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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농(農)-녹(綠)연대의 깃발을 올릴 때
[미디어칼럼]농(農)-녹(綠)연대의 깃발을 올릴 때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11.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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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개발에 휩쓸리는 지역주민

 얼마전  모지역의 주민들이 환경단체들과 면담을 가졌었다. 그 지역주민들은 환경단체가 마을 가까이 있는 곶자왈 개발에 대해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마을주민들이 원하는 것이니만큼 개발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떠나갔다..

 면담과정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물었다. 과연 그 개발이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검토해보았느냐고. 어쩌면 그 개발이 제주의 중요한 보물인 곶자왈을 파괴하고 업자들에게만 이익이 가는 그러한 개발이 아닌것인지 깊이 고민해 보았느냐고 물었다. 지역주민들은 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

 위의 장면은 일부 지역의 얘기만이 아니다. 제주의 곳곳에서 농어촌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대규모 개발에 대한 강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의 문제는 두가지로 얘기할 수 있다.

 첫째, 개발이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을 주고있냐는 것이다. 업자들이 개발을 위하여 주민들에게 쏟아놓는 돈과 각종 혜택들은 주민들에게 당장 이익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개발 예정지역의 가치와 비교해보았을 때 새발의 피도 안되는 조그만 보상일 뿐이다. 더구나 기울어가는 농촌지역을 재건할 수 있는 조그만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발후에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가 얼마나 클까 하는 점이다. 위에서 애기한 지역의 경우, 100만평이 넘는 땅에 골프장과 콘도를 짓는 계획인데 마을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곳이 개발되었을 때,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마을에 들러 식사라도 한번 할까? 아니다.

이미 개발 지역안에 모든 숙박시설과 식당들이 갖추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마을에 들를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주변지역에 산재해있는 숙박시설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 세워진 많은 골프장들이 제주도에 세금수입을 제공하고 있는 것 외에, 일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 외에 더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가? 주변에 있는 농촌지역의 삶이 그만큼 윤택해지고 있는가?
 
 둘째, 개발후에 남는 후유증이다. 지하수의 가장 중요한 함양지대이면서 제주도만이 갖고잇는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는 곶자왈이 이미 개발중이고 개발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환산하더라도 이곳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높다.

그런데 이곳에 골프장을 짓게됨으로써 이 가치는 없어져 버리고 녹색사막 골프장과 여러채의 콘도들만이 들어서게 되는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제주도의 손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손실에 대해 무감각하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기 때문이다.

한 골프장이 매일 수천톤의 지하수를 뽑아쓰고 있고 수십만그루의 나무가 없어지고 희귀동식물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생태축이 단절되며 제주의 독특한 풍광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행정당국은 가치를 모르고 있고 아니 알려고도 하고 있지 않다. 

* 농촌의 새로운 부활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지역주민들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이것은 농촌의 붕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며칠전, 한 젊은 농민의 자살을 하였다. 최근, 농촌주민들이 많이 자살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젊은 농민이 자살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들은 해일이 되어 농어촌을 잠식하고 있고 해방이후 잘못된 농정으로 인한 농촌의 파탄은 이제 더 이상 갈곳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정부또한 이미 농촌정책은 포기한것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수조대의 돈을 농촌에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농촌을 살리려는 것보다는 기존 농촌의 해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소수, 대규모의 농업인들을 기르겠다는 정책을 펴고있다.
 
 제주도또한 감귤산업이 무너져가고 이에 따라 농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농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발상보다는 지역에 개발사업을 유치하여 그 파급효과를 갖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농촌 주변지역의 생태자원들이 보존보다는 개발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있는것이다.

 제주도가 이런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우리는 제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제주를 지탱하는 세개의 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를 국내 최대의 관광지로 만들 수 있었던 화산섬, 제주도의 생태계와 독특한 풍광과 문화가 첫 번째 축이다. 제주도의 생태계, 풍광, 문화를 바탕삼아 발전한 관광산업이 두 번째 축이며 다수의 제주도민들이 먹고 살 수 있었고 제주의 독특한 풍경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농촌이 세 번째 축이다.    

 그런데 세 번째 축인 농촌이 붕괴되면서 당장 돈이 들어오는 개발사업에 눈길이 가게되고 자연스럽게 첫 번째 축인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것이다.

결국 첫 번째 축과 세 번째 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두 번째 축인 관광산업도 자연히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자연성을 잃어버린 곳에 골프장이며 위락시설이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면 결국, 해답은 하나이다. ‘농촌의 새로운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농업정책이 어쨌든간에 제주의 핵심산업은 농업일 수 밖에 없다.

이미 제주도를 특별한 ‘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고 했으니 제주는 새로운 자치모델로서 농업을 핵심산업중의 하나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 농(農)-녹(綠)연대의 깃발을 올릴 때

 농촌의 새로운 부활을 위해선 기존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기존의 농촌정책으로는 이미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농촌의 ‘어메니티’를 활용한 농촌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곳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의 농산물, 자연생태계, 문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사람들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제주도는 매우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친환경농산물을 전도로 확대하고 농촌마다 있는 독특한 풍광과 문화, 자연생태계를 활용한 농업관광의 활성화는 그 가능성의 이유이다.

  그래서 농촌의 주민들이 굳이 대규모 개발을 유치하지 않더라도 지역내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농(農)-녹(綠)연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녹(綠)으로 대변되는 환경운동은 농업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게 현실이다. 먹거리문제가 연일 터지고 결국 그 원인은 농업문제로 비롯되는 것이었음에도 지금의 환경운동은 수많은 환경현안 때문에 농업문제에 눈을 돌리지 못하였다.

 마찬가지로 농민운동도 농촌의 너무나 어려운 현실 때문에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제주의 무자비한 개발이 역으로 농촌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개방문제와 농촌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현안에 매달려 왔다. 그래서 농(農)-녹(綠)은 연결되어 있는 끈임에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 환경운동은 농업문제를 중요한 축으로 삼을 때가 되었다. 아니 해야되며 너무나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제주도당국과 거대 자본의 ‘개발’ 드라이브 정책에 휘말리고 있는 농촌주민들과의 연대, 그리고 농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서 농촌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어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

 농(農)-녹(綠)연대의 깃발을 올려 농촌을 살리고 결국은 제주도를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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