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9 (금)
"배려하는 마음, 이젠 마음이 통했나 봐요~"
"배려하는 마음, 이젠 마음이 통했나 봐요~"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9.0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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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독자권익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법 1년 현장체험 행사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걸으며 관광지 '동행'

현장체험 장소는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는 제주의 사설관광지 중 유리의 성과 제주마파크 두곳.

비장애인들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몸이 불편해 이곳에 쉽게 갈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그 '이동'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있어, 나들이 형식을 빌어 현장체험을 하고 아직도 산재해 있는 불편사항을 체크해 보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사설관광지의 접근성, 그리고 관광지 내부의 장애인편의시설 정도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개선방안에 대해 마음의 소통을 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었다.

장애인차별법 시행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이 현장체험은 그 의미를 더하게 했다. 특히 유리의 성, 제주마파크 두 곳의 관광지에서 이번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이 행사는 쉽게 성사될 수 있었다.

#더마(馬)파크, 장애인 전용관람석 등 배려...자동개폐식 장애인화장실도 남.여용 별도 마련

버스 안에서 소통의 시간을 갖고, 행사의 취지를 들은 참가자들이 처음 방문한 곳은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산 8번지에 위치한 '더마(馬)파크.

이곳에는 야외공연인 '칭키스칸의 검은 깃발'을 선보이는 공연장을 비롯해 몽골촌, 제주비경 돌공원, 명마 방목장, 승마클럽하우스, 승용마 마방, 뷔페레스토랑, 캐릭터숍 등이 시설돼 있다.

메인 관람은 단연 공연이다. '칭키스칸의 검은 깃발'은 영웅 칭기스칸의 탄생에서부터 왕이 되기까지 과정을 한편의 대서사시로 꾸민 공연으로 50여명의 최정예 몽골 기마대 모두가 말을 타고 야외공연장에서 펼치는 새로운 형식의 기마전쟁 드라마다.

공연시간이 30여분 남아있지만 주차장에는 단체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들이 빼곡이 세워져 있고, 관람장 입구에는 많은 관광객 인파로 북적였다.

오후 10시40분쯤, 이곳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관람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휠체어 장애인들과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이동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들이 많아 걱정이 많았으나, 그것도 잠시,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비장애인들이 관람석으로 이동하는 통로와 별개로, 장애인들을 위해 전용 이동통로가 마련돼 있었던 것. 더욱이 이  이동통로에는 보조난간까지 마련돼 있어 혼자서도 난간 파이프를 잡고 관람석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었다.

 

관람장 내부는 장애인을 배려한 마음이 더욱 커 보였다. 비장애인들이 앉을 수 있는 일반석을 중심으로 해 각 양쪽에 장애인 전용 관람석을 7-8석 가량 별도로 확보해 놓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였다.

공연을 마친 후, 참가한 장애인 몇명이 화장실을 둘러봤다. 화장실을 둘러본 이들이 감탄을 자아냈다. 비장애인용 화장실이 양옆에 위치해 있고, 가운데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데, 보통 공공기관에서도 형식적으로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 구분없이 설치한데 반해 이곳에는 남녀 구분지어 별개로 시설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힘을 들이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게 된 자동개폐 방식이었다.

지체장애인인 고영종씨는 이곳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 관광지를 돌아봤지만,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남, 녀 따로 만들어 둔 것을 처음봤어요. 그리고 화장실 내부도 상당히 넓어서 움직이기도 매우 편했어요. 들어갈 때 버튼만 누르면 되는 자동개폐식 문이어서 힘 들이지 않아도 되고요. 화장실이 너무 넓어서 혼자 사용하기가 불안하고 쑥스럽더라구요."

그는 "가족들과 함께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애인협회 등에서 행사에 많이 참석하면서 관광지 등에 많이 다니게 됐는데 오늘 온 이 더마파크는 그 중에서 가장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본 곳에는 계단이나 그런 것이 많아서 그게 가장 힘들었는데 이 곳은 계단도 거의 없고 경사로 이뤄져 있어서 이동하기가 참 편했어요."

그러나 한가지 아쉬움을 꼽았다. 그는 "내부와 외부 시설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매우 값지게 생각하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조금 만들어 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수국민학교 교실서 점심식사...어린이들의 깜찍한 장기자랑도

오전 관광지 관람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곳은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소재 옛 조수국민학교.

지금은 폐교를 활용해 이어도자활센터와 곶자왈사람들 등이 들어서 있는 이곳 교실에서 식사를 하고, 학교 운동장 나무그늘 아래 마련된 정자에서 휴식을 겸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함께 동행에 나선 어린들의 깜찍한 장기자랑도 잠깐 선보였다.

 

#유리의 성,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등 '세심한 배려'

오후 일정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로 산 39-3번지에 위치한 '유리의 성'. 이탈리아, 체코,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의 초대형 유리예술 조형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이곳 역시 주말 관광인파로 북새통이었다.

유리예술의 향연과 극치를 이루는 유리의 성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의 전시시설과 야외 테마파크로 구성돼 있다. 실내 전시장과 실외 전시장, 그리고 램프워킹, 블로잉, 샌드블라스트, 비즈체험관 등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내 전시장을 지나 '거울 미로', 그리고 야외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관람통로는 사실 휠체어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 유리예술 전시의 작품성을 감안했기에 관람 이동 동선에 대해 불평할 수는 없을 듯 했다.

