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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농어촌문화의 집' 이름 찾기
'위미농어촌문화의 집' 이름 찾기
  • 허윤선
  • 승인 2009.07.2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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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허윤선 서귀포시 남원읍

‘유미야, 저기로 들어가.’ 유미의 이름을 부르자 옆에 있던 소연이가 ‘얘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제 이름도 아세요? 라고 묻는다. 장난삼아 ‘당연히 알지.’하고는 뜸을 들이자, ‘에이~ 모르면서’하며 섭섭해 한다. ‘네 이름을 알면 뭐 해줄래?’ 하고 묻자, 사탕하나 준단다. ‘소연이!’ 이름을 불러주자 얼굴이 환해지면서 사탕

을 내민다.

문화의집에 거의 매일 오는 두 아이다. 뒷정리를 소홀히 할 때면 내 잔소리를 듣는데도 여기가 좋단다. 영화도 보고, 놀이방에 들어가 누워서 비밀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이곳에 온 지 반년이 지났다. 이동민원실을 겸하고 있어서 민원실을 이용하러 오는 분들은 많지만, 문화생활을 즐기러 오는 경우는 갖춰놓은 시설이 무색할 만큼 그 수가 매우 적다. 이따금씩 “여기 이용하는 사람들 있어요?”라는 물음 앞에서는 마치 내 능력을 평가받는 것 같아서 낯이 뜨거워진다.

위미농어촌문화의집은 2004. 7. 1 출장소가 폐지되면서 이동민원실로만 운영이 되다가 2005. 9. 12부터 농어촌지역의 문화향수 충족을 위해 위미농어촌문화의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개관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10명중 7명은 이곳을 위미출장소로 기억한다. 설령 문화의집이라고 알더라도 자신이 이용해도 되는 곳이냐며 이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위에서 ‘문화의집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 예산낭비 아니냐’라는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예산, 인력, 시설 등 기본인프라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 작은 행동 하나가 아이들을 다시 찾게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아이들 이름 불러주기! 문화의집 이용자 목록을 작성해달라고 한 후 , 그 다음부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름을 아느냐며 신기해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문화의집 단골이 된 걸 보면......

그리고 얼마 전에는 책 분실을 이유로 직원 안내데스크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자료실에 두었던 책을 로비에 꺼내 놓았다. 책을 읽으려면 직원이 앉아있는 곳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을 주었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쓰고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분실 소지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위와 같은 노력이 문화의집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면, 지리적 여건상 이곳을 찾기 힘든 이들을 위해 문화의집 운영위원회에서는 작년부터 찾아가는 문화사업으로 시화전 및 관내 초등학교를 찾아가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곳은 남원읍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만, 프로그램을 수강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려면 위미리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차를 이용하지 않고는 접근이 어려워 문화의집 이용을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의집이 제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한걸음씩 내딛는 중이지만, 누군가 또다시 ‘여기 이용하는 사람들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내 얼굴이 붉어질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위미출장소가 아닌 위미농어촌문화의집이라고 자연스레 부를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또 찾을 것이다. 오늘은 얼마 전 ‘문고에 오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며 문화의집에 도움을 요청한 하례1리 새마을문고 회장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허윤선 서구포시 남원읍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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