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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라도 해서 먹고 살겠다는데, 너무 하네요!"
"포장마차라도 해서 먹고 살겠다는데, 너무 하네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09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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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제주시 탑동 포장마차 상인들의 호소

9일 오전 11시쯤. 제주시 탑동에서 여름 한때 포장마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 10여명이 느닷없이 제주도청으로 몰려들었다.

청사 2층 회의실에 자리를 해서 앉은 이들은 모두들 흥분을 참지 못하고, 행정당국에 성토를 하기 시작했다.

"여름 한때 포장마차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 마저도 빼앗으려 하면 됩니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이들은 지난 20년전부터 지금의 탑동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다 탑동 광장이 들어서면 자진철거했다가 다시 이마트 뒷편을 중심으로 해 20동 정도의 포장마차를 운영해 왔다. 이와는 별도로 라마다호텔 뒷편에는 10동 정도가 운영해 왔다.

그러다가 다시 제주시의 중재로 탑동 포장마차에서 8동, 라마다호텔 인근 포장에서 8동 등 16동이 이마트 뒷편을 중심으로 여름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탑동 포장마차 상인대표인 김기명씨는 "작년에 제주시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더니, '내년부터는 아예 하지말라'고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더욱이 그는 자신들이 포장마차를 해야 할 자리에 한.아세안정상회의를 즈음한 시점부터 꽃이 심어져 있는 고가의 돌화분 120개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사실상 장사할 자리가 사라져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김기명씨는 이 꽃화분에 대해서도 '이해안되는 조경정책'이라고 성토했다. 탑동 해녀탈의장에서 이마트 뒷편까지 이 꽃화분 120개 정도가 배치될 정도이면 막대한 예산이 들었을테인데, 해풍이나 월파로 바닷물이 한번 뿌려지면 꽃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있는 현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곳에 화분을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여분이 지난 후, 김태환 제주지사가 회의장에 들어서 흥분한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달랬다. 김 지사는 "포장마차 문제는 제주시에서 해야 할 문제인데 왜 도청까지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인들은 "아침에 제주시에 갔는데, 담당자가 시장면담은 커녕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어쩔 수 없이 도청까지 오게됐다"면서 "최소한 제주시에서 시장면담이라도 주선해주겠다고 하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제주시 관계자로부터 이 문제를 별도 보고받고,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결정한 다음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답하자, 상인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상인들은 "포장마차는 우리들의 생존권이 달린 것이다. 지사님이 꼭 해달라. 이거 못하면 우리 생존권은 정말 위협받는다"고 말하자, 김 지사는 "생존권 문제라고 하시니까,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처음 도청에 들어섰을 때만 하더라도 매우 흥분해 있던 상인들은 김 지사의 "잘 해결하도록 검토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김 지사를 대하며, 별 소란없이 도청을 빠져나갔다.

여름 한철 장사를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화들짝 행정기관을 찾았던 이들이 다시 '기대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 지사는 "생존권 문제가 달린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상인들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제주시 관계자는 "포장마차를 해야 할 자리에 돌화분이 놓여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도로를 불법으로 점용해 사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포장마차 운영을 허용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불법'을 눈감아줄 수 없다는 행정적 원칙, 원만한 해결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김 지사. 여름 한철 장사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행정당국의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이와는 별도로 상인들의 주장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며칠 없어 죽어버리는 '꽃화분'을 설치한 행정당국의 즉흥적 전시정책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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