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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자전거도로에 '녹색' 이름표가 웬말?
누더기 자전거도로에 '녹색' 이름표가 웬말?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9.11 1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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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땜방'도 안되는 자전거도로, 이용자들은 불만 투성

제주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제주의 자연환경을 즐기며 여행을 하기 위해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관광객과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한 듯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 부응한 시책의 하나로 제주에서는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제주 전역에 걸쳐 실시된 자전거 도로는 이미 누더기 상태다. 곳곳이 파손돼 있는가 하면, 보통 인도 위에 자전거 도로라는 덫칠만 해놓은 곳도 적지 않다.

시내 도심지 인도와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도로는 간선도로 혹은 건축물 진입로 중간중간 높은 턱이 나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여간 쉽지 않다. 아침 등하교길 학생들이 이 인도위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기 보다는 차도 위를 쌩쌩 내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온실가스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송분야를 자전거로 적극 대체한다는 복안이다.

#자전거 해안도로...자전거스테이션...버스자전거 캐리어 등 추진

그 대책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국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과 연계해 '제주 자전거 전용 해안도로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국비 506억원과 지방비 506억원 등 총 사업비 1012억원을 투입해 제주도내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251km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종달리 3.6km 구간의 해안도로에서 자전거 전용구간을 시설하고 있다.

제주도 자체적으로도 2005년부터 추진해온 제주도 생활권 자전거 도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18년까지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과 함께 제주도 전 지역을 대상으로 334km의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완료되면 현재 설치된 916개소 646km와 함께 총 1231km의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사업비 2억1500만원을 들여 '버스자전거 캐리어 및 공공자전거 무인이용시스템 디자인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정류장을 만들고 여기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자전거스테이션 이용시스템 구축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때 실효성이 적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놓고 방치하다시피 했던 행정당국이 '녹색성장'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해 다시 자전거활성화 정책을 끄집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당국의 자전거 활성화대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현재 만들어놓은 자전거 도로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손을 놓고 있다가,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가 제시되니 뒤늦게 부산을 떠는 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짙다.

자전거 도로의 확충도 좋지만 현재 있는 자전거도로 등의 편의시설에 대한 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게 한다.

현재 설치된 시설의 관리부터 제대로 하라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노면이 파이고, 금이 가고, 포장은 벗겨질대로 벗겨지고...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강모 씨(34). 그는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칠뻔 했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밤길이 어두워 미처 자전거 도로의 노면이 파여있는 것을 확인 못해 넘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는 "다행히 당시 빨리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자칫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제주시내에는 많은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깨지고 파여있는 곳이 많았다.

신제주의 제주웰컴센터 인근에 설치된 한 자전거 도로는 하구수 공사를 했는지 도로가 파여 있었으나 보수가 되지 않아 도로가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제주시청 인근 농협사거리의 진입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크게 깨져 요철 상태로 변해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시 광양로터리 CGV 인근의 한 자전거 도로는 포장이 벗겨져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이 주변은 자전거 도로의 폭도 좁고 밤에는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넘어져 다칠 위험이 상존해 있었다.

이로 인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 중에는 이런 자전거 도로를 피해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로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주시가 설치한 자전거 거치대에 시민 편의를 위해 마련한 '공기주입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학생(17)은 얼마전 이 공기주입기를 이용해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으려다가 바람이 잘 들어가지 않아 한바탕 곤욕을 치뤘다.

이군은 "공기주입기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안에 물이 들어가 녹도 슬어있고 바람을 넣을 때면 공기와 함께 물이 나온다"며 "그래서 그런지 바람도 잘 들어가지 않아 타이어에 바람을 조금 담는 것도 매우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제주시청 인근에 마련된 자전거 거치대의 공기주입기를 살펴본 결과 바람은 그런대로 나오는 편이었지만 이군의 말대로 바람과 함께 공기주입기 안에 고여있던 물이 뿜어져 나왔다.

#"자전거도로 확충도 좋지만, 있는 시설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이러한 자전거도로 관리문제에 대해, 행정당국에서는나름대로 할 일은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시의 한 관계자는 "한해 자전거 편의시설 보수 등으로 나오는 예산은 3억원 정도이며 이를 이용해 방치자전거 회수 및 재활용, 무료 수리소 운영, 자전거 도로 및 거치대 보수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 도로의 경우 오래전에 설치되 노후된 자전거 도로의 보수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상태가 불량한 곳에 대해서는 시청 직원이 모두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시민의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바로바로 보수작업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매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등학생 자전거 안전교육과 같은 자전거 활성화 관련 시책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실효성 면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당국의 이러한 보수작업은 그야말로 일회성 '땜방처리'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녹색성장 정책의 하나로 자전거도로를 확장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있는 시설에 대한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자전거 이용객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사업량을 늘리는 것이 만사가 아니라, 있는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우선돼야 할 것은 아닌지, 이번 자전거 정책에 대한 제대로운 논의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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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철 2009-10-07 11:15:38
해안 자전거도로라면 분명 컴컴해서 위 어느분처럼 야간에 위험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녹색혁명의 일환으로 태양광 경계석과 태양광 보도불럭이 자전거도로에 많이 설치되는데..그런 제품들을 설치한다면 분명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이다..
시민이 보기에 좋고 시민이 이용하기에 좋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