와 관련 "고용안정정책을 쓰면 고용 성장을 이뤄내기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앞으로의 정책운용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겨울철 앞두고 난방비 상승까지 
 
물가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1월중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전년동월대비 2.4% 상승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많은 액화천연가스(LNG)가격도 올랐다. 지난 10월 도시가스요금은 작년 동월 대비 9.5%, 지역난방비는 4.7% 올랐다. 가스료가 지난 6월말 주택용 5.1%, 일반용 9.1% 올랐고, 여기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달부터 지역난방용 열 요금을 3.52% 추가 인상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연탄가격도 개당403원에서 489원으로 21%나 올라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 저소득층에 몰아치는 삭풍 "가장 추운 겨울"
 
정부가 올해 밝힌 내년도 국가 예산은 291조. 이중 보건복지 예산이 27.8%를 차지해 제일 비중이 높고 정부는 "증가율 역시 작년 대비 8.6%로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 예산 81조 8000억원 중 6조원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부담분, 보금자리 주택융자금 등 자연증가세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복지비용은 75조8000억원에 그쳐 작년대비 0.8%증가에 그친다. 물가상승률 3%를 감안하면 내년도 보건복지예산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이 삭감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식아동 지원금 541억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100억원, 한시적 생계 구호 4181억원, 실직가정 대부사업 3000억원, 기초생보 급여예산 649억, 긴급복지 1000억원 기초차상위 의료비 지원 880억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경제위기 때문에 한시적인 정책이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GDP대비 사회공공비용지출은 6.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평균인 20.5%에 근접하려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복지비용이 많아져야 한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