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4:18 (수)
"67년 만에 처음 물에 들어갔어요"
"67년 만에 처음 물에 들어갔어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6.24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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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 중증 시각 장애인 수중 재활교실 현장

"천천히, 천천히"

23일 오후2시30분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 풀 안으로 시각장애 1급 유홍식(68)할머니가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계단을 하나씩 밟고 수영장 풀 안으로 내려가는 내내  미끄러질까 봐 잠시 긴장했던 유 할머니는 물 속에 들어가자 그때서야 안심이 되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 오금자(50.여)씨에게 "고맙다"며 미소를 건냈다.

유 할머니가 '물'을 알게 된 것은 3달 전. 지난 3월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 주관,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실시되고 있는 '중증 시각 장애인 수중 재활교실'에 참여하면서 부터였다.

67년 인생을 살면서 물 속에 처음 들어가 봤다는 유 할머니, 그의 수중재활은 처음부터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에게는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다. 67년 동안 한번도 물 속에 들어가 본적이 없어 일단 그는 물과 친하지 않았다. 또, 앞이 보이지 않아 물속에 서서 중심잡는 게 쉽지가 않았다.

매주 1~2차례 2시간씩 물에서 걷고 뛰다보니 어느새 그는 물과 친해졌고, 물 속에서의 몸의 움직임도 자유로워졌다. 아직도 자원봉사자의 도움없인 물 속에서 혼자 중심 잡는게 힘들지만, 어느 정도 물에 대한 공포증이 사라진 유 할머니는 이젠 물 속이 즐겁다.

"처음에는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기만 했는데, 이젠 물속은 제 휴식공간이에요. 집에만 있으면 할 일도 없고 이렇게 일주일에 1~2차례 나와서 재활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 마음 속에 쌓아뒀던 스트레스가 풀려요. 재활운동을 하면서 통증이 잦았던 허리도 많이 나아졌어요"

현재 유 할머니를 포함해 시각 장애인 10명이 수중재활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60~80대 여성이며 이 교실에서는 수중재활운동과 더불어 아쿠아로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뎀벨을 든 이들은 팔을 옆으로 위로 펼치는 동작을 하고 낮게 뛰면서 100m 수영장 풀을 왔다갔다했다. 또, 길다란 아쿠아링을 다리 사이에 끼고 마치 자전거를 타듯 다리를 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와함께 줄넘기 하듯 아쿠아링을 돌리고 나중에는 이를 이용해 마무리 스트레칭도 했다.

생활체육지도자 고문자(40.여)씨는 "수중재활운동은 관절염 환자, 장애인 등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며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앞이 보이지 않아 동작을 따라하지 못해 이에 대한 전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중재활운동은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하기엔 힘들다. 앞이 보이지 않아 강사가 하는 동작을 혼자 따라서 하는 것도, 물 속에서 중심을 잡는 것도 힘들어 옆에서 짝꿍이 말로 그 상황을 설명해줘야한다. 이에 자원봉사자 10명이 시각장애인들이 편하게 운동을 할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있다.

10여년 동안 자원봉사일을 하고 있다는 오금자 씨는 "최대한 어르신이 즐겁게, 편하게 운동을 하다가 갈수 있도록 하는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짝꿍을 언니같이 생각해요. 봉사일을 하다보면 오히려 제가 더 배우고 마음이 편해져요"라고 말했다.

한편,  '중증 시각 장애인 수중 재활교실'은 지난3월부터 오는9월까지 제주시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7월에는 강의 횟수늘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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