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호접란 사업은 어디까지나 ‘경영수익사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즉, 세수가 열악한 제주도의 재정자립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던 중 이 호접란 사업의 전망이 제시됐다.
그런데 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이 사업이 오히려 막대한 사업비만 낭비한채 그 진로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충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호접란 사업은 예산낭비는 물론 행정력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 사업에 투자된 자금만 133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성과를
거둔 것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지난해 말 많은 논란 끝에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 책임경영을 맡겨 재추진하기로 결정했지만, 미국 현지농장의 실정은
그러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곳에 다녀온 시찰단의 얘기에 따르면 LA 현지농장의 현 상황은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덩어리’란 것이다. 호접란을 배양해 판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하우스가 단 한 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현지에서 호접란을 키우고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은 지난 2000년
공사에 착공한 이후 4년이 넘도록 완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이 아니다. 현재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진 기존 하우스시설 또한 햇빛을
전혀 받을 수 없도록 방치되면서 중간재배 중인 25만본의 호접란 생육이 시판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불량하다는 것이다. 호접란 재배의 필수적인
난방보일러와 환풍기는 작동조차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저마다 할 말을 잊을 정도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문제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서 책임경영을 맡아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상태에서 재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어떻게든 다시 재검토해 결정을 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당장 오는 3월부터 제주도내 농가가 배양중인 호접란 2차 입식분 25만분
수출이 예정돼 있는데 현 상황으로 이의 실행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지농장의 부실운영으로 믿고 수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안하자니 제주도가 전량 수매해야 할 처지이다. 참으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133억원의 사업비를 생각하면 ‘사업 중단’은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 이상의 손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업
중단도 신중히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제주도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