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 들었다”
“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 들었다”
  • 홍성규 시민기자
  • 승인 2005.11.17 10: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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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서귀포시 첫 장애인 체육대회...화합의 장 ‘승화’
이어달리기만큼 짧은 순간 마음을 하나로 모으며 가슴 벅차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학교 운동회에서건 마을 체육대회에서건, 그것은 늘 흥분과 열광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최고의 이벤트다.

이는 장애인 체육대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모처럼 내렸던 비가 말끔히 갠 지난 12일 오후. 서귀포시 ‘강창학 종합경기장’에서 그 짜릿한 흥분이 늦가을의 맑은 하늘처럼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장애별 이어달리기 경주.
네 팀으로 나뉜 선수들이 출발선에 서자, 천막에 남아 있던 이들이 트랙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순간 출발을 맡은 농아인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비장함이 뒤섞였다.

이윽고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깃발이 동시에 하늘을 찌르자 선수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순식간에 이들의 손에 쥐어 있던 배턴은 제각기 한조를 이룬 시각장애인과 봉사자에게로, 다시 지체장애인과 마지막 주자인 휠체어 장애인에게로 건네졌다.

봉사자의 눈이 고스란히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고, 팀을 위한 질주에 한마음 한뜻의 힘이 실리는 사이, 장내를 뜨겁게 달군 응원의 환호는 서서히 박수와 갈채로 바뀌어갔다.

이날 이어달리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제1회 서귀포시 장애인 체육대회는 그처럼 장애인과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이해와 화합의 자리였다.

# 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다

무엇보다 이날 장애인 체육대회는 지역 내 같은 유형의 장애인들끼리 모여 치르던 기존 체육행사와는 사뭇 달랐다. 지체장애인과 농아인, 시각장애인, 신장장애인, 정신지체인, 그리고 자원봉사 기관·단체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만큼 종목 선정부터 대회 진행에 이르기까지 고려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볼링의 경우 농아인 중에는 비장애인들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장애 정도가 심한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종목마다 조건을 비슷하게 설정하기 위해 종합복지관과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이 수차례 만나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서귀포시 사회복지과 장애인담당의 말이다.

그래서 단체경기인 줄잡고 달리기나 모래주머니 넣기 등의 경우 농아인이나 봉사자 들은 눈을 가리고 경기를 치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을 이해하는 소중한 체험이 됐다고 함께 경기에 참여했던 이들은 입을 모았다.

# 보치아 경기를 아세요

‘떼구르르.’
손을 떠난 공이 바닥을 구르다 표적구인 흰 공 가까이서 멈추자 휠체어 선수의 표정이 밝아진다. 두 번째 공. 이번에는 공이 표적구를 지나 계속 구르고 만다. 이어 들려오는 심판의 아웃 소리.

이날 선을 보인 보치아 경기는 비장애인들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지체장애인들 사이에선 이미 인기 있는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손으로 직접 공을 던질 수도 있고 긴 막대기가 달린 홈통을 이용해 굴릴 수도 있다. 방향과 거리, 힘, 높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쉽지 않은 종목이다.

경기 방식은 먼저 선수 중 한 명이 표적구인 흰 공을 던진 뒤 선수들이 차례로 표적구를 향해 공을 6개까지 던지는데 표적구 가까이에 더 많은 공을 던지는 선수가 이기게 된다.

# 서귀포자활후견기관 도시락 제공 등 봉사자들 참여 ‘훈훈’

이날 장애인 체육대회에는 수화봉사 단체인 참빛봉사단을 비롯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어울림터와 서귀포 작은 예수의 집, 서귀포시립사랑원, 해병 93대대 등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나와 원활한 행사 진행을 돕거나 직접 경기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지역 아동 급식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서귀포자활후견기관에서는 이날 참가자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점심 도시락을 제공해 속과 마음을 따뜻이 채워줬다.

서귀포시보건소에서 운영한 건강상담소도 건강에 관심이 높은 장애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 “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 들었다”

이날 대회를 마치면서 현장에서 만난 한승희(34·지체1급·어울림터) 씨는 “늘 소외되던 장애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경기하면서 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맛있고 따뜻한 식사도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질서가 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들이 어우러져 행사를 많이 가진다면 복지정책이 발전할 가능성을 많이 느꼈다”며 “앞으로 서귀포시 장애인 체육대회가 계속 성장하길 바라면서 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들에게 파이팅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동목욕 봉사를 하고 있는 서인영(43) 씨는 “장애인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마음이 서로 오간 하루였던 것 같다”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설·단체별로 하는 행사에는 익숙한 장애인들이 오늘처럼 팀별로 헤쳐 모이는 것엔 많이 어색해했던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돌려 생각하면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흔히 하는 말이지만 ‘장애인은 몸이 불편할 뿐이지 비장애인과 똑같다’는 생각이 더 깊어진 뜻 깊은 행사였다”라며 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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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 2005-11-17 14:37:39
특별자치도 문제로 매일 머리 아픈 기사만 보다가 모처럼 가슴 따뜻한 기사 잘 봤습니다. 홍성규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