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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동안 흘려도 눈물은 마르지가 않네요"
"59년 동안 흘려도 눈물은 마르지가 않네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6.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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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북부 예비검속 희생자 합동 위령제

"이 승 사는 동안 부모님께 효도 한 번 못하고 무덤 하나 남겨두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떠났노라. 우리들이 말못한 말들이사 살아 있는 그대들인들 어찌모르랴 그대들의 가슴 깊이 묻어두었다가 아들 손자들에게도 전해다오...<떠나가는 자의 소원 中>"

59년 동안 흘렸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다. 눈물샘이 마를법도 한데, 지칠법도 한데, 아직도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진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의 발발과 동시에 예비검속령으로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의 영령을 기리기 위한 '제59주기 한국전쟁시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 원혼 합동위령제'가 25일 오전11시30분 제주시 용담동 레포츠 공원 내 위령제단에서 봉행됐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김수남 제주도의회 4ㆍ3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강창식.양승문.오옥만 의원과 유덕상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 양용해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장,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양조훈 4.3 평화재단 상임이사, 김영훈 전 제주시장 및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양용해 회장은 주제사를 통해 "임들의 형제, 자매들과 자손들이 망각의 기억을 더듬으며 임들의 넋을 신원하기 위해 숙연히 자리하고 있다"며 "삼가 임들의 재단 앞에 향을 사르고 옷깃을 여미어 머리숙여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이제 막 제자리를 찾아가는 제주4.3이나 과거사 사건에 대해 요즘에 와서는 찬물을 끼얹는 무리들이 준동하고 있다"며 "이때 우리는 흔들림 없이 하나로 뭉쳐 진실규명과 명예훼복을 위한 미완의 과제를 완성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고 나아가서는 화해와 상생의 기치 아래 평화와 인권을 수호하는 파수꾼이 됨으로써 그들의 망동을 분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한 배.보상 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를 이끌어냄으로써 명실상부한 명예회복을 이뤄낼 것"고 피력했다.

양 회장의 주제사에 이어 김태환 제주지사와 김용하 제주도의회 의장, 김영훈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유덕상 환경부지사는 이날 김태환 제주지사의 추도사를 대신 낭독하며 "4.3사건과 제주지역 예비검속 희생의 진실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 됐다"며 "영령들과 유족들이 염원하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굳건히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하 의장의 추도사를 대신 낭독한 김수남 의원은 "영령들의 억울한 희생이 4.3희생자로 결정됨으로써 명예가 회복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다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다"며 "영령들의 억울한 희생과 유족들의 고난의 세월에 대한 한을 모두 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수 회장도 추도사를 통해 "눈물과 한의 세월이었던 예비검속의 기억을 역사의 새로운 지평으로 당당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유족에게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며 "예비검속의 기억을 역사의 새로운 지평으로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추도사에 이어 추도시 낭송과 진혼무가가 진행됐다. 위령제단에 진혼곡이 울려퍼지고 동시에 추도시를 낭송하자, 이를 듣던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위령제에서 만난 김모(70)할머니는 ""59년 동안 눈물을 흘려도, 흘려도, 눈물은 마르지가 않네요. 아버지가 너무 그립네요"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한편, 제주북부 예비검속 희생자는 지난 1950년 6.25전쟁 발발과 동시에 예비검속령이 발동되면서 당시 제주읍, 애월면, 조천면 등에 살던 주민들이 경찰에 연행돼 같은해 7~8월 바다에 수장되거나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주변)'에 집단학살돼 암매장된 1000여명을 가리킨다.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위령제단은 지난2002년 2월23일 조성돼 지난 2005년부터 매년 6월25일 이 곳에서 위령제를 봉행하고 있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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