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3:40 (금)
"아들아, 살아있어 얼굴보니 좋다...꼭 만나자"
"아들아, 살아있어 얼굴보니 좋다...꼭 만나자"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1.25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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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남북이산가족 고권현 할머니, 24일 아들 첫 화상상봉

1960년에 아들과 헤어진 고권현 할머니. 할머니는 반세기만에 자신의 아들을 TV화면으로 지켜보며 안부를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직접 만져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한 아들. "아들아, 건강행 다음에 또 만나자." 고권현 할머니는 목이 메인다.

제주에서 첫 남북이산가족 화상 상봉이 이뤄졌다.

25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대한적심자사제주도지사(회장 송무훈)에서 고권현(91) 할머니 가족은 북측에 있는 아들 오희남(64)씨 부부를 반세기만에 TV화면으로 상봉했다.

이날 화상상봉에서 고권현 할머니 가족 측은 첫째 오희숙(69)씨, 셋째 오기숙(62)씨, 넷째 오계숙(59)씨, 다섯째 오경숙(55)씨가 참여했고 북측에서는 고권현 할머니의 둘째 오희남씨와 그의 아내 김봉선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TV화면에서라도 아들보니 마냥 좋아"

남측 가족들들은 지난 2000년도에 적십자에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하고나서도 제주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어 이러한 만남이 이뤄질 줄 꿈에도 몰랐다. 제주에 살기때문에 더욱 힘들거라고 생각했었던 터다.

가슴에 묻고 있었던 아들을 TV 화면에서라도 볼수 있어서 마냥 좋다는 고권현 할머니는  3대 독자인 오희남씨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오희남씨를 47년만에 처음보는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며 때로는 웃음을 짓기도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엉 얼굴이라도 보난 좋아~"

오랜세월이 지나도 이들의 대화는 제주 사투리로 오고갔다. 이들은 온통 서로 걱정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로의 낡은 사진을 꺼내서 옛 기억을 되새겼고 서로의 신상명세를 물으며 그동안의 궁금증을 털어냈다.

아침 8시부터 진행된 이날 화상상봉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다 10시쯤 화상상봉이 끝날 무렵 가족들은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을 보였다.

 "절대 울지 않기로 해수다. 그래야 고를 말을 할수 이시난. 건강행 또 만나삽주. 오늘처럼 좋은 날이 또 이실꺼우다."

손이라도 얼굴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TV를 통해서도 교감이 됐다.

#"3년있으면 돌아온다고 해서 떠났는데......"

오희남씨는 오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를 지원할 만큼 특출했었다. 그러나 당시 1940년 말 아버지의 학생운동을 했기 때문에 오희남씨는 연좌제에 걸려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빛을 보지 못했다.

고권현 할머니 딸들의 증언에 따르면 만약 그의 아버지가 당시 제주에 있었다면 4.3때 제일먼저 죽었을 거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일본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그때 오빠가 3년 있으면 돌아온다고 해서 일본에 갔는데 소식이 끊어졌어요."

 오희남씨도 3년 대학공부만 마치고 제주에 돌아올 생각으로 일본행을 택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그래도 북측에서 이뤄지고있는 무상교육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지금은 어엿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 제주 711명 이산가족 상봉 신청...첫 화상상봉 이뤄져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3개 상봉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주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대면상봉, 화상상봉 모두 포함)만 해도 711명(2005년 8월말 기준)에 달한다. 이들 신청자 중 연령과 가족관계등을 살펴보고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진다.

이처럼 제주지역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 중 고권현 할머니는 최고령이며 자신의 아들이기때문에 화상상봉을 할 수 있었다.

노시천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청소년본부 담당은 "올해 8월 15일 광복 60주년을 맞아 본사를 포함해 부산, 대구, 인천, 수원, 대전, 광주 등에 설치된 상봉장에서 평양에 있는 상봉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처음 실시됐다"며 "지난번 이후 이번 화상상봉에는 강원지사와 제주지사가 추가돼 상봉이 이뤄진 것"이라고설명했다.

이날 화상상봉은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에 마련된 16평 남짓한 화상상봉장에서 대형 PDP화면으로 쌍방향으로 중계됐으며 그밖의 가족.친지들은 화상상봉장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상봉장면을 지켜봤다.

한편 이번 화상상봉에 이어 내달 8일과 9일에 남.북의 합의에 의한 한차례의 화상상봉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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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25 13:25:26
직접 만나면 좋을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