관람동선이 꾸불꾸불 이어지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도 현장체험에 참가한 장애인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대신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의 고광록, 이효형, 박소정, 부수홍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흘리며 장애인들의 관람을 도왔다.

휠체어를 타고 관람을 마친 손복남씨(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운영위원장)는 "유리를 갖고 이처럼 다양한 예술작품을 빚어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감탄스럽다. 정말 훌륭하고 이색적인 관람을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참가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마지막 코스인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2층 기념품점을 둘러보면 출구로 나가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다. 계단을 짚고 천천히 올라갈 수 있는 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했으나, 문제는 휠체어를 탄 분들이었다.

 

바로 그 때, 계단 입구에는 '약체자 보호'라는 팻말이 내걸려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내부 전용 엘리베이터가 시설돼 있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쉽도록 팻말도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전용 엘리베이터 덕분에 2층으로 올라간 후, 출구 동선을 따라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었더라면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 작은 배려가 비장애인과 똑같은 동선의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네요."

#"전과 비교할 때 많이 개선됐어요.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요"

현장체험을 모두 마치고 버스에 탑승해 돌아오는 길에는 평가를 겸해 행사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두 곳의 관광지에서 보여준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좋은 평들이 쏟아졌다.

"지난 2월까지 다섯번에 걸쳐 아름다운 동행 행사를 가졌고 많은 관광지를 돌아봤지만, 오늘 둘러본 더마파크와 유리의 성 관람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특히 더마파크에서 보여준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둘러본 관광지의 장애인 편의시설 중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유리의 성도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높이도 겨우 2층이긴 하지만 힘들어할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엘리베이터 시설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윤철수 미디어제주 대표이사는 "장애인차별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오늘 현장체험을 했는데, 전과 비교할 때 확실히 달라진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고, "한꺼번에 확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오늘과 같은 자리를 통해 하나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불편과 차별요소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이효형 학생은 "평소에는 잘 못느꼈는데, 오늘 장애인분들과 함께 이동하다 보니 '아 이런 곳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불편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휠체어를 밀면서 장애인과 함께 많이 웃고 하면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있는 하루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 무렵, 아침에 출발했던 제주종합경기장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아쉬운 마무리 인사를 나누며 내년 초 있을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을 기약했다. 내년 동행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흔적이 더 짙게 묻어있기를 기대하며. <미디어제주>

 

 

지금까지 본 관광지 중에서는 더마파크가 장애인 편의시설에 있어 제일 잘된 것 같다.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관광지 등 많은 곳을 가봤지만 오늘 온 이 더마파크가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한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 진 곳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장애인 주차장이 없어서 장애인들이 주차하기에는 조금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만약 차가 많이 들어와서 세울 곳이 없으면 장애인들은 먼 곳에 차를 세워두고 힘들게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관람석에 차양막이 없어서 그곳에서 관람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장애인관람석을 이용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했다. 지금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겠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뭔가 눈에 띄게 좋아지거나 피부에 확 와닿는 그런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아직까지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 모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장차법이 보다 많이 알려지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부기관 등에서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장애인들이 편해지면 노약자나 어린이들도 편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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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종씨(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가족들과 함께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애인협회 등에서 행사에 많이 참석하면서 관광지 등에 많이 다녀 봤는데 오늘 다녀온 곳 중 더마파크는 가장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된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가본 곳은 계단이나 그런 것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이 곳은 장애인 전용 통로를 배려하면서 이동하기 편했습니다.

화장실의 경우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남녀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처음 봤어요. 요즘 행정기관도 그러지 않는다고 신문에서 봤는데, 장애인화장실을 남녀 구분해 설치한 것을 보고 흐뭇했어요.

그리고 화장실 내부도 상당히 넓어서 움직이기도 매우 편했어요. 오히려 너무 넓어서 그런지 혼자 화장실을 사용하기가 어색하고 쑥스러웠어요.
다만,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오늘 보니까 찾는 사람들도 많고 차량도 많이 들어오던데 장애인들에 대한 주차공간을 조금 만들어 놓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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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씨(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더마파크가 상당히 괜찮았어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화장실도 남녀 따로따로 만들어 놓았던데 지금까지 제주도내 관공서나 관광지를 가도 그런 곳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공연장에 장애인 전용 관람석도 만들어 놓고요,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은 장애인 전용 관람석의 위를 막아주는 것이 없어서 비가 오거나 오늘처럼 햇빛이 심하게 나면 거기서 공연을 구경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공연장 입구에 나무로 된 마당부분에 작은 단이 만들어져 있던데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하나밖에 없고 또 그 경사로가 너무 좁더라구요. 지금 정도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매우 좋았으나, 한번만 더 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모라란 부분에 대해서는 작은 배려를 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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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형 자원봉사자(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장애인들과 함께 이렇게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평소와는 다르게 장애인들과 함께 이동하다보니 '아 이런 곳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기 불편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휠체어를 밀면서 장애인과 함께 이동했는데요, 그들이 유리의 성이나 더마파크에서 전시품과 공연을 보면서 웃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쁘고 가슴이 뿌듯하더라구요. 오늘 참 보람있는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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