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는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을 바라보면, 묘한 씁쓸함이 다가온다. 왜냐하면 제주지역 대학 총학생회가 현 시국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듯 해 자꾸만 그들의 모습과 교차되기 때문이다.
대학가 시국선언의 참여여부에 대해 운운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왜 이러한 사안이 나타날때마다 제주 대학가는 왜 침묵으로 답을 대신하는지 그 부분이 궁금할 따름이다. 혹, 비(非)운동권을 표방해서 그런가.
이렇게 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촛불정국이 일어났을 때도 그렇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가 진행될 즈음이면 대학생들의 참여문제가 떠올랐다. 오죽했으면, 여고생들이 맨 앞에 서서 '대학생도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을까.
또, 몇몇 지방대학들에 이어 비운동권을 표방해 온 서울대 총학생회까지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동맹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맹휴업은 커녕 대자보도 뒤늦게서야 만들어 내걸었다. 이럴 땐 '뒷북친다'고 해야 하나.
여전히 이들은 전국적인 현안 뿐만 아니라 해군기지 건설(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등 제주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최근 지역 현안 중에 하나인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에 대해 성명으로 입장을 표명했으나, 그 내용의 논점이 타당한지에 대해 현재 제주대학교 자유게시판에서 뜨겁게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예전의 대학 총학생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듯 하다. 23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보면 1987년 6월항쟁 이후, 이들은 당시 제주지역 현안이었던 송악산 근처 미군기지 설립(1988년), 탑동매립(1989년 ),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1990-1992) 등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쳤다. 물론 이때까지는 대학가의 학생운동권이 존재하고 있었던 터라 정치적 입장이 강하게 분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2002년)' , '노무현 대통령 탄핵 철회(2004년)', '정치개혁과 비리 정치인 퇴진(2003년)', '세계무역기구 교육개방 저지 운동(2003년) 등 지역과 전국 현안에 대해 성명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가가 주도하지는 못했다. 대학가에 정치토론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 침묵해버린 이들의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때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의 시국상황에 대해서도 제주 대학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할 말이 없어서일까?
전국 대학가의 '시국선언'에 동참하지 못한 제주 대학가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들이 많다. 최소한 총학생회라도 시국에 대해 소신있는 대자보 한 장 내붙이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시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의 생각에 무조건 뒤따라가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테니. 침묵하는 것도 일종의 '소신'